모두의 대통령, 그 모두에서 빠진 사람들…“언제 호명될까요?”

“모든 국민을 아우르고 섬기는 모두의 대통령이 되겠습니다.”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사를 보고, 주아무개(31)씨는 ‘모두’의 의미를 찾아봤다고 했다. “대통령은 어떤 마음으로 ‘모두’라는 말을 썼을까 궁금했어요. 기대감도 좀 있었고요.” 지체장애 당사자인 주씨는 10년째 여러 단체에서 활동가로 일했다. 그에게 ‘모두’는 특별하고 간절한 단어다. 앞선 정부 2년 반, 여느 때건 ‘반국가세력’으로 배제될 위협에 놓였던 터다. “그때는 모두라는 말이 가진 특별한 뜻이나 해설은 찾지 못했어요.” 의미는 앞으로 이어질 이재명 대통령의 말과 행동, 국정에서 차츰 드러날 것이었다.
그렇게 1년, ‘모두’에 속하는 이들이 전에 견줘 늘어난 것은 분명하다. 공권력이 구조하지 못한 여성 스토킹 피해자, 지게차에 묶이고 에어건에 폭행당한 이주민의 아픔에 공감하며 대통령은 여과 없이 분노했다. 자신이 가진 장애를 말하며 장애인권리보장법 통과를 환영했고, “‘선구제 후구상’ 약속을 지켜야 한다”고 독려한 끝에 전세사기 특별법도 개정됐다. 피해자와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모욕에 엄정대응을 주문했다. 시민들은 대통령 직무 수행에 60% 웃도는 안정적인 지지를 보냈다. 그런데 대통령의 시선이 미처 닿지 못해 ‘모두’에서 소외된 이들은 여전히 결핍을 이야기하고 있다.
“우리를 대변해준 것 같지는 않아요.” 10년 전 강남역 여성 살인 사건을 계기로 만들어진 서울페미니스트대학생연합동아리 정영은 대표는 대통령이 자신들의 분노에 공감했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고 전했다. 여전히 “불온시 하는 것 같다”(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대표)고, “소외감이라는 표현이 딱 적절할 것 같다”(이철빈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 공동위원장)고도 말했다. “아직은 시민으로 인정받지 못한 것 같다”(혼인평등 소송 당사자 오승재)고 읊조렸다.
한때 배제의 위기에 놓였던 당사자이자 활동가로 누구보다 모두를 위한 대통령을 열망한 이들이었다. 이들에게 아직 대통령 곁에서 온전히 분노하고 환호하지 못한 이유를 물었다. 자신이 놓인 고통을 명확히 불러주길, 선을 긋고 주저하지 않길 바란다는 답이 돌아왔다. 단 한번이라도 모두의 일원으로 불리길 기다리며 희망을 놓지 않는 이들도 있다.
분노로부터 소외: 명확한 호명
그 이름을 적지 않았더라도, 두 사람을 모두 아우를 말은 있었다. ‘미등록 이주민의 노동권’. “누가 봐도 용납이 되지 않을 끔찍한 사건에 대해선 엄정대처를 주문하지만, 그런 문제가 발생하는 구조에 대해서는 이야기하지 않았습니다. 이주노동자 권리는 단순히 에어건에 맞지 않을 권리 뿐이 아니에요. 더럽고, 위험하고, 힘들고, 죽을 수밖에 없는 곳에서 일하지 않을 권리예요.” 에어건 폭행 피해자도, 뚜안도 박탈당한 권리에 항의할 수 없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였다.
수 차례 신고에도 목숨 잃은 친밀 관계 살인, 스토킹 살인 피해자에 대한 대통령의 반복된 질타와 분노를 여성들이 ‘우리의 것’으로 여기지 못한 이유도 비슷하다. 대통령 발언 속 여성 대상 범죄는 ‘사건’으로만 전해졌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대표는 “페미사이드라거나 여성 혐오 범죄라는 말을 명확히 해주지 않았다. 사건의 배경에 있는 성차별은 언급하지 않는다”며 “엄정대응을 이야기한다면 왜 엄정하게 대응해야 할 문제인지, 우리 사회가 어떤 방향을 향해야 하는지도 이야기 돼야한다”고 했다.
일상에 만연한 ‘여성 혐오 범죄’를 수면 위로 끌어 올린 강남역 살인 사건이 벌어진 지 꼭 10년 된 지난 5월17일, 대통령의 분노는 전해지지 않았다. 의구심이 이어졌다. “반복되는 각각의 사건에는 분노했지만 강남역 10주기에 정작 아무런 발언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목숨까지 잃는 여성 차별 구조 앞에 ‘역차별’ 같은 반론을 의식했던 것일지도 모르겠어요.”(정영은 대표)

환호로부터 소외: 선 긋지 않는 호명
철거와 연행, 부서지고 끌려나오는 일은 전장연에게 익숙하다. 다만 “나 역시 어린 시절 불의의 사고로 장애를 갖게 됐다. 그 작은 차이가 삶의 많은 영역에서 얼마나 높은 문턱이 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5월20일, 국무회의)고 말하는 대통령이 말하는 사회에서 밀려나는 일은 “한층 더 허망하다”고, 박 대표는 말했다. “우리를 아직도 공중도덕을 어기는 사람들 정도로만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기본권을 주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자고 저항하는 시민으로는 여기지 않는 것 같아요.” 장애인도 시설이 아닌 지역 사회에서 이동하고, 교육받고, 일할 수 있어야 한다는 기조를 담은 장애인권리보장법은 통과됐다. 다만 이를 실현할 예산 확보 등을 요구하며 지하철과 버스에서 시위를 멈추지 않는 전장연 앞에는 선이 그였다.
전세 사기 피해자 단체를 이끄는 이철빈 위원장은 ‘세입자’다. 그 또한 대통령 발언에 담긴 ‘선’을 언급했다. “전세사기 피해는 심각한 현상이지만 그 뿌리에는 보편적인 세입자들의 주거 불안이 있습니다. 대통령이 전세사기특별법 개정은 독려 했지만, 세입자가 어떻게 하면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을지에 대한 고민은 거의 듣지 못한 것 같아요.”
‘양도소득세 중과’를 둘러싸고 대통령의 강경한 집값 하락 의지가 연일 전해지던 올해 초,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마냥 함께 환호할 수 없었던 이유다. “그 때쯤 우리들 사이에는 대통령이 우리를 버린 게 아닐까 하는 말도 나왔어요. 집 값 안정은 물론 중요하지만 어떻게 하면 아파트를 소유하게 해줄 것인가하는 이야기에만 관심이 쏠린 것 같았습니다. 강남 집값이 50억에서 30억원으로 떨어져도 세입자인 우리와는 무관한 얘기인데요.”
침묵: 그저 호명
오씨는 이 대통령의 ‘모두’에 자신 또한 포함되리라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온전하지 않았대도 대통령은 배제의 위기에 놓였던 많은 시민을 최소한 불렀고, 사회적 고민 거리도 던졌다. 용기있는 정부라고 믿고 싶다. “이재명 정부가 논쟁적인 주제라고 피해가는 스타일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 큰 변화가 있던 부분도 있고요. 성소수자 권리나 차별금지법에 대해서도 바로 긍정할 수 없다고 해도 공론의 장 정도는 만들어 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들은 끝내 온전히 호명될 수 있을까. 모두를 섬길 것을 다짐했던 대통령의 시간은 아직 4년 남았다.
박고은 기자 euni@hani.co.kr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정인선 기자 re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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