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정원오에 감동했다" "오세훈이 재건축 마무리"…서울의 선택은

김성아 기자, 이형서 인턴기자, 윤지수 인턴기자, 유예진 인턴기자, 최지호 인턴기자, 황다희 인턴기자, 전나경 인턴기자, 이유림 인턴기자, 이상균 인턴기자 2026. 5. 29. 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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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지방선거 격전지 표심⑨ 서울-끝]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진이 마포·강남·은평·서대문·강북·성북·성동 등 서울 전역을 돌며 만난 시민 상당수는 지지 정당이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사진은 강북구 수유시장 전경.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정치 얘기는 상인들끼리도 잘 안 해요. 서로 생각이 다르면 싸움 나니까. 그래도 그동안 누가 일을 했는지는 시장에 있으면 다 보여요. 얼마나 자주 찾아오고, 건의하면 들어주는지 그걸 보고 찍는 거죠." (서울 은평구 대림시장 60대 상인)

6·3 지방선거 사전투표를 이틀 앞둔 지난 27일, '동행미디어 시대' 취재진이 서울 마포·은평·서대문·강북·성북·성동·강남구 등 서울 전역을 돌며 만난 시민 상당수는 지지 정당이나 정치 성향을 드러내는 것을 극도로 꺼렸다.

그러나 천정부지로 치솟은 집값, 날로 뛰는 밥상 물가, 매일 겪는 출퇴근길 교통난 등 '생활 의제'를 건드리자 굳게 닫혔던 시민들의 입이 열리기 시작했다. 대림시장에서 62년째 대를 이어 장사한다는 60대 방앗간 주인 김씨는 "식구들 먹을 고춧가루를 찾으면서도 예전엔 '좋은 거 달라'던 분들이 이제는 '싼 거 달라'고 한다"면서 "서민들이 살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선거가 결국 생활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사람과 공약을 보고 찍겠다"고 했다.

고유가 지원금 등 정부 정책이 실제 표심으로 이어지는 기류도 감지됐다. 강남역 지하상가에서 만난 프리랜서 조씨는 정치에 무관심하다면서도 여당에 대한 지지 의사를 내비쳤다. 조씨는 "솔직히 정치에 큰 관심이 없어 투표장에 갈지 말지도 고민 중"이라면서도 "굳이 꼽자면 집권 여당을 지지할 생각이다. 최근 고유가 지원금을 받은 것이 단순하지만 가장 큰 이유"라고 웃으며 말했다.

산적한 지역 현안을 해결하기 위해 '힘 있는 여당 후보'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다. 강북구 수유시장에서 15년째 과일가게를 운영 중인 권씨는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뜻을 같이 해야 재정 지원 등 일 추진이 수월하지 않겠느냐"며 정원오 더불어민주당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반면 거대 여당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서대문구에서 해운업을 하는 60대 최씨는 "정치의 기본은 균형"이라며 "여당의 폭주를 막기 위해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를 뽑겠다"고 했다.


청년 표심은 결국 주거·교통·월세



대학가와 유동인구가 밀집한 안암역 일대에서 만난 2030세대 역시 특정 진영에 대한 맹목적 지지보다 '실용적 공약'을 우선순위에 두는 기류가 뚜렷했다. 사진은 성북구 고려대학교 전경.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대학가인 성북구 안암역 일대에서 만난 2030세대는 특정 진영에 대한 맹목적 지지보다 '실용적 공약'을 우선순위에 두는 기류가 뚜렷했다.

고려대 후문에서 만난 20대 전씨는 매달 보증금 2000만원에 월세 55만원, 관리비 10만원을 감당하고 있다며 한숨을 쉬었다. 전씨는 "서울에 계속 거주하기엔 주거 안정성이 너무 떨어진다"며 실효성 있는 청년 주거 대책을 촉구했다. 대중교통 문제에 대해서도 "매일 겪는 지옥철 문제는 방치한 채 한강버스 같은 전시성 사업에만 예산을 쏟는 것은 번지수를 단단히 잘못 짚은 것"이라고 꼬집었다.

당장 주거비의 무게에 짓눌린 청년들에게는 복지 확대 공약이 강한 호소력을 발휘하기도 했다. 성북구 안암역 근처에서 만난 20대 박씨는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내건 '청년 월세 20만원 지원' 공약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박씨는 "당장 살 집이 급하고 한 달을 버티는 것조차 힘겨운 청년들에게 이런 복지 정책은 절실하다"며 "월세 지원 약속에 마음이 흔들릴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는 "민주당의 정책이 월등해서라기보다는 최근 국민의힘이 보여준 행태가 마치 '내란당'처럼 느껴져 강한 거부감이 들기 때문도 있다"고 했다.

하지만 청년층의 표심이 일방적으로 쏠려 있는 것만은 아니었다. 특히 20대 남성을 중심으로 오세훈 후보를 통해 정권 견제를 기대하는 목소리도 감지됐다. 안암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남성 이씨는 "여당 지지자들과 대화해 보면 맹목적인 옹호 태도 탓에 도저히 말이 통하지 않아 반감이 커졌다"며 미간을 찌뿌렸다. 이어 이씨는 "오 후보가 당선돼 여당의 독주를 확실하게 견제해 주길 바란다"며 "나아가 다음 국회의원 선거에서도 야당이 다수 당선돼 정치적 균형을 맞춰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서울시장 선거 판세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서치앤리서치가 동아일보 의뢰로 실시한 서울시장 선거 조사에선 정원오 민주당 후보가 49.6%, 오세훈 국민의힘 후보가 36.4%를 기록하며 13.2%포인트(p)의 격차를 보였다. 앞서 에이스리서치가 뉴시스 의뢰로 지난 19~20일 실시한 조사에서는 정 후보(41.7%)와 오 후보(41.6%)가 0.1%p 차 초박빙이었다.


'안정감' 오세훈 vs '행정력' 정원오



5선 도전에 나선 오세훈 후보에 대한 현장 평가는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을 높이 사는 유권자가 있는 반면 시정 논란을 지적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사진은 왕십리역 일대 전경.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5선 도전에 나선 오세훈 후보에 대한 시민들의 평가는 극명하게 엇갈렸다.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안정감'을 높이 사는 유권자가 있는 반면 시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수유시장에서 화장품 가게를 운영하는 60대 상인은 "시장이 되면 하던 일을 계속 안정적으로 할 수 있지 않나. 우리 집 쪽 모아타운이 진행 중인데 오세훈 후보가 계속해서 잘 마무리해 줬으면 좋겠다"고 지지 의사를 밝혔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에 50년째 거주하고 있다는 80대 오씨는 오 후보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며 "빨리 재건축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한강버스와 노들섬 개발 등 오 후보의 역점 사업에 대한 반감도 있었다. 수유시장에서 부대찌개 식당을 운영하는 50대 김씨는 "한강버스가 제대로 운영되지 못한 데다 시민 세금만 낭비한 것이 가장 큰 반대 이유"라며 "노들섬 조감도 역시 겉만 번지르르하고 실속은 없어 보인다"고 비판했다. 성동구 왕십리 엔터식스 앞에서 만난 30대 장씨도 "광화문에 굳이 큰 조형물을 세워 미관을 해치고 예산만 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정원오 후보에 대해서는 3선 성동구청장으로서 보여준 '행정력'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서울시장이라는 큰 무대에서의 '존재감 부족'이라는 평가가 엇갈렸다.사진은 마포구 경희선 숲길 전경/사진=동행미디어 시대
정원오 후보에 대해서는 3선 성동구청장으로서 보여준 행정력에 대한 기대와 서울시를 이끌 정도의 역량이 있는지에 대한 우려가 엇갈렸다.

성동구의 행정 성과를 직접 체감한 시민들의 지지세는 탄탄했다. 성동구에 거주한다는 30대 직장인 김씨는 "차상위계층인데 기습적으로 냉난방비 지원금이 들어와 감동을 받았다"며 "교통약자를 위한 '성공버스'나 버스정류장 에어컨 쉼터 등을 보며 행정적으로 일을 참 잘한다는 인식이 생겼다"고 호평했다.

반면 개인의 역량에 대한 의구심도 제기됐다. 고려대에 재학중이라는 20대 이씨는 "미디어에 비치는 정 후보의 모습이 다소 어리숙해 보이고 정책을 본인이 주도하기보다 실무진이 다 하는 느낌"이라며 "정부에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고 캐릭터가 뚜렷하지 않아 찍을 이유가 없다"고 꼬집었다. 같은 학교에 다닌다는 홍씨 역시 "정원오 후보의 공약을 들여다봤을 때 구체성이 떨어지고 두루뭉술하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지적했다.
기성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에 지쳐 소수 정당으로 눈을 돌리는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사진은 마포구 염리동 일대. /사진=동행미디어 시대
기성 정치권의 극단적인 대립에 지쳐 소수 정당으로 눈을 돌리는 유권자도 눈에 띄었다. 왕십리광장에서 만난 20대 신씨는 "양당제가 솔직히 사회 변혁에 적극적으로 도움이 되는 것 같지 않고 정파 싸움만 하는 것 같다"며 "여성 예술인 등 열악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을 챙기고, 딥페이크 대책 등을 내놓은 여성의당 등 소수정당 위주로 투표하고 싶다"고 밝혔다.

지지하는 후보도, 우선시하는 공약도 저마다 달랐지만 취재진이 서울 곳곳에서 마주한 바닥 민심을 관통하는 공통분모는 '팍팍한 삶을 나아지게 할 실질적인 일꾼'과 '분열된 사회를 화합으로 이끌 지도자'에 대한 갈증이었다. 마포구 도화동 마포현대아파트 인근에서 만난 70대 오씨는 "정치는 혼란스럽고 서민들의 삶은 너무 힘들다"며 "투표는 결국 국가의 일꾼을 뽑는 것인 만큼 경제를 살릴 수 있는, 갈라진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화합시킬 수 있는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고 힘주어 말했다.

앞서 언급된 리서치앤리서치 조사는 지난 24~25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무선 전화면접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응답률은 11.2%,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다. 에이스리서치 조사는 뉴시스 의뢰로 지난 19~20일 서울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조사는 통신 3사 제공 무선 가상번호를 이용한 ARS 방식으로 진행됐고, 응답률은 5.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성아 기자 roms122@sidae.com 이형서 인턴기자 sidae@sidae.com 윤지수 인턴기자 sidae@sidae.com 유예진 인턴기자 sidae@sidae.com 최지호 인턴기자 sidae@sidae.com 황다희 인턴기자 sidae@sidae.com 전나경 인턴기자 sidae@sidae.com 이유림 인턴기자 sidae@sidae.com 이상균 인턴기자 sidae@sida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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