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마음 건강해야 학생 정서 안정된다”
교보교육재단 교사 연수에 ‘주목’
대만 교육부와 주요 대학들 참가
대학 주도 SEL 생태계 구축 관심

교보생명의 공익재단인 교보교육재단이 진행하는 ‘학생 마음 건강을 위한 교사 전문성 강화 연수’가 새로운 사회정서학습(SEL) 모델로 주목받고 있다. 교사의 정서 회복과 학생의 심리 성장을 연결하는 시도다.
● 교사부터 회복돼야 교실이 산다
교사는 학생의 정서적 성장을 돕는 최일선에 있다. 이를 위해 교사는 심리적으로 안정돼 있어야 한다. 자신의 마음과 건강하게 소통할 수 있어야 학생의 고민과 감정에 균형감 있게 다가갈 수 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교사의 정서 상태는 학생에게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교보교육재단은 학생만 돌보는 데 그치지 않고 교사의 정서적 회복탄력성까지 교육 영역으로 확장했다. 교사와 학생 사이의 건강한 관계 형성을 위해 꼭 필요하다는 판단이었다.
교보교육재단의 교사 전문성 강화 연수는 지난해부터 서울대 사범대학, 서울시교육청과 함께 교실에서 지속 가능한 마음 건강 지원 체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교사 40명에 이어 지난달에도 서울시교육청 소속 초중등 교사 40명이 서울대 사범대학에서 총 30시간의 통합형 SEL 연수 과정을 이수했다.
연수 커리큘럼은 SEL을 중심으로 심리학, 철학, 뇌과학, 정신의학 분야를 아울렀다. 뇌과학 기반 상담 기법과 비폭력 대화법 같은 실제 학교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실습형 프로그램에 대한 반응이 좋았다. 연수 만족도는 97%에 달했다.
이달 15일, 재단은 대만 교육부 및 푸런대, 국립대만 사범대, 타이강과학기술대 등의 제안으로 사회정서학습 교류회를 개최하고, 재단의 연수 프로그램 전반과 SEL 성과 등을 공유했다.
● 대만이 주목한 ‘K-SEL 모델’
최화정 교보교육재단 이사장은 이 교류회에서 “학생 마음을 돌보기 위해 누구의 마음을 먼저 살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있었다”며 “교육의 질은 교사의 질을 넘을 수 없다. 교사의 정서적 소진을 방지하는 것이 건강한 학교 문화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최 이사장은 이어 “한국 학생들은 초고속 디지털 및 AI(인공지능) 활용 환경 속에서 학습과 미래 진로에 대한 스트레스와 불안감을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며 “우리와 비슷한 대만 역시 같은 고민을 하고 있을 것”이라면서 양국 간 SEL 교류 확대 필요성을 강조했다.
쉬지아치엔(許嘉倩) 대만 교육부 학생정책·특수교육과 부국장은 “대만은 지난해 약 4억 대만달러(약 190억 원) 규모의 교육부 SEL 중장기 계획을 수립했다”며 “정부와 기업, 교육청, 대학이 협력하는 한국형(K) SEL 모델은 대만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평가했다.
란이천(藍易振) 푸런대 총장은 “기성세대는 학생들에게 ‘왜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보느냐’고 지적하지만 이는 학생들의 생활습관이 됐다”며 “교사 생각이 먼저 바뀌어야 한다. 교사와 학생 간 새로운 소통 역량을 찾아야 할 때”라고 말했다.

● “연수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 필요”
이 연수의 효과성 연구(연구자: 김윤경, 우지향) 결과를 발표한 우지향 서울 선사고 전문상담교사(중앙대 겸임교수)는 연수의 핵심 성과로 “교사들이 학교에서 했던 기존 정서 교육 경험을 재해석할 수 있었다는 점”을 꼽았다. 우 교사는 “동료 교사와 SEL 실행 계획을 공유하고 다듬는 과정에서 교사의 자기 효능감과 현장 연계 의지가 강화됐다”며 “학생의 정서와 행동을 이해하는 수준도 한층 깊어졌다”고 말했다.
우 교사는 이어 연수 이후 이어지는 코칭과 슈퍼비전(감독)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슈퍼비전은 교사들이 학생을 상담하거나 생활지도를 하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과 감정 소진 문제를 혼자 끌어안지 않고 동료나 전문가와 함께 공유하고 피드백을 주고받는 지원 체계를 의미한다. 우 교사는 “연수가 앞으로 정보 탐색형 교사를 협력적 리더형 교사로 성장시키는 생태계 허브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우 교사는 “학교 현장에서는 SEL을 교과 과정에 넣는 데 여전히 어려움이 있고 평가 체계도 부족하다”며 “특히 수학, 과학 과목과 SEL을 연결하는 융합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했다. 김윤경 서울대 강사도 효과성 연구를 통해 “연수 이후 지속적인 피드백 체계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확장되는 SEL 생태계
대만 방문단은 대학 캠퍼스가 주도하는 SEL 생태계 구축에 큰 관심을 보였다. 이들은 AI 시대에 대학생이 심리적으로 적응하고 사회 정서 역량을 강화한 사례를 소개했다. 또 대학 차원의 상담 및 지원 체계를 통해 스트레스 관리와 문제 해결 역량을 높이는 방안을 공유했다.
대만 정부는 ‘캠퍼스 SEL 및 심리 건강 증진 사업’을 통해 전국 135개 대학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다. 학생들이 심리적으로 한계를 느낄 경우 결석을 신청할 수 있는 ‘마음 건강 결석계’ 제도도 추진 중이다.
서울대도 대학생활문화원과 사범대, 공대 등의 SEL 지원 사례를 공유했다. 정창우 서울대 윤리교육과 교수는 “사범대 학생상담실 ‘사담(卸擔·짐을 내려놓다)’은 신청 후 실제 상담까지 4주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이용률이 높다”고 전했다.
양국은 대학과 초중고 SEL이 적극 선순환해야 할 필요성에도 공감했다. 서울시교육청은 SEL 확산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서울 지역 초중고 교원 166명이 현장지원단으로 활동하며 SEL 프로그램 지원과 컨설팅 자료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서울시교육청은 마음건강학교 21개교, 마음건강교실 100학급을 지정해 효과성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안은미 서울시교육청 민주시민교육과 상담마음건강팀 장학사는 “더 넓게 보면 교사의 교육 자체가 SEL을 기반으로 삼고 있다”며 “결국 좋은 수업은 좋은 SEL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은 교류회를 통해 SEL을 단순 심리 상담이 아닌 교육 공동체 전체의 과제로 접근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최 이사장은 “양국 간 지속적인 교류를 통해 교사 마음 건강 회복과 학생의 건강한 성장을 지원하는 교육 환경 조성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유재영 기자 elegan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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