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충전 해결할 '에너지 하베스팅', 이르면 5년 뒤 일상 된다
땀·압력·체온 이용한 발전 점차 현실로
어떤 환경에서도 전기 끊기지 않도록
웨어러블 전자기기에 반영구 전원으로
편집자주
우주, 인공지능,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첨단 기술이 정치와 외교를 움직이고 평범한 일상을 바꿔 놓는다. 기술이 패권이 되고 상식이 되는 시대다. 한국일보는 최신 이슈와 관련된 다양한 기술들의 숨은 의미를 찾고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하는 '테크 인사이트(Tech Insight)'를 격주 금요일 연재한다.

러닝 열풍 영향으로 스마트 워치에 관심이 높다. 달리는 동안 페이스 조절에 필요한 각종 데이터를 뽑아주는 덕분에 러닝의 필수품이 됐지만, 배터리 충전이 골치다. 러너들 사이에선 스마트 워치 배터리를 오래가게 하는 팁이 공유될 정도다. 산업계와 학계에선 이 문제를 해결할 색다른 기술을 준비하고 있다. 몸에서 나는 땀, 달리는 발의 압력으로 배터리를 실시간 충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기술은 일상에서 무심코 버려지는 자투리 에너지를 '수확'해 전기로 만드는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가능하다. 에너지 하베스팅은 사람이 걸을 때 생기는 진동(압전), 체온과 공기의 온도차(열전) 등으로 생기는 에너지를 모아 전기로 바꿔 쓴다는 개념이다. 물리적 원리는 이미 19세기에 발견됐고, 기술도 제법 성숙했다.
초저전력 반도체가 만들어낸 가능성
최근에는 에너지 하베스팅을 스마트 워치,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 사물인터넷(IoT) 인프라에 적용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실시간 작동해야 하는 전자기기에 매번 배터리를 갈아끼우지 않아도 되는 반영구적인 독립 전원 장치를 마련하려는 노력이다.
이런 시도가 가능해진 건 초저전력 반도체 덕분이다. 이전에는 기기에 들어가는 반도체 자체를 가동하는 데도 상당한 전기가 필요했지만, 최근에는 마이크로와트(μW) 수준의 적은 전력으로도 센서나 칩을 구동할 수 있다. 사람의 체온이나 누르는 힘으로 만드는 미세한 에너지도 활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전원이 차단돼도 데이터를 기억하고 있다가 에너지가 수확될 때만 다시 연산을 하는 비휘발성 메모리 기술도 한몫했다.
최근 유담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 교수 연구진은 에너지 하베스팅을 활용한 웨어러블 헬스케어 기기를 개발했다. 심전도 센서와 에너지 하베스팅 패치를 각각 다른 위치에 부착하는 것이 특징이다. 가슴에 붙이는 심전도 센서 패치는 심장이 뛸 때 생기는 미세한 전기 신호를 읽어내고, 에너지 하베스팅 패치는 팔이나 발목에서 태양전지나 열전 소자를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연구진은 발전 소자에서 떨어져 있는 심전도 센서까지 무선으로 전력을 전달하는 네트워크 구조를 개발했다. 팔뚝에 붙인 패치에서 태양전지가 생산한 전력이 약 30㎝ 떨어진 가슴 위 센서까지 무선으로 전달되는 식이다. 유 교수는 “전력 수준을 일상생활에서 전자기기를 쓰면서 상시 노출되는 정도로 낮췄다”고 말했다.
에너지 하베스팅 패치에는 태양전지·열전소자·압전소자·마찰전기소자·고주파에너지 등 다양한 에너지 수확 장치가 결합돼 있다. 여러 발전 기술을 동시에 활용해 끊김 없는 전원 공급을 구현한 것이다. 예를 들어 빛이 없는 밤에는 압전이나 마찰전기를 주 전원으로 이용하는 식이다.
땀으로 작동하는 스마트 팔찌
낮과 밤, 기온과 압력 등 환경에 따라 에너지 하베스팅의 발전 여건은 크게 달라진다. 적용된 기기가 안정적으로 작동하려면 발전 방식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전상민 포스텍 화학공학과 교수 연구팀이 시도 중인 수분 구동 발전도 그중 하나다.
수분 구동 발전은 물 분자가 발전 소자에 흡착되면서 발생한 이온들이 소자 내부에서 이동하는 과정을 이용해 전력을 생산한다. 공기 중 수증기만으로도 에너지 수확이 가능한 것이다. 연구팀이 개발한 소자는 블루투스를 작동시키거나 휴대용 미니 선풍기를 돌릴 정도의 전력을 수확할 수 있다. 이를 바탕으로 호흡에서 나오는 수분을 이용해 중환자나 산업 현장 근로자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는 마스크를 만들었고, 스마트 팔찌를 땀으로 가동하는 데도 성공했다.

실시간 에너지 하베스팅으로 스마트 기기 작동이 가능하다는 건 충분히 확인됐다고 전문가들은 평가한다. 문제는 생산되는 전력의 양이다. 유 교수는 “스마트 워치에 필요한 전력은 심전도 센서의 약 20배라, 이 차이를 메우기까지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기의 안정적 작동을 위해선 저장 장치 도입도 병행돼야 한다. 전 교수는 “전원을 연결하기 어려운 지역의 산불 모니터링처럼 에너지 하베스팅이 유용하게 쓰일 곳은 많지만, 안전을 위해선 적절한 배터리 기술과도 연결돼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에너지 하베스팅 전자기기가 일상에 등장하기까지는 5~10년이 더 걸릴 전망이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박근혜 지원 유세 부럽나, 부러우면 진 것"… 장동혁, 민주당 도발-정치ㅣ한국일보
- "처제 한혜진·기성용 결혼, 솔직히 반대했다"… 김강우 솔직 고백-문화ㅣ한국일보
-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다음주 한국 찾는다... '깐부 회동' 재연될까-경제ㅣ한국일보
- 데드라인 15분 앞두고 단일화… 범여권, 울산시장 후보에 김상욱-정치ㅣ한국일보
- 지선 이후 與 권력 지형 갈린다… 김부겸 역량 1위, 김민석·강훈식 지도자 적합도 1위-정치ㅣ한
- 말다툼하다 80대 할아버지 살해… 20대 손녀 구속 송치-사회ㅣ한국일보
- 하정우 "떴다방이라 하더라" vs 한동훈 "김어준 코치 받나"... 부산 북갑 난타전-정치ㅣ한국일보
- 스타벅스 싫다고 했다가 '개딸' 된 사연-오피니언ㅣ한국일보
- 탈출구 없는 남극기지서…직접 만든 47cm 칼로 동료 살해하려 한 대원-지역ㅣ한국일보
- 박종철 친형도 "정용진 처벌 원해"…어디까지 책임 물을 수 있나?-사회ㅣ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