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특검 "김건희 6억 추징해야" vs "이용당했을 뿐"... 대법 판단 받는다
도이치 공모·부당이득 산정 쟁점
명품 대가성·여론조사 기부성도 판단 대상
편집자주
초유의 '3대 특검'이 규명한 사실이 법정으로 향했다. 조은석·민중기·이명현 특별검사팀이 밝힌 진상은 이제 재판정에서 증거와 공방으로 검증된다. 진상 규명과 책임 추궁을 위한 여정을 차분히 기록한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혐의 등으로 항소심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김건희 여사 사건의 대법원 심리는 김 여사가 공모공동정범인지, 이용된 투자자인지를 가르는 데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 범행에 가담해 최소 6억 원대 부당이득을 얻었다며 추징 필요성을 주장한다. 반면 김 여사 측은 "시세조종 세력에 이용당한 도구에 불과했다"며 공모와 대가관계를 모두 부인하고 있다.
28일 한국일보가 입수한 김 여사의 자본시장법 위반 등 사건 상고이유서와 특검팀 상고이유서에 따르면, 양측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명태균 무상 여론조사 제공 의혹, 통일교(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명품 수수 의혹을 두고 대법원에서 법리 다툼을 벌인다.
핵심 쟁점은 김 여사를 단순 투자자로 볼지, 시세조종 범행의 공동정범으로 볼지다. 부당이득액 산정 가능성, 여론조사 무상 제공의 정치자금법상 기부 해당 여부, 명품 수수와 청탁 사이 대가관계도 대법원의 판단 대상이다.

가장 먼저 다퉈질 부분은 1·2심의 판단이 엇갈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의 공모 여부다. 1심은 김 여사가 시세조종을 인식했을 가능성은 있다고 보면서도 범행에 공모·가담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반면 항소심은 계좌·자금 제공과 일부 통정매매 가담 등을 근거로 공동정범 책임을 인정했다. 다만 일부 시기 거래는 시세조종 가담으로 보지 않았고, 부당이득액도 특정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특검은 항소심이 무죄로 본 일부 거래도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 등과 순차 공모한 뒤 이뤄진 통정매매라고 주장했다. 김 여사가 단순히 계좌를 맡긴 투자자가 아니라, 시세조종 범행의 구조와 목적을 알고 계좌와 자금을 제공했다는 취지다. 특검은 거래 내역과 계좌·자금 제공 경위, 거래 시점, 권 전 회장 등과의 관계를 종합하면 단순한 위탁 운용으로 보기 어렵다고 봤다.
김 여사 측은 항소심이 공모를 인정한 전제부터 다툰다. 항소심은 김 여사가 도이치모터스 단일 종목 매수를 위해 20억 원과 계좌를 블랙펄인베스트 측에 맡겼다고 판단했다. 이에 대해 김 여사 측은 미래에셋 계좌에서 다른 종목 거래도 이뤄졌다는 점을 들어 "도이치모터스에 '몰빵'한 것이 아니라 투자금 운용을 맡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항소심은 김 여사가 본 적 없다고 주장한 '김건희.xls' 파일이 정산 자문 과정에서 오간 점에 주목했다. 김 여사 명의 계좌에서 나온 대량 매도 주문도 주포 측이 실시간으로 조율한 시점·가격과 들어맞는다고 판단했다. 김 여사 측 주장처럼 계좌가 일방적으로 이용된 데 그친 것이 아니라, 시세조종 세력과 연락을 거쳐 거래가 이뤄졌다고 볼 여지가 있다는 취지다.
2010년 10월 28일 김 여사 명의 대신증권 계좌에서 이뤄진 도이치모터스 주식 18만 주 매도 과정이 대표적이다. 2심 판결문에 따르면, 당시 오후 1시 2분쯤 블랙펄인베스트 측 민모씨가 주포 김모씨에게 "지금 처리하시고 전화 주실 듯"이라는 취지의 문자를 보냈다. 약 3분 뒤 김 여사 계좌에서 10만 주 매도 물량이 나왔다. 항소심은 이런 거래 흐름을 통정매매 정황으로 봤다.

'전주' 손씨와 형평성, 부당이득 6억 산정 가능성도 쟁점
다른 투자자와의 형평성도 쟁점이다. 김 여사 측은 관련 형사재판에서 방조범으로 처벌된 이른바 '전주' 손모씨 사례를 들어 항소심 판단이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손씨는 75억 원의 자금으로 약 700일간 범행에 관여했다. 주포 김모씨와 직접 연락해 400회 이상의 시세조종성 주문도 냈다. 하지만 김 여사는 주포와 직접 연락하거나 수급 세력 모집, 호재성 정보 유포 등 핵심 실행 행위에 관여하지 않았다는 게 김 여사 측 주장이다. 이에 대해 특검은 김 여사가 계좌와 자금을 제공한 경위, 거래 형태, 시세조종 세력과의 관계 등을 종합하면 단순한 전주를 넘어 공동정범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부당이득액 산정 가능성도 쟁점이다. 특검은 항소심이 부당이득액을 산정할 수 없다고 본 판단이 잘못됐다며 상고했다. 김 여사 측이 도이치모터스 주식 거래로 최소 6억 원 이상의 실현이익을 얻은 만큼, 자본시장법상 가중처벌과 추징 대상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다만 김 여사 측의 실현이익 전부를 시세조종 행위로 인한 부당이득으로 볼 수 있는지는 따져봐야 한다. 1·2심 모두 시세조종으로 인한 주가 상승분과 시장 상황, 외부 호재 등에 따른 주가 변동분을 구분하기 어렵다고 봤다. 김 여사 측은 당시 도이치모터스 주가 상승에는 한·유럽연합(EU) 자유무역협정(FTA) 등 외부 요인도 작용했다고 반박했다. 일부 거래에 계좌가 이용됐다는 사정만으로 특정 시세조종 행위와 이익 사이의 인과관계를 단정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명품 수수 의혹' 청탁 시점, 전달 경로 다툼

통일교 명품 수수 의혹에서는 청탁과 선물 사이의 대가관계가 쟁점이다. 항소심은 묵시적 청탁이 있었다고 보고 대가관계를 인정해 이 부분을 유죄로 판단했다. 김 여사 측은 알선수재 법리를 적용할 수 없다며 상고했다. 2022년 4월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첫 샤넬백을 전달할 때는 '취임 축하' 취지로 설명했을 뿐, 유엔 제5사무국 한국 유치 등 통일교 현안은 이후에야 언급됐다는 것이다.
그라프 목걸이 수수 여부도 통일교 의혹의 사실관계 판단과 맞물려 있다. 김 여사 측은 1심에서 DNA 감정을 신청할 정도로 실제 수령 사실을 다퉜다. 최종 전달 단계에 있었던 유경옥 전 행정관도 목걸이 수령·전달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고 맞섰다. 항소심이 이런 사정을 충분히 살피지 않은 채 수수 사실을 인정했다는 주장이다.
1·2심에서 모두 무죄가 선고된 명씨의 여론조사 무상 제공 의혹도 대법원 판단 대상이다. 특검은 명씨가 실시한 58회 여론조사, 약 2억7,000만 원 상당의 용역을 김 여사 측이 무상으로 제공받은 것은 정치자금법상 '부정한 기부'라고 주장했다. 대법원에서는 여론조사 같은 무형의 용역 제공을 정치자금법상 기부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조소진 기자 sojin@hankookilbo.com
이서현 기자 here@hankookilbo.com
장수현 기자 jangsu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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