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아지트·카페… 비확장 발코니의 아늑한 변신 [맛과 멋]
②빈티지 소품 채운 취향 가득 아지트
③햇빛 드는 작업실과 여행지 카페로
편집자주
내일은 오늘보다 맛있는 인생, 멋있는 삶이 되길 바랍니다. 라이프스타일 담당 기자가 한 달에 한 번, 요즘의 맛과 멋을 찾아 전합니다.

아파트 안과 밖의 사이에는 ‘발코니’가 놓여 있다. 통상 ‘베란다’(집채에서 튀어나오게 해 벽 없이 지붕을 씌운 부분)로 알려져 있지만, 우리가 떠올리는 장소는 엄밀히 따져 건축물 외벽에 접해 부가적으로 설치되는 공간, 발코니다.
발코니 확장은 대세 인테리어가 된 지 오래다. 거실과 방을 더욱 넓게 쓸 수 있다는 이점 때문이다. 하지만 발코니는 외부와 가장 밀착된 장소라는 특별함이 있다. 거실, 방과 문으로 분리돼 별도 공간으로 꾸미기도 쉽다. 짐을 보관하고 빨래를 너는 곳이라는 고정관념만 탈피한다면, 발코니의 놀라운 잠재력을 만날 수 있다. 공간의 매력을 십분 활용한 발코니 3곳을 만나 봤다.
①호텔 라운지


윤지인(가명·44)씨에겐 초등학생 시절 생생한 기억이 있다. 외식 장소를 고르려고 ‘뭐 먹을까’ 묻는 부모님에게 “분위기 좋은 데로 가자”고 답한 기억이다. “메뉴는 중요하지 않고, 노란색 전구 조명이 있는 레스토랑을 가고 싶었어요. 어려서부터 분위기 있고 예쁜 걸 좋아했어요.”
윤씨 가족은 대구에 거주하는 4인 가구다. 5년 전 지금의 아파트로 이사를 왔다. 침실과 거실, 작은방에 기다란 통발코니가 있는 집이었다. 처음부터 확장은 고려하지 않았다. 발코니를 없애면 섀시까지 교체해야 해 인테리어 비용이 크게 뛸뿐더러, 단열이나 결로 문제도 걱정됐다. 대신 발코니를 ‘분위기 좋은 공간’으로 재탄생시키기로 했다.

윤씨의 인테리어 콘셉트는 ‘호텔 라운지’였다. 바닥에는 타일카펫을 깔고, 벽에는 아이보리색 탄성코트를 칠했다. 길게 이어진 발코니 공간은 간살 파티션과 수납장으로 분리했다. 거실 발코니에는 1인용 소파 두 개와 테이블을, 침실 발코니에는 긴 소파와 쿠션을 놓았다. 편히 앉거나 누워 쉴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의도했다. 수납장, 테이블 위에는 전선이 연결되지 않은 캡슐 커피머신과 전화기를 올려놨다. 호텔 느낌을 살리기 위한 소품이다.
윤씨는 “공사와 시공은 탄성코트 칠, 벽장, 조명이 전부여서 비용이 크게 들지 않았다”며 “스타일링 비용은 조명과 타일카펫, 소파와 테이블, 간살 파티션, 수납장 등을 모두 합쳐 120만 원가량 들었다”고 설명했다.
1인용 소파가 바깥이 아닌 거실을 향하도록 놓은 점이 특이했다. 윤씨는 “맞은편에 아파트가 있어 밖을 향해 앉으면 불편할 것 같았다”고 설명했다. 아파트로 꽉 찬 거실 전망을 바꾸는 효과도 있었다. 윤씨는 “발코니가 곧 ‘거실 뷰’인 셈”이라며 “발코니를 쓰고 있지 않을 때도 눈이 즐겁다”고 웃었다.

②아지트

충북 제천시에 거주하는 오정원(28)씨 부부도 2년 전 신혼집을 꾸리면서 발코니 공간을 적극 활용했다. 오씨는 “발코니가 유독 많은 집이어서 최대한 살려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방마다 딸린 발코니만 총 4곳이었다. 확장해 드레스룸으로 쓰는 1곳을 제외하고 3곳의 발코니는 그대로 쓰고 있다. 각각 고양이 4마리를 위한 화장실과, 색다른 아지트 두 곳으로 만들었다. 거실은 원래 확장된 상태였지만, 설치돼 있던 폴딩도어를 유지해 발코니 자리를 카페 겸 포토존으로 꾸몄다.

오씨의 취향이 듬뿍 담긴 장소는 깊은 숲을 연상시키는 침실 발코니다. 이끼와 꽃이 그려진 짙은 녹색 러그를 깔고, 나무 책상과 수납함을 뒀다. 식물 모형을 놓아 싱그러운 느낌도 살렸다. 수납함과 책상 위는 좋아하는 빈티지 소품들로 채웠다. 오씨는 “일기를 쓰거나 책을 읽곤 하는 곳”이라며 “특히 비가 오는 날 즐겨 찾는 나만의 아지트”라고 소개했다.


서재 발코니는 밝고 산뜻하게 꾸민 또 다른 ‘아지트’다. 키우는 식물을 곳곳에 배치하고, 고양이들이 놀 수 있도록 한편에 캣타워를 뒀다. 고양이가 먹으면 안 되는 식물은 발이 닿지 않도록 높이 걸어뒀다. 오씨는 “맑고 햇살이 잘 드는 날은 주로 이곳을 즐긴다”면서 “고양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공간이다. 문이 열려 있으면 꼭 들어올 정도”라고 덧붙였다.
추운 계절에 활용하기 어렵진 않을까. 오씨는 “겨울에는 난로를 틀고 담요를 덮는다. 작은 공간이라 금세 따뜻해진다”며 “사계절 내내 발코니를 사용하고 있다”고 했다. 또 “식물은 추위에 강한 종을 주로 배치하는 편”이라고 덧붙였다.
오씨는 “발코니 아지트 2곳 인테리어 비용은 합쳐서 100만 원대 초반이었다”고 했다. 업체에는 타일 시공과 도배만 맡겼는데, 작은 공간이라 지출이 크지 않았다. 책상과 의자, 수납장 등 가구를 채워넣는 데에 97만 원이 들었다. 오씨는 “러그와 캣타워는 원래 갖고 있던 제품이었고, 책상은 중고거래를 해 비용을 아꼈다”고 설명했다.
③햇살 좋은 카페

경기 김포시에 거주하는 김리하(39)씨 부부 자택에도 서재와 거실, 침실까지 이어진 긴 발코니가 있다. 실내가 18평인데 발코니만 6평인 아파트였다. 확장도 고려했지만 결국 포기했다. 아파트 최상층이라 거실 층고가 높은데, 발코니 천장은 낮아서다. 확장을 하더라도 층고 차이 때문에 두 장소가 분리돼 보일 것 같았다. 그럴 바에는 나뉜 공간의 이점을 살려 다르게 꾸며보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김씨는 “카페 대신 발코니에서 일하느라 집에 머무는 시간이 크게 늘었다”고 했다.

김씨는 가벽과 커튼을 활용해 발코니 공간을 셋으로 나눴다. 서재 쪽 발코니는 분리수거함과 로봇청소기 등을 두는 생활 공간으로, 두 곳은 홈카페로 쓰고 있다. 이어진 바닥에는 실내 바닥과 같은 색의 조립마루를 깔아 이어진 느낌을 주되, 빈 곳을 흰 조약돌로 채워 실외의 느낌도 살렸다.거실 쪽 발코니는 테이블과 의자를 둬 재택근무를 할 수 있는 홈카페로 꾸몄다. 라탄 조명을 달고 빈티지 접시와 컵, 사진, 조화 등을 곳곳에 배치해 따뜻한 인상을 줬다.

평상 카페로 변신시킨 침실 쪽 발코니는 김씨가 특히 아끼는 곳이다. 원래는 움푹 파인 화단이었지만, 목공 인테리어를 해 평상으로 만들었다. 김씨는 “제주도에서 평상 카페를 간 적 있는데 너무 좋았어서 비슷하게 만들고 싶었다”며 “여행 온 기분을 낼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라고 설명했다. 김씨는 노트북으로 일을 할 때는 거실 발코니를, 책을 읽거나 음악을 들을 때는 평상 발코니를 주로 쓴다고 했다. 색다른 느낌의 카페 두 곳을 집에 모아둔 셈이다.

확장과 섀시 공사 비용은 1,000만 원이 훌쩍 넘지만, 발코니 인테리어는 저예산으로 가능한 것도 장점이다. 김씨는 “발코니·거실 사이 중문 체리몰딩을 필름 작업하는 비용이 110만 원으로 가장 컸고, 발코니가 넓어 조립마루도 40만 원어치를 썼다”고 했다. 평상은 목공 업체에 의뢰해 나무 자재와 설계도만 받아보고, 사포질부터 조립까지 직접 해 46만 원에 해결했다. 양쪽에 든 가구와 소품 값까지 합치면, 홈카페 2곳을 약 280만 원으로 만들었다.
"발코니 잘 활용하면, 방이 생기는 셈"


방치되기 십상인 발코니를 살려 집을 한층 다채로운 공간으로 꾸민 이들에게, 인테리어 공식이 되어가는 ‘발코니 확장’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었다. 3명 모두 “취향에 따라서 확장 역시 좋은 선택”이라면서도, “발코니에는 특별한 매력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발코니를 잘 활용하면 방이 새로 생기는 셈이에요. 언젠가 다른 집으로 이사를 가더라도, 확장 대신 발코니를 색다르게 꾸며 쓰고 싶어요.” (오씨)
“생활 공간에서 한 발짝만 나가면 새로운 기분으로 또 다른 분위기를 즐길 수 있는 게 발코니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윤씨)
“바람도 불고 해도 드는, 야외와 집의 중간이라는 점이 특별하다고 생각해요. 나만의 취향을 담아 이색적 공간을 만들고 싶다면 발코니 활용을 추천해요.”(김씨)
김나연 기자 is2n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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