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상호가 보여준 전지현의 색다른 얼굴…“‘K-좀비’ 도전 즐거워”

김가연 기자 2026. 5. 29.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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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군체’ 권세정役 배우 전지현 인터뷰
배우 전지현. /쇼박스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 좋았어요. 오랜만에 영화를 하는 게 아쉽고 후회스러울 정도예요. 영화 관객을 더 자주 만났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이 들어요.”

배우 전지현이 연상호 감독의 새로운 좀비 영화 ‘군체’의 얼굴이 되어 돌아왔다. 이번 작품은 영화 ‘암살’ 이후 11년 만의 스크린 복귀작이다. 명실상부 ‘톱스타’인 전지현과 ‘장르물의 대가’ 연상호 감독의 호흡은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영화는 개봉 5일 차에 200만 넘는 관객을 동원하면서 올해 개봉작 중 최단 기간 200만 돌파 기록을 세웠고, 손익분기점(300만) 돌파도 시간문제라는 관측이 나온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전지현은 “손익분기점까지는 백만이 남아 있지만 그래도 기대하게 된다. 관객들이 볼 때 재미가 있는 거다. 잘될 것 같다”며 개봉과 동시에 흥행 가도를 달리고 있는 소감을 전했다.

그의 기쁜 마음은 개봉 첫 주 주말에 진행된 무대인사 이벤트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극장을 찾은 팬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다양한 팬 서비스를 요구하는 팬들과 적극적인 소통에 나선 모습이 소셜미디어에서도 화제가 됐다. 전지현은 “무대인사 문화가 바뀌었는지는 몰랐다. 이야기를 듣고 보니까 너무 좋더라. 관객과 만날 기회, 소통할 기회도 별로 없는데 무대인사로 많은 관객을 만난다는 게 뜻깊고 새로웠다”고 했다. 이어 “무대인사를 하다 보면 관객들 얼굴이 자세히 보인다. ‘지현 언니’라고 쓴 스케치북을 들고 있는 분이 몇 없다. 그중에서 원하는 것들을 하는 게 (온라인상에서) 많이 보이는 것 같다”고 했다.

배우 전지현. /포토그래퍼 김신애

평소 연상호 감독의 작품을 모두 챙겨볼 정도로 ‘연상호의 찐팬’이라는 전지현은 제안을 받았을 때 이미 참여를 결정했다고 한다. 그는 “‘K-좀비’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우리나라에서 ‘좀비’라는 장르에 대해 관객들이 공감하는 데 불편해하지 않는 것 같다”며 “그런 장르물은 배우로서 언제든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이어 “팬데믹 이후 영화 산업이 달라지면서 도전할 기회가 현저히 적어졌다. 그러다 보니 드라마나 시리즈로 관심을 많이 가지게 됐다”며 “연상호 감독님 작품을 받게 돼 너무 좋았다”고 했다.

전지현은 인터뷰 도중 연상호 감독에게 ‘좀비들의 아버지’ ‘좀버지’ 등의 별칭을 붙이면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감독님과 꼭 한번 작업해보고 싶었다. 감독님 작품을 보면서 ‘저런 역할을 내가 했으면 좋았을 텐데’ 생각도 여러 번 했다”며 “감독님이 보여주는 세계관이나 작품의 색이 어두울 때도 있는데, 연상호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일까 궁금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만나 보니 유머러스하고, 편안하고, 재미있는 분이었다”며 “현장도 너무 좋았다. 다른 배우들이 이래서 여러 번 작품을 함께하는구나 싶었다”고 했다.

배우 전지현. /쇼박스

전지현은 극 중 생명공학과 교수이자 생존자 그룹의 리더 ‘권세정’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권세정은 주인공이면서 동시에 영화의 중심축이 되는 인물이다. 그는 “권세정이 어떤 특별한 인물로 여겨지기보다도 관객이 곧 권세정으로 보이게 하는 게 큰 역할이라고 생각했다”며 “권세정이 어떤 상황에서 어떤 선택을 하는지 관객이 이해하도록 하는 게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인간의 본질이 가장 잘 드러난다고 생각하는데, 권세정은 자신의 지식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려 하는 모습이 매력적이었다”며 “‘권세정이 중심을 잘 잡아줬기 때문에 흐름이 자연스러웠다’는 평도 있더라. 그런 면에서 성공했다고 할 수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영화의 차별점은 ‘업데이트형 좀비’에 있다. 전지현은 그런 좀비 설정이 흥미로웠다면서 “기존 좀비는 개별적으로 움직였다면 ‘군체’ 좀비들은 네트워크로 실시간 진화하고 군집된 형태로 하나의 무리로 움직인다. 개인의 사유를 AI에 양도하는 현대 사회의 모습을 감독님이 비판적으로 좀비에 담아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지현은 충무로에서 ‘액션 연기 잘하기로 이름난 배우’로 손꼽히지만, 이번 영화에서만큼은 자신의 실력을 절제했다. 그게 교수이자 박사라는 자신의 배역에 더 걸맞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는 “시키는 것만 하고 과하게 화려한 동작을 하진 않았다. ‘생명공학 박사인데 액션을 갑자기 너무 잘하는 것도 이상하다, 이 부분은 조절하자’고 감독님과도 얘기를 나눴다”며 “공학 박사가 아니었으면 물건으로 좀비를 막거나 상대를 죽이려 할 때 화려한 동작이 섞일 수는 있었겠지만, 그런 게 절제된 동작이었다”고 설명했다.

만약 전지현이 그러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어떤 선택을 할까. 그는 이 질문에 한 배역을 꼽으면서 “절대 안 죽을 것처럼 행동하다가 생각보다 빨리 죽을 것 같다”고 장난스럽게 말했다.

배우 전지현. /쇼박스

28년의 연기 경력을 자랑하는 그는 “현장을 거치면서 끊임없이 성숙해나간다”고 말했다. 전지현은 “저는 다른 곳에서 사회생활을 할 기회는 거의 없었다. 캐릭터를 통해 사회를 알아가고 그 안에서 성숙하는 것 같다”며 “나이도 들고 현장에서 주연 배우로서 책임감을 느끼는 게 달라진 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회가 닿는 대로 많은 작품을 하고 싶다. 배우로서 흥행을 무시할 수는 없다. 작품이 좋아서 했는데 많은 사람의 선택을 받지 못하면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며 “특히 영화는 내가 하고 싶은 것보다 관객들이 볼 수 있는 작품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전지현은 앞서 글로벌 인기를 얻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킹덤: 아신전’을 통해 좀비물에 도전한 바 있다. 그는 “‘킹덤’이 워낙 인기가 많았고, 저 또한 열혈 시청자로서 그 유니버스에 들어간다는 것 자체가 설렜다”며 “확장된 ‘킹덤’ 세계관에서 더 큰 활약을 하기를 기대했는데, 그 이후로 제작되지 않아서 많이 아쉬웠다”고 솔직히 털어놨다. 이어 “‘킹덤’을 놓치기에는 좀 아깝지 않나. 이야기를 이어가면 더 재밌었을 텐데”라며 아쉬운 마음을 전했다.

배우 전지현. /주한 프랑스대사관

그는 ‘군체’를 통해 글로벌 팬들과 만나고 싶다는 기대도 드러냈다. 이미 칸국제영화제에서 많은 해외 관객을 만나고 온 그는 “영화로 글로벌 인기를 모은다는 게 쉽지가 않은데, 이번 기회에 우리나라 이외의 많은 분에게 인사드릴 수 있다면 좋겠다”고 했다. 이어 “영화로서는 ‘엽기적인 그녀’ ‘내 여자친구를 소개합니다’ 이후로 글로벌 팬을 만나는 건 처음인 것 같다”며 “감독님의 힘을 빌려 많은 분에게 공감을 얻으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해외 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느냐’는 질문에는 “한국 배우로서 한국 작품에 집중하고 싶다”고 답했다. 전지현은 “전에는 다양한 작품에 도전하고, 그렇게 해서 배우가 가진 어떤 마켓이라든지 스펙트럼을 넓히고 싶었다”며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K-콘텐츠’의 입지나 위상이 달라졌다. 가장 한국적인 게 세계적인 거라는 생각이 드는 시기가 왔다”고 했다.

‘군체’는 정체불명의 감염 사태로 봉쇄된 건물 안, 고립된 생존자들이 예측할 수 없는 형태로 진화하는 감염자들에 맞서 벌이는 사투를 그렸다. 이 작품은 영화 ‘부산행’부터 ‘얼굴’, 시리즈 ‘지옥’ 등을 통해 독창적인 이야기를 선보여 온 연상호의 신작으로, 제79회 칸국제영화제에 공식 초청돼 개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지난 21일 개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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