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 키우며 떡집 새벽출근… 양가 가족들 덕분에 가능했죠”
[아이들이 바꾼 우리] 추승현·이상훈 부부

지난 22일 인천 연수구 연수동 한 아파트 단지 지하 상가. 10평 규모 작은 떡집에선 아이와 어른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이날 모인 사람은 총 13명. 떡집을 운영하는 추승현(38)·이상훈(43)씨 부부와 네 자녀인 서현(11·딸), 준섭(8·아들), 다현(5·딸), 태섭(2·아들) 남매, 그리고 양가 어르신들이었다. 아이들은 할아버지, 할머니, 고모할머니에게 학교·어린이집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재잘 얘기했고, 어르신들은 환히 웃으며 맞장구 쳤다. 네 남매의 엄마 추씨는 “우리 가족과 양가 부모님 모두 이웃이고, 시고모님들께서도 떡집 일과 육아를 도와주시다 보니 아이들이 어르신들을 너무 잘 따른다. 이런 가족은 정말 흔치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부는 2014년 처음 만났다. 추씨는 연수구에 카페를 운영하는 언니 일을 돕고 있었고, 근처에서 이씨는 고모에게 물려받은 이 떡집을 운영 중이었다고 한다. 서로 이야기하다가 마음이 통하기 시작했다. 특히 추씨는 매일 이른 아침부터 떡집 일을 하는 이씨의 성실함이 마음에 들었다. 이씨는 추씨와 통화할 때 자신의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마음을 표현했다. 둘은 이듬해인 2015년 결혼했고, 그해 첫딸인 서현이를 낳았다. 육아로 버거워하던 추씨에게 힘이 돼준 이들은 시고모를 비롯한 양가 어르신들이다. 남편 이씨의 고모 셋은 번갈아 떡집 일을 돕곤 했는데, 추씨가 밤에 잠을 잘 자지 않는 아이를 돌보느라 낮에 힘들어하면 고모들은 “아이는 우리가 돌보고 있을 테니 어디 가서 조금이라도 눈을 붙이고 오라”고 했다. 추씨는 “육아가 처음이라 당황스럽고 버거운 점들이 많았는데, 아이 이유식 먹이는 것부터 집안일까지 고모님들이 많이 도와주셨다”고 했다. 부부는 2018년 아들 준섭이를 낳았다. 고모들의 조카 손주 사랑은 이어졌다.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고, 놀이터에서 놀아줬다.
추씨는 결혼 초기부터도 남편에게 “나는 셋은 충분히 낳을 수 있다”고 밝혀왔는데, 남편 역시 추씨 생각에 공감했다고 한다. 부부는 2021년 셋째인 딸 다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들 크는 모습이 너무 예뻤던 부부는 넷째도 갖기로 했다. 추씨는 “‘셋도 키웠는데 뭐 넷이야’라는 생각도 했죠”라며 웃었다. 현실적으로 ‘든든한 육아 지원군’인 양가 어르신들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결심이기도 했다. 그렇게 막내인 태섭이가 2024년 태어났다.
추씨는 “첫아이 때부터 양가 어르신들이 육아를 자기 일처럼 쭉 도와주셔서 난 스스로 복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한다. 너무 감사하다”고 했다. 원래 인천 송도에 살았던 추씨의 친정 부모님도 더 가까이서 육아를 돕기 위해 연수동으로 이사 왔다. 부부와 사돈 집이 모두 아파트 이웃이다. 고모들도 모두 인천에 살고 있어, 아이들은 세 고모네 집으로 수시로 놀러 가곤 한다. 양가 어르신 총 10명이 번갈아 아이와 놀아주는 것이다.
육아에 많은 도움을 받곤 있지만, 추씨 부부는 생계를 위해 바삐 움직인다. 남편 이씨의 하루는 오전 5시 30분에 시작된다. 남편이 떡집에 출근해 일을 하는 동안 추씨는 아이들을 깨워 학교, 어린이집에 보낸다. 그리고 오전 9시 30분 떡집에 합류해 같이 일한다. 오후 2시 30분부터는 아이들이 속속 돌아오기 시작하는데, 양가 부모가 돌아가며 아이를 돌봐주는 사이 추씨 부부는 오후 7시까지 일을 마저 한다. 집에 돌아와선 밤까지 아이를 씻기고 숙제도 봐준다. 떡을 만드는 일이 육체적으로 힘들지만, 매일 새벽부터 일어나는 일과를 반복한다. 주말에도 쉬지 않고 떡집 문을 연다. 아빠 이씨는 “힘들 때도 많았지만 지금은 몸에 익숙해져서, 이젠 그러려니 한다”며 웃었다.
추씨의 친정아버지 추인호(74)씨는 일흔을 넘긴 나이에도 매일 헬스장에서 운동한다. 근력을 키워 아이들을 더 건강하게 돌보기 위해서다. 어린 시절 일찍 부모를 모두 여의었던 그는 ‘건강하고 행복한 가정 만들기’를 삶의 1순위로 삼아 살아왔고, 지금은 손주를 끔찍이 아끼는 할아버지가 됐다. 손주들을 등에 업고 늘 떡집 주변을 돌아다니며 근처 가게 사장들에게 인사를 건네다 보니, 4남매가 상가의 ‘인기 스타’가 됐을 정도다.
흔치 않은 4남매다보니 아이들이 집에서 장난감을 갖고 티격태격하는 건 일상이다. 그러다가도 서로 먹을거리가 생기면 나눠 먹고, 첫딸 서현양이 어린 동생들의 옷매무새를 정돈해주는 등 우애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부부는 “많은 양가 어르신들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성장한 아이들이 커서도 서로 정답게 지내길 무엇보다 바란다”고 했다. “아이들이 밖에서 서로 똘똘 뭉쳐 노는 모습을 보는 건 부모로서 큰 기쁨이죠. 앞으로도 세상을 살아가며 서로에게 힘이 되는 존재가 될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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