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학습 교사 면책 넓혔지만, “고의·중과실 기준 모호” 비판
학부모단체는 면책 확대 신중론

교육부가 현장체험학습 안전사고 발생 시 교사의 면책 범위를 넓히는 ‘현장체험학습 지원 방안’을 내놨지만, 교원단체들은 “중과실이 없음을 입증해야 하는 책임이 여전히 교사에게 있다”며 “현장의 불안을 해소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교육부가 28일 발표한 대책의 골자는 교사에 대한 법적 보호 조치 강화다. 이는 교원단체가 2022년 속초 체험학습 사고 이후 가장 강력하게 요구해온 대책이다. 이를 위해 교육부는 학교안전법을 개정해 민형사상 교사 면책 요건을 ‘안전조치 의무를 다한 경우’에서 ‘안전사고관리 지침을 현저히 위반해 고의 또는 중과실이 있는 경우’로 확대한다. 또한 ‘학교 안전사고관리 지침’에 안전사고 예방 활동의 기준도 명시한다.
현장체험학습의 걸림돌로 작용했던 교사의 행정 업무 부담도 줄인다. 전국의 모든 교육지원청에 현장체험학습 전담 인력을 배치해 교사가 직접 해오던 계약, 보조인력 배치, 안전점검 등의 업무를 대신 맡긴다. 보조인력 배치 기준은 기존 ‘학생 50명당 1명’에서 ‘학급당 1명’으로 확대하고 현장체험학습 매뉴얼은 간소화한다.
교원단체들은 교육부의 대책을 “일부 진전”이라고 평가하면서도 ‘고의·중과실’의 범위가 모호해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입장을 내놨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은 이날 성명서를 내어 “고의 또는 중과실 여부 판단 역시 수사기관과 법원의 해석에 따라 달라질 수 있어 교사는 여전히 형사처벌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교사노동조합연맹과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도 성명서를 발표해 “교통사고처리특례법과 같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명백히 입증되지 않은 경우 공소 제기 자체를 제한하는 완전 면책”을 주장했다.
교육부는 고의·중과실 판단 기준이 이미 기존 판례를 통해 정립돼 있다고 반박했다. 장홍재 교육부 학교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법원은 위법·위해성을 충분히 예측할 수 있는 상황임에도 특정 행동을 그대로 했을 때 ‘고의’라고 판단해왔다”며 “소방관, 경찰관 사례를 통해 고의·중과실 판단과 관련한 판례가 이미 두텁게 형성돼 있어서 모호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교사 보호의 필요성은 인정하지만 면책 확대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정치하는엄마들은 “교사라는 특정 직종에만 법적 면책을 부여하는 방안은 헌법적 가치를 정면으로 훼손하는 것”이라며 “법적 면책은 구조 개선의 책임을 회피하는 꼼수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면책 논쟁’을 넘어 ‘교육적 체험학습 설계’로 논의의 초점을 바꿔야 한다고 지적했다. 교사, 교육 전문가 등이 모인 민간 교육정책 연구소인 교육정책디자인연구소는 이날 성명을 내어 “현장체험학습 논의가 ‘실시 여부’에 갇히면서 학생의 배울 권리보다 교원의 권익 보호 논리가 전면화되는 뒤틀림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교육적 목적에 맞는 체험학습 설계를 논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정연 기자 yeon@hani.co.kr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사전투표 첫날, 오전 9시 1.7%…4년 전보다 0.11%p 높아
- 약사 유튜버, ‘서소문 사고’로 부친상…“책임감 강한 분이셨다”
- 미국 “미-이란 종전 잠정 합의 보도 맞다…트럼프 승인만 남아”
- ‘딱 한번’ 서울시장 후보 토론회…정원오 “흑색비방 난무” 오세훈 “토론 더 해야”
- 모두의 대통령, 그 모두에서 빠진 사람들…“언제 호명될까요?”
- [속보] 경찰, ‘서소문 고가 붕괴’ 서울시·시공사 등 7곳 압수수색
- ‘LG전자 흉기 난동’ 협력사 직원 오늘 구속 심사
- 다음달 2~3일 서울에서 한-미 ‘핵잠·원자력 협의’ 첫 회의
- 고친 흔적 가득한 시, 착잡한 낙서…윤동주 공책에 남은 불안과 고민 [.txt]
- 505보안대 지하실의 ‘흐느낌’…짓밟힌 5월의 여성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