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82% 폭등…월가 "버블인가"
【파이낸셜뉴스 뉴욕=이병철 특파원】 올해 들어 글로벌 반도체주가 폭등 수준의 랠리를 이어가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PHLX Semiconductor Index)는 연초 이후 82% 급등하며 사상 최고 수준의 출발을 기록했고, 인텔은 200% 넘게 뛰었다. 샌디스크는 570% 폭등했으며 삼성전자와 마이크론, SK하이닉스는 시가총액 1조달러 기업 반열에 올라섰다. 다만 월가에서는 "실적 기반 슈퍼사이클"이라는 기대와 함께 "닷컴 버블 재현 가능성"을 둘러싼 경고도 동시에 커지고 있다.
28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올해 첫 100거래일 기준 역대 최고 상승률을 기록했다. 종전 최고 기록은 닷컴 버블 붕괴 이전인 1995년이었다. 다우존스 마켓데이터 기준 반도체지수 구성 기업들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약 5조7000억달러 증가했다.
이번 랠리는 단순한 업종 강세를 넘어 미국 증시 전반을 끌어올리는 수준이다. 미국과 이란이 휴전에 합의한 이후 투자심리가 빠르게 살아난 가운데 AI 핵심 인프라로 꼽히는 반도체에 자금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개별 종목의 상승세는 지수 평균을 훨씬 웃돈다. 인텔은 올해 들어 200% 이상 급등했으며 샌디스크는 570% 폭등했다. AMD(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의 시가총액은 미국 최대 은행인 JP모건체이스를 넘어섰다. 시장에서는 "반도체가 사실상 미국 증시를 이끄는 유일한 성장 스토리가 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번 반도체 랠리의 핵심 배경은 공급 부족과 AI 수요 폭증이다. 과거처럼 특정 분야에 국한된 수요가 아니라 CPU·GPU·메모리 등 거의 모든 반도체 영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CPU 시장은 최근 급부상한 'AI 에이전트' 덕분에 다시 살아나고 있다. AI 에이전트는 코딩, 자료 정리, 일정 관리, 여행 예약 등 다양한 업무를 스스로 수행하는 자율형 AI 도구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 데이터 처리와 서버 연산이 필요해 데이터센터용 CPU 수요가 빠르게 늘고 있다.
인텔은 지난 4월 AI 에이전트용 CPU 판매 증가에 힘입어 데이터센터 사업 매출이 51억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한 뒤 주가가 20% 급등했다. 엔비디아 역시 GPU와 CPU 판매 호조에 힘입어 최근 분기 사상 최대 매출과 순이익 기록을 새로 썼다.
AI 메모리 시장도 과열 양상이다. 데이터업체 오른(Ornn)에 따르면 엔비디아 B200 칩의 임대 비용은 최근 3개월 동안 시간당 2.66달러에서 5.27달러로 두 배 가까이 상승했다. 게임과 AI 연산에 사용되는 DDR5 메모리 현물 가격 역시 지난해 11월 이후 두 배 이상 올라 하루 기준 22.50달러 수준까지 치솟았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수요가 단기 유행이 아니라 구조적 변화 단계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챗GPT 이후 생성형 AI 경쟁이 시작됐고 최근에는 AI 에이전트와 기업용 AI 확산으로 서버·메모리 투자 수요가 다시 확대되고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반도체주의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르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는 현재 50일 이동평균선과 200일 이동평균선을 크게 웃돌고 있다. 기술적으로는 과열 신호에 가까운 흐름이다.
HB웰스의 최고시장전략가 지나 마틴 애덤스는 월스트리트저널(WSJ)에 "향후 수개월 동안 AI 투자 열기가 시험대에 오를 수 있다"고 진단했다. 구글과 아마존 같은 하이퍼스케일러 기업들이 AI 투자 속도를 늦추거나, 현재 예상보다 적은 연산 능력을 요구하는 AI 모델이 등장할 경우 반도체 수요 증가세가 둔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정책 변화 역시 주요 변수로 꼽힌다.
그럼에도 월가 일각에서는 이번 랠리를 닷컴 버블과 단순 비교하는 것은 무리라는 반론도 나온다. 가장 큰 차이는 '실적'이다. 2000년 전후 닷컴 버블 당시 대표 기술주 상당수는 이익이 거의 없거나 적자를 기록했지만 지금 반도체 기업들은 실제 이익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현재 반도체지수 구성 기업들의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주가수익비율(PER)은 약 26배 수준이다. 10년 평균인 21배보다 높지만 닷컴 버블 시기 고점과 비교하면 여전히 낮다. 특히 마이크론은 향후 12개월 예상 실적 기준 PER이 10배 수준으로 S&P500 평균(22배)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pride@fnnews.com 이병철 특파원
Copyright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황신혜 "양정아·김승수 잘 만나고 있어…곧 날 잡을지도"
- "3주 만에 11억 벌었다"…SK하이닉스 몰빵 '51억 계좌' 인증한 슈퍼개미
- 맹승지, 코미디언 은퇴 선언…"인생 2막 즐겁게 살고 싶어"
- "삼전닉스만 잘 나가는 한국...외환위기 또 올 수 있어" [fn 인사이트]
- 장동혁 "예언하자면 李·민주당, 6월 3일 지나면 스벅 들고 다닐 것"
- 전남편 언급 황정음 "짐 빼가라고 문 열어놔…고맙다"
- 10% 싼 집 '우루루'...역세권·몰세권·학세권 다 있다[집 나와라 뚝딱!]
- "반도체, 엄청난 돈 쓸어담는 중…호황 수년간 계속된다" 전망 나왔다
- 투표하려 들어갔더니 기표된 용지가…항의 소동
- '동상이몽2' 김준호 "결혼 1주년 이벤트? 김지민 1억 갚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