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게 다 돈’…치솟는 유세차 부담에 지방선거 후보들 ‘한숨’
차·기름·사람 ‘삼중고’
군소정당 보전 ‘그림의 떡’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유가 여파로 유세차 운영 비용이 치솟으면서 전남광주 후보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8일 지역 정치권에 따르면 중동 전쟁 여파로 촉발된 국제 유가 불안이 이번 지방선거판을 강타하고 있다.
선거비용 한도액은 법으로 묶여 있는데 유세차 대여비·연료비·인건비 등 각종 비용이 줄줄이 오르면서 후보들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있다.
유세차는 후보자가 직접 발로 뛰기 어려운 원거리 지역까지 돌며 더 많은 유권자에게 얼굴을 알릴 수 있는 핵심 선거운동 수단이다.
특히 선거구 면적이 넓은 농어촌 지역일수록 유세차 없이는 사실상 선거운동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선거 운동에 빠질 수 없는 '필수 수단'인데 정작 돌리자니 치솟는 비용이 발목을 잡고 있다.
공직선거법상 유세차는 국회의원 선거구를 기준으로 후보자 1인당 1대만 운행할 수 있다. 광역단체장 후보는 광주권·전남권 각 1대씩 투입이 가능하지만, 기초의원 등의 후보는 자기 선거구 안에서만 운행이 허용된다. 단 1대를 쉼 없이 굴려야 하는 상황에서 고유가는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
이에 앞서 나프타 수급 불안으로 현수막 제작 단가가 최대 30%까지 뛰어오른 데 이어 유세차 연료비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후보들의 부담은 겹겹이 쌓이고 있다.
이번 선거에서 유세차는 화물로 등록된 차량만 사용할 수 있다는 조건도 붙었다. 일반적으로 유세차는 일반 차량을 2주 가량 임차해 랩핑·개조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데, 랩핑비와 자재비까지 전반적으로 올라 차량 확보 비용 자체가 이미 이전보다 높아진 상태다.
유세차 하루 대여 통상 가격은 제일 작은 0.5톤형이 19만 4천 원으로 책정돼 있어 풀가동하면 대여비만 최소 270여만 원에 이른다.
영상 화면을 송출하는 유세차의 경우 차량 연료 외에 발전기 기름값까지 별도로 들어 비용 부담은 배로 커진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 때 한 캠프는 주유비만 80~90만 원 안팎이 나왔다. 이번엔 그보다 훨씬 더 들 것이라는 게 캠프 관계자들의 공통된 예상이다. 다만 정확한 금액은 선거가 끝나봐야 안다는 반응이다.
기초의원급 유세차는 음향만 사용해 발전기 없이 운행이 가능하지만, 차량과 인력 구하기 자체가 어렵고 비용도 덩달아 올랐다는 게 현장의 목소리다.
운전 인건비도 부담이다. 유세차량 기사인부임은 1인, 1일 약 24만 원이다. 선거운동 기간 전체로 환산하면 330만 원 안팎이 소요된다. 운전자를 선거사무원으로 등록해 인건비와 식사비를 함께 처리하거나, 별도 인건비만 지급하고 식사는 자율에 맡기는 방식으로 운영하는 경우도 많다.
A정당 관계자는 "차 구하기도 어렵고 사람 구하기도 어렵고 이전 선거에 비하면 많이 비싸졌다"며 "쥐어짜가지고 선거운동을 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이 모든 비용이 법정 선거비용 한도 안에서 충당돼야 한다는 점도 부담거리다.
유세차 대여비·기름값·발전기 연료비 모두 선거비용 보전 청구 대상에 포함되지만 인구수에 따라 선거구별로 정해진 한도액을 넘길 수 없다. 한도액은 법으로 규정돼 크게 오르지 않은 반면, 현수막·공보물 등 인쇄물 가격과 기름값·자재비가 일제히 오르면서 결국 인건비를 줄이는 방식으로 한도를 맞출 수밖에 없는 구조다.
B정당 C후보는 "한정된 선거비용 안에서 비용이 올라가면 유급사무원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다"며 "옛날에 100만 원으로 충당되던 걸 이제 140만 원 지출해야 되면 40만 원어치는 다른 홍보를 못하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직격탄을 맞는 건 군소정당 후보들이다. 민주당 등 거대 정당 후보들은 선거비용 보전 득표율을 웃도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어 버틸 수 있지만, 군소정당 후보들은 보전 구조마저 불리하게 작동해 이중고를 피할 수 없다.
선거비용 보전은 득표율 10% 이상이면 지출 금액의 50%, 15% 이상이면 전액을 돌려받는다. 군소정당 후보 대부분은 이 기준을 달성하기 어려워 기름값을 포함한 모든 선거 비용을 고스란히 떠안을 가능성이 크다. 자금 여유가 있는 후보라면 보전을 포기하고 사비로 채워 넣을 수도 있지만, 생활 정치인에게는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선택이다.
정치권 일각에선 유가 급등 시기에 유세차 연료비 지원 기준을 현실화하거나, 전기차 유세 차량 도입을 유도하는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B정당 C후보는 "돈 있는 후보야 사비로 기름 채워 넣으면 그만이지만 생활 정치인한테는 말처럼 쉽지 않다"며 "결국 보전도 못 받고 사비로 다 감당해야 하는 구조가 될 수 있다"고 토로했다./김성빈 기자 ksb@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