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호 피격’ 선전수단 삼던 이란 매체들…“한국, 근거없이 비난” 입모아
“이란대사가 가짜깃발 작전 ‘경고’”했단 표현도
韓 선박 “피해” 대사 언급이 “사고(사건)”으로
전날 정부 발표부터 “韓 당국자 주장”으로 치부
이란 가리키는 韓정부 ‘물증’들 누락한 채 보도
“韓 근거없는 비난” IRNA 옮긴 타브나크 통신
나무호 피격 그날 “韓 추정” 불타는 선박 영상
李대통령, 언급 자제…靑 “공식채널은 외교부”
이란이 봉쇄 중인 호르무즈 해협 수역에서 우리나라 화물선 ‘HMM 나무’호가 이란제(製) 미사일 2발에 공격당했다고 3주를 넘겨 정부가 물증까지 잡아 발표했지만, 이란 정권과 관영매체들은 이튿날까지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치부하거나 침묵으로 일관하는 모습이다.
나무호가 폭발 화재를 겪은 지난 4일 “한국 선박의 피격이 추정된다”며 거대 괴선박이 불타는 영상을 보도(타브나크 통신)하고, 미군이 자체 중단한 민간 상선 호송작전을 이란군이 패퇴시켰다고 과시하며 한국 선박 공격을 “물리적 행동” 본보기로 거론(6일 국영 프레스TV)했던 행태와 대조된다.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대변 성향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은 HMM 나무호가 페르시아만에서 피격한 지난 5월 4일, 오후 11시 25분(이란 현지시간 오후 5시 55분) ‘아랍에미리트 인근에서 피격된 선박 영상’이라는 제목으로 보도하면서 피해 선박을 한국 선박으로 추정한 바 있다. [이란 타브나크 통신 홈페이지 갈무리]](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8/dt/20260528200853170ndue.png)
이란 국영 IRNA 통신은 28일(현지시간) ‘한국의 이란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을 일축하고, 대사는 위장 공격 가능성을 경고했다’는 제하 기사에서 “주한이란대사는 페르시아만에서 발생한 한국 선박 사고와 관련해 이란의 연관성을 전면 부인했다”고 보도했다.
이슬람혁명수비대(IRGC) 계열 준관영 타브나크 통신도 ‘한국이 이란에 대해 제기한 근거 없는 비난을 일축한다’며 같은 내용을 실었다. 이외에 파르스, 타스님, 메흐르, ISNA 등 준관영 통신들은 한국 동향 보도부터 드문 상황이다. 북한 미사일발사 현안보다 관심도가 낮다.
연합뉴스 보도를 인용한 IRNA는 사이드 쿠제치 주한대사가 전날(27일) 한국 외교부 청사로 초치돼 박윤주 제1차관과 면담한 뒤 취재진에게 한 발언으로 “이란은 이 사안과 관련해 제기된 모든 주장들을 부인하며 어떠한 방식으로도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뒤이어 “또한 그는 한국 선박 사고(사건)에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고 썼다. 연합뉴스가 실은 쿠제치 대사의 통역된 발언은 “개인적으로 이 ‘한국 선박에 발생한 그런 피해’에 대해서 유감의 말씀을 드리고 싶다”였는데, IRNA는 ‘피해’에서 사고(사건)로 톤을 낮춘 셈이다.
![사이드 쿠제치 주한이란대사가 HMM 나무호 호르무즈해협 피격 사건과 관련 지난 5월 27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 외교부로 초치된 뒤 청사를 나서며 기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8/dt/20260528200854468nxvx.jpg)
IRNA는 또 “이란 대사는 한국 정부의 조사 결과를 수용할 것인지, 그리고 사과 의사가 있는지에 대한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 이란의 관련성을 다시 한 번 부인하면서 ‘적대세력에 의한 거짓 깃발(주체 위장 공격) 작전에 대해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고 서술했다.
한국 언론에선 “적대국들의 가짜깃발 작전을 ‘주의’해야 한다”는 언급으로 보도됐는데, IRNA는 ‘경계할 필요’(주의)를 제목에서 ‘경고’로 함축한 것으로 보여 부적절하단 지적이 나온다. ‘가짜깃발’ 역시 이란 외무부가 나무호 공격 의혹에 대응할 때나, 아랍에미리트(UAE)의 한국수출 바라카원전이 이라크 내 친이란 무장세력 드론에 피격한 정황에도 내세웠던 수사(修辭)다.
IRNA는 전날 밤에도 정부의 진상조사 결과 발표를 ‘한국 당국자의 페르시아만 한국 선박 공격 관련 주장’이라는 취지의 제목으로 보도하고, 발표 내용을 ‘주장’으로 규정했다. 통신은 “연합뉴스는 박윤주 한국 외교부 차관이 기자회견에서 ‘HMM 나무호를 타격한 미확인 비행 물체는 이란이 개발한 누르(Nur)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고 보도했다”고 전했다.
IRNA는 “박 차관은 한국 정부가 발사 지점, 공격의 직접적인 주체, 또는 동기를 확인하지는 못했다고 밝히면서도, 여러 증거가 이란을 가리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동기와 관련해서는 확정적인 결론에 도달하기 매우 어렵고 입증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도 했다. 한국 정부가 3주를 넘겨서도 이란군으로 공격 주체를 특정하지 않은 부분을 부각시킨 의도로 보인다.
![정부는 지난 5월 27일 박윤주 외교부 1차관의 브리핑을 통해 호르무즈 해협의 한국 선박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가 이란산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크다고 결론내렸다고 발표했다. 사진은 외교부가 공개한 HMM 나무호를 타격한 비행체의 탄두. [외교부 제공·연합뉴스]](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8/dt/20260528200855731drya.jpg)
IRNA는 “이 공격 직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란이 HMM 선박 및 다른 목표물들에 대해 공격을 감행했다고 주장했으나, 주한이란대사관은 테헤란이 이번 사건에 군사적으로 관여했다는 모든 주장을 전면적이고 단호하게 부인한다고 강조(6일 성명)했다”며 “HMM 나무호는 현재 UAE에서 수리 중이며, 이번 공격으로 인한 인명 피해는 없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실제론 나무호 선원 중 1명이 목뼈 미세 골절 부상을 입었다. IRNA는 “이란 이슬람공화국은 항상 적대 대상에 공격이 있을 경우 이를 명확히 발표해 왔다고 강조하면서, 적들이 기만 작전이나 ‘가짜깃발’ 작전을 통해 이란과 다른 국가들 간 관계를 훼손하려는 목적으로 벌인 공격에 대해선 책임을 인정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도 했는데, 면피 포석을 거듭 깔았단 해석이 나온다.
통신은 한국 정부가 이란제 미사일 피격으로 결론내린 근거 중 ▲비행체 엔진 잔해가 이란산 터보제트 엔진과 유사하고 부품에서 이란의 제조사 각인으로 추정되는 글자를 확인한 점 ▲불발된 미사일 1기의 탄두 형상이 이란 대함미사일 탄두와 유사한 점 ▲잔해물 하늘색 도색과 전자기판 생산연도를 미루어 구형 누르 계열 대함미사일일 가능성이 높은 점 등은 싣지 않았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6·3 지방선거 공식선거운동 기간이던 지난 5월 27일 부산 남항시장에서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연합뉴스]](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5/28/dt/20260528200857032nxsh.jpg)
한편 청와대는 정부 조사결과 발표 이후 추가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강유정 청와대 수석대변인은 이날 ‘수석·보과관 회의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관련 언급을 했는지’ 기자들이 묻자 즉답 대신 “나무호 관련 정부의 공식적 채널은 외교부”라며 “어제 공식 발표가 있었고, 앞으로도 외교부를 통해서 나무호 관련 후속 상황들은 브리핑 되고 공유될 거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KBS에 따르면 청와대 관계자도 “(오늘 회의에서 나무호 피격 사건과 관련해) 별다른 내용이 없었다”며 “어제 외교부에서 발표되기 전에 (대통령에게) 보고되지 않았을까 싶다”고 설명했다.
한기호 기자 hkh89@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