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변, 오해와 왜곡 [구주모의 역사 살롱]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군대 지휘관의 능력을 "변화된 형세에 얼마나 잘 대처하느냐"로 파악했다. 고정된 틀에 얽매이지 않고 용병을 구사한 위무제(魏武帝) 조조는 그래서 초세지걸(超世之傑·시대를 초월한 영웅)로 평가받는다.
한반도에서는 임진왜란 당시 배수진(背水陣·물을 뒤로한 채 물러설 수 없는 전투에 임하는 진)으로 유명한 충주 탄금대 전투가 이를 반증한다. 왜군을 막을 수 있는 고갯길인 문경 새재를 버리고, 탄금대에서 병서에 등장하는 배수진을 기계적으로 적용했다가 비극적인 패배를 당한 신립은 지금까지 욕을 먹고 있다.
권변(權變·상황에 따라 적절하게 대처함)을 숭상하는 풍조는 난세가 이어지면서 계속 강화됐고, 어느덧 군문(軍門)을 넘어 민간의 처세철학으로 자리 잡기에 이른다.
그 결과 일이 생기면 무조건 융통성 있게 처리해야 한다는 부작용이 고개를 들었고, 이 같은 폐단은 권변을 아예 "규칙과 질서를 지키지 않고 그 허점을 파고들어 실리를 챙기는" 행위로 격상시켰다. 중국인들이 유독 질서를 가볍게 여기는 건 바로 이 때문이다.
5.18 폄훼 마케팅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스타벅스 또한 처음부터 '일그러진 권변 바이러스'에 오염돼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민상식을 짓밟는 마케팅을 시작한 것이 그렇고, 회장이 직접 머리를 숙이면서도 현장직원 피해를 들먹이며 "서로 생각이 달라도 이해하자"는 뚱딴지 해법을 내놓은 게 그렇다.
동양적 사고의 뿌리인 선진철학(先秦哲學)은 권변이 오용되는 것을 겨냥한 듯 이렇게 말한다. "규칙을 존중하면 규칙을 일시적으로 구부려 목전의 이익을 얻는 것보다 훨씬 더 큰 장기적 이익을 확보할 수 있다."
정용진과 스타벅스 경영진은 그러나 이 설명에 동의할 것 같지 않다. 이들에게 권변이란 어려운 상황을 뚫고 나가는 '문제해결 능력'이 아니라, 상식을 저버린 공간에서 생기는 '이익을 챙기는 기술'이기 때문이다.
/구주모 경남도민일보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