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도폭탄 우려 덜었다’···국민연금, 국내주식 보유 비중 14.9%→20.8%로 대폭 상향

이보라 기자 2026. 5. 28. 19:2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장인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이 28일 서울정부청사에서 제5차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복지부 제공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대폭 상향하기로 했다. 시장 충격을 최소화하려는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매도폭탄’ 우려를 덜었으나 일각에선 자산 배분 원칙을 지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회의를 열고 2027~2031년 중기자산배분안을 심의·의결했다. 중기자산배분은 국민연금이 향후 5년 동안 어떤 자산에 얼마만큼 투자할지를 정하는 중장기 계획이다.

기금위는 올해 자산 배분을 국내 주식 20.8%, 해외 주식 34.7%, 국내 채권 23.1%, 해외 채권 7.4%, 대체 투자 14.0%로 조정했다. 국내 주식 비중은 현재보다 5.9%포인트 늘렸다. 해외 주식(-2.5%포인트), 국내 채권(-1.8%포인트), 해외 채권(-0.6%포인트), 대체 투자(-1.0%포인트)는 모두 줄였다. 현재 국내 주식 등 자산군별 비중 현황은 공개하지 않았다. 이는 다음달 말부터 적용된다.

당초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14.9%였다. 지난해 5월 계획에 따른 수치였으나 코스피 급상승세로 지난 2월 말 기준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비중은 24.9%까지 늘어난 상황이었다. 이에 국민연금은 다음달까지 리밸런싱(자산 배분)을 유예해왔다가 이날 결정을 통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확대키로 한 것이다.

기금위는 “상법 개정 등에 따른 국내주식 시장의 구조적인 변화 가능성과 국내 주식 실제 비중 확대 상황을 고려했다”며 “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높이고 리밸런싱에 따른 시장 영향을 완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기금위는 또 변동성이 큰 국내 주식 시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기 위해 국내 주식의 전략적 자산배분(SSA) 허용범위를 확대하기로 했다. 구체적인 허용범위를 공개하지 않았지만 국내 주식 비중은 약 25.8% 이상이 가능해졌다고 볼 수 있다.

기금위는 2031년 말 기준 자산군별 목표 비중은 주식 55% 내외, 채권 30% 내외, 대체투자 15% 내외로 정했다. 내년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은 올해 비중 20.8%을 유지하기로 했다. 해외 주식은 35.6%, 국내 채권은 21.8%, 해외 채권은 7.4%, 대체투자는 14.3%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은 “최근 시장 여건 변화에 대응해 국민연금기금의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제고하면서도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며 “원칙과 유연성이 조화되는 기금운용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하겠다”라고 말했다.

이번 결정은 국내 증시가 상승세 속에서도 큰 변동을 보이는 상황에서 시장 충격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을 대규모로 매도할 경우 수급 부담으로 증시 하락을 초래할 수 있고, 해외 주식 투자 확대 과정에서 달러 수요가 증가해 원·달러 환율 상승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증시의 ‘큰 손’인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목표 비중을 높이면서 ‘1만피’ 전망이 나오는 코스피의 추가 상승에 힘을 보탤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이준서 동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국내 시장의 활성화를 위해서라도 국내 주식 비중을 유연하게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국민연금이 원칙대로 국내 주식을 줄이는 방향으로 자산 재배분을 해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재원 서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칙대로 국내 주식을 늘리지 않는 방향으로 리밸런싱을 했어야 하는데 이미 유예하면서 실기한 상황”이라며 “단기 수익을 극대화하는 쪽이 아니라 지속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다시 리밸런싱을 해서 해외 주식을 늘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보라 기자 purpl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