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팔릴 뻔”…국민연금 깜짝 결단

손유지 2026. 5. 28.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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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코스피 폭등에 연금 투자전략 급선회
100조 매도 우려에 시장 긴장감 최고조
해외주식 줄이고 국내 증시 비중↑
국민 노후자금 안정성 논란도

[지데일리] 국민연금이 다시 국내 증시의 ‘구원투수’로 등장했다. 코스피가 거침없는 상승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보유 비중을 대폭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시장은 한숨을 돌리는 분위기다.   

자칫하면 100조 원이 넘는 대규모 매도 물량이 쏟아질 수 있다는 공포가 금융시장을 짓눌렀지만, 정부와 국민연금은 시장 충격을 피하는 방향을 택했다. 다만 국민 노후자금을 국내 증시에 과감하게 실어도 되느냐는 논란 역시 동시에 커지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20.8%로 대폭 상향했다. 코스피 급등 속 100조 원대 매도 우려를 피하며 시장 안정에 힘을 실었다. [사진=국민연금공단]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제5차 전체회의를 열고 올해 국내 주식 목표 비중을 기존 14.9%에서 20.8%로 상향 조정하기로 의결했다. 지난 1월 국내 주식 비중을 14.4%에서 14.9%로 높인 데 이어 넉 달 만에 다시 비중 확대를 결정한 것이다. 

국민연금이 불과 몇 달 사이 국내 증시 투자 전략을 연이어 수정한 배경에는 최근 이어지는 코스피 급등 흐름이 자리하고 있다.

최근 국내 증시는 외국인 자금 유입과 반도체 업황 회복 기대감, 기업 실적 개선 전망 등이 맞물리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시가총액 상위 종목 중심으로 투자 열기가 확산되면서 국민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평가액 역시 빠르게 불어났다.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 국내 주식 비중은 이미 지난 2월 말 기준 24.5%까지 치솟은 상태였다. 기존 목표치와 비교하면 10%포인트 가까이 웃도는 수준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의 자산 배분 규칙이었다. 목표 비중을 크게 초과한 상태가 지속되면 정해진 기준에 따라 보유 주식을 팔아 비중을 맞춰야 한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규정대로 움직일 경우 100조 원이 넘는 국내 주식을 시장에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돼 왔다. 국내 증시를 떠받치고 있는 핵심 기관투자가가 대규모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 충격은 불가피하다는 전망도 이어졌다.

결국 국민연금은 시장 안정을 고려한 선택을 내렸다. 국내 주식 비중을 높이는 대신 해외주식은 2.5%포인트 줄였고, 국내채권과 해외채권도 각각 1.8%포인트, 0.6%포인트 축소했다. 대체투자 역시 1%포인트 낮췄다. 국내 증시 비중 확대를 위해 다른 자산군의 비중을 조정하는 방식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한 셈이다.

이번 결정은 단기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국민연금은 내년까지도 국내 주식 목표 비중 20.8%를 유지하기로 했다. 이는 그동안 추진해온 장기 전략과는 다소 다른 흐름이다. 

국민연금은 인구구조 변화와 기금 안정성 확보를 이유로 국내 주식 비중을 점진적으로 줄이고 해외 투자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을 추진해 왔다. 국내 시장의 변동성이 크고 특정 산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이 주요 이유였다.  

하지만 최근 국내 증시의 상승 속도가 예상치를 크게 웃돌면서 전략 수정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기금이 보유한 국내 주식 가치가 급등한 상황에서 기계적인 매도에 나설 경우 시장 혼란은 물론 연금 수익률에도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이 증시에 강력한 안정 신호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도 나온다.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를 감안하면 국민연금이 최대 25% 이상 국내 주식을 보유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논란도 적지 않다. 국민연금은 국민 노후를 책임지는 대표적 공적 자금이다. 그만큼 안정성과 수익성 사이 균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국내 증시가 상승 국면에 있다고 해도 변동성이 큰 주식시장에 지나치게 많은 자금을 배분하는 것이 적절하냐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향후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국민연금 수익률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 겸 기금운용위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장기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고려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 역시 중요한 판단 요소였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결정은 국민연금이 더 이상 시장과 분리된 존재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국민연금의 움직임 하나가 증시 방향을 흔드는 시대, 시장은 이제 국민연금의 다음 선택까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