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극우' 등용문 된 광화문·세이브코리아 집회
자유와혁신, 자유통일당, 전한길 세력으로 흩어져

12·3 비상계엄 이후 한국 사회의 거리에는 '내란 옹호'와 '탄핵 반대'를 외치는 세력이 쏟아져 나왔다. 그 중심에는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를 필두로 한 광화문 태극기 집회와, 손현보 목사가 이끄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 등 극우 개신교 네트워크가 있었다.
이들은 한국교회 전체를 대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시끄럽고 조직화된 이 소수는 오랫동안 한국교회의 공적 이미지를 형성하는 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쳐 왔다. 정치적 선동과 종교적 언어가 뒤섞인 집회 현장은 교회 안팎의 경계를 흔들었고, 일부 목회자·정치인·유튜버·시민단체 활동가들은 서로의 무대와 메시지를 공유하며 세력을 넓혀 갔다.
<뉴스앤조이>는 '아스팔트의 그림자'라는 이름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 구속 이후 더욱 선명해진 이 연결망을 추적했다. 극우 개신교 세력이 어떤 방식으로 조직되고 확산됐는지, 그들의 언어와 행동이 한국교회 일부를 넘어 대다수 개신교인과 시민사회에 어떤 부담과 영향을 남기고 있는지를 차례로 살펴본다.
[뉴스앤조이-안디도 기자] 12·3 비상계엄 이후 전광훈 목사를 중심으로 열린 광화문 태극기 집회와 손현보 목사의 세이브코리아 집회 무대 위에는 수많은 사람이 연사로 나섰다. 배우, 교수, 인플루언서 등 유명인부터 대학생, 뮤지컬 배우 등 잘 알려지지 않은 인물까지 다양했다.
특히 2030 청년들이 눈에 띄게 많았다. 태극기 집회는 '청년의 시간'을 별도로 마련해 젊은 연사들을 무대에 세웠다. 세이브코리아는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주도했던 대학생들과 신학생들을 자주 등장시켰다. 수천~수만 명이 모인 자리에서 큰 소리로 자신의 생각과 이념을 드러내는 일은 엄청난 기회이자 경험이 됐다. 청년들은 너 나 할 것 없이 혐오 표현과 가짜 뉴스를 쏟아 냈다. 중국 간첩이 대한민국을 장악하고 있다며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은 상식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정당하게 거부권을 행사하고 양당에 협의를 구하고 조금 더 검토하고 신중하게 결정하려는 것이 직무 유기인가. 절대 아니다. 이 X같은 빨갱이 XX들." (2024. 12. 28. 태극기 집회 / 뮤지컬 배우 차강석)
"현재 대한민국에는 95만 명 이상의 중국인이 있다. 중국인 유학생은 7만 명이 넘는다. 그들은 인육을 먹고 마약을 퍼뜨리는 등 온갖 범죄를 저지르고 있다. 무비자로 들어와 간첩질을 일삼고 있다." (2025. 3. 15. 세이브코리아 집회 / 카이스트 수리학과 21학번 노 아무개 씨)

이들의 외침과 다르게 윤석열 전 대통령은 탄핵됐고 감옥에 갇혔다. 비상계엄을 간첩과 부정선거 때문에 벌인 '대국민 호소'라고 한 윤 전 대통령의 궤변을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탄핵 후 1년, 주동자들이 재판을 받는 데 이어 광장을 이끈 전광훈·손현보 목사는 구속됐다. 태극기 집회는 규모가 줄어들었고, 세이브코리아는 사라졌다. 그렇다면 혼란 속에서 갑작스럽게 등장했던 청년들도 과연 자취를 감췄을까.
<뉴스앤조이>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2025년 1~3월 사이 태극기 집회와 세이브코리아에서 마이크를 잡은 인물 중 정치인이나 목회자가 아닌 연사 100여 명을 전수조사했다. 유튜브 채널과 인스타그램 등 소셜미디어와 당시 소속된 단체 활동을 확인했다. 그 결과 연사로 이름을 알린 청년 중 일부는 정치계, 언론계로 진출해 '윤 어게인'을 계속 외치거나 이번 지방선거 국민의힘 출마자들의 유세 현장을 함께 다니며 홍보하고 있었다.
지방선거 앞두고 |
두 집회 무대에 오른 청년 중에서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으로 출마 선언을 한 경우가 있었다. 브라이트자유청년연대 소속인 고등학교 2학년 이 아무개 씨는 2025년 1~3월 사이 열린 태극기 집회와 세이브코리아 집회 양측 모두 참석해 무대에 올랐다. 그는 2026년 3월,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부산 사상구의원 예비후보에 출마했다. 이 씨는 1월 9일 한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출마하게 된 계기는 (당선된다면) '윤 어게인 세력 중에 청년, 그것도 고등학생이 제도권에 들어왔다. 그만큼 윤 어게인이 대세'라는 것을 보여 주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이 씨가 소속한 브라이트자유청년연대는 부산 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보수 청년 단체다. 비상계엄 직후 열린 집회에서 이곳 소속 청년들은 여러 차례 마이크를 잡았다. 이들은 2024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윤 어게인을 주장했다. 공천 결과 이 씨는 컷오프됐지만 그는 부산 북구갑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나선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5월 22일부터는 박민식 후보를 홍보하는 쇼츠 영상을 10여 개 올렸다.

태극기 집회에서 수차례 연설한 이건희 씨는 자유통일당 청년대변인에 임명됐다. 그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자유통일당 동대문구의원 후보로 출마했다. 이 씨는 자유통일당에서 정치를 시작한 이유를 "(자유통일당이) 90% 이상 공산화된 대한민국을 반국가 세력으로부터 지킬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5월 17일 열린 이건희 후보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서 이종혁 자유통일당 사무총장은 태극기 집회에서 한 이 후보 발언에 감명받았다고 밝혔다. <동대문이슈> 보도에 따르면, 이 사무총장은 "광화문 연설 현장에서 수많은 관중 앞에서도 자유민주주의와 대한민국의 미래를 당당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정치적 가능성을 봤다"고 말했다.

자유와혁신, 자유통일당 |
자유와혁신과 자유통일당 등 극우 정당에 합류한 사람들도 있다. 2025년 1월 4일, 한남동에서 밤 10시가 넘게 이어진 태극기 집회에서 마이크를 잡은 웹툰 작가 정호영 씨는 자유와혁신 대변인으로 임명됐다. 그는 2024년 10월, 네이버 웹툰 공모에 '이세계 퐁퐁남'이라는 제목으로 만화를 그려 여성 혐오 논란을 일으킨 인물이다.
집회 무대에서 정 씨는 "웹툰 이세계 퐁퐁남이라고 페미니즘 좀 비판했다고 거의 조리돌림을 당했다. 그걸 극복하고 투쟁하러 나왔다"며 "국민의힘 의원들 뭐 하나. 여태까지 온 정당 임원이 10명도 안 된다는 게 말이 되냐. 중국에 돈 받아 처먹은 거 아니면 선착순 30명 나와라. 이 XX들아"라고 막말을 쏟아 냈다.
청년 연사 일부는 전한길 씨가 돕고 있는 김현태 후보 선거 캠프에서 활동한다. 학생의소리 대표인 이명준 씨는 최근 전한길 씨가 주도한 우산 혁명 집회에서 연사로 나섰고, 현재 김현태 후보 유세에 동참하고 있다. '노매드 크리틱'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윤석종 씨 또한 김 후보 개소식 현장을 생중계했다. 그는 라이브 방송에서 전한길 씨에게 "달방을 잡았다. 매일매일 (선거 사무소를) 왔다 갔다 하겠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태극기 집회에서 공연하는 나제세 씨와 '이대남의 우회전'이라는 채널을 운영하는 김찬혁 씨, 망기토TV 박기태 씨, 신계몽령TV를 운영하며 현재 태극기 집회에서 사회자로 활동 중인 박태환 씨 등은 우산 혁명 집회에 참석해 자유 발언자로 나섰다.

유튜브 채널에서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인터뷰하는 등 '빅 스피커'가 되어 관계를 이어 가는 청년들도 있다. 대표적인 경우가 탄탄대로 권예영 대표다. 연세대학교 학생인 그는 2025년, 윤석열 전 대통령이 탄핵되자 탄핵에반대하는청년모임(탄대청)을 만들고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이끌었다. 그는 2025년 1월, <월간조선>과의 인터뷰에서 "탄핵 반대의 구심점이 되고 싶어 탄대청을 만들었다. 현재 민주당이 '자유와 법치주의' 가치를 훼손하며 나라를 어지럽히는데, 미래 세대인 청년들이 막아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권 대표는 태극기 집회와 세이브코리아 집회에서 여러 번 연사로 나섰다. 윤 전 대통령이 탄핵된 이후에는 탄대청을 '탄탄대로'로 바꾸고 국민의힘 정치인들을 인터뷰하기 시작했다. 2026년 2월에는 김진태 강원도지사를 인터뷰했고, 올해 4월에는 연임에 나선 유정복 인천시장 후보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공약을 자세히 홍보했다.

양 집회에서 수차례 무대에 올랐던 차강석 씨는 극우 행보 이후 배우 활동을 접고 유튜버로 전향했다. 그는 자유 발언에서 "야당은 탄핵 중독으로 이 사회를 좀먹는 사회주의자들이 분명하다. 반드시 없애야 하는 세력은 공산 세력과 간첩들과 반국가 세력"라고 말하는 등 거칠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 냈다. 차 씨는 윤 전 대통령 1심 선고를 앞둔 올해 2월, 공소 기각을 주장하며 법원 앞 단식 농성을 벌이기도 했다. 현장에는 김민수 국민의힘 최고위원을 비롯해 전 한국사 강사 전한길 대표, 김현태 후보 등이 응원 차 방문했다.
차강석 씨는 지방선거가 시작되자 각 후보의 선거 사무소 개소식에 참석했다. 5월 17일에는 인천 계양구을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김현태 후보 개소식을, 5월 19일에는 국민의힘 경기도의원으로 출마한 이유진 후보와 이정열 용인시의원 후보 합동 개소식을 찾아 라이브 방송을 했다.
5월 18일에는 군산시의원 후보로 나선 노영진 후보와 함께 선거 유세를 하며 현장을 생중계했다. 노 후보 역시 30대 청년 남성 후보다. 차 씨는 노 후보와의 대화에서 "선거는 총성 없는 전쟁이고, 지금 우리나라는 체제 전쟁 중인 것 아닌가. 정말 우리나라는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 얼마나 모자란 개돼지들이 많으면 나라가 빚을 지든 말든 그냥 돈만 주면 좋다고 하지 않나"고 말했다. 발언을 들은 노영진 후보는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예술종합학교 학생 황 아무개 씨는 윤 전 대통령 탄핵 결정을 앞둔 2025년 3월 17일, 학내에서 '탄핵 반대 시국 선언'을 주도했다. 약 5일 뒤인 3월 22일에는 세이브코리아 집회 발언자로 나섰다. 그는 집회에서 "우리나라 언론, 사법, 행정 등 좌파 카르텔이 장악하지 않은 곳이 없지만 이렇게 주권자 국민이 깨어났으니 다시 재도약하는 날이 올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말했다.
탄핵 이후 황 씨는 자유대학에서 분리된 시국에행동하는대학연합(시대연)에서 활동했다. 그는 조배숙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검찰 개혁 4법에 반대하는 시대연의 국회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기도 했다. 황 씨는 올해 3월 17일, 국민의힘 중앙대학생위원으로 임명됐다.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4월 18에는 '6·3 지방선거 국민의힘 2030 SNS 서포터스'에 참여했다.

대형 교회 현상과 아스팔트 우파를 연구해 온 제3시대그리스도교연구소 김진호 이사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청년 연사들이 영향력을 크게 미치지는 못하겠지만, 향후 극우 세력 중심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광장 위 청년들이) 사회적인 동력을 보이는 건 아직 미미하다. 이번 선거 국면에서는 영향력이 크지 않아 보인다. 하지만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나아가 김 이사는 미국 TPUSA를 이끈 찰리 커크처럼 무대에 오른 이들이 다른 청년을 광장으로 끌어들이는 역할을 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엘리트 청년들이 온라인 공간에서 오프라인으로 나왔고 성공했다. 찰리 커크와 비슷한 경우가 매우 많다. 트럼프 정부에 많이 들어가기도 했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이제 막 정치 무대에 진출한 친구들이 그런 역할을 하고 싶을 것이다. 아직 오프라인으로 나오길 망설이는 청년들을 끌어들일 가능성은 늘 있다"고 말했다.
전광훈 현상과 태극기 집회를 분석한 기독연구원느헤미야 배덕만 원장은 청년들이 발언자로 나서면서 참석자들이 생각을 강화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 예상했다. "집회에 참석했던 사람 중 젊은이들이 꽤 많았고, 굉장히 좋았다고 평가했던 청년도 있었다. 그 자리에 나온 사람들은 이미 교회에서 목사님들에게 이야기를 듣고 동의한 경우였기 때문에 기존에 있던 신념을 강화하는 효과는 분명히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 원장은 '윤 어게인'과 부정선거를 외치는 청년들이 광장에서 결집하는 현상은 우리 사회에 불행한 일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그들은 민주주의를 부정하는 그룹들이다. 자유민주주의를 말하지만 비상계엄을 정당화하고 죄가 없다고 주장한다. 그런 인식을 지닌 이들이 모여 있으니 버튼을 누르면 언제든지 법 체제를 깨부수고 부정선거를 주장할 수 있다. 이렇게 파시즘 체제로 가는 사람들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불행한 일"이라고 말했다.(계속)
안디도 titus12@newsnjoy.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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