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방의 감초’로 차 끓여먹은 40대女...죽음의 문턱까지 갈 뻔했다?

김영섭 2026. 5. 28.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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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동안 감초차 하루 2L씩 마신 뒤...감각 이상 보이고, 근육마비와 치명적인 부정맥 위험에 전면 노출
중년 여성이 차를 마시고 있다. 감초로 끓인 차를 많이 마시면 건강 전반에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위험한 착각일 수 있다. 감초차를 매일 2L씩 1년 동안 마신 40대 벨기에 여성의 건강이 엉망진창 됐다는 사례 연구 결과가 학계에 보고됐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건강한 40대 벨기에 여성이 1년 전부터 입 주변의 피부가 찌릿찌릿하고 아린 증상을 지속적으로 보였다. 이런 감각 이상 때문에 종합 비타민제를 처방받아 복용했지만 차도가 없었다. 어느 날 갑자기 메스꺼움·구토·오한 등 증상까지 나타나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벨기에 브뤼셀 델타병원 연구팀은 특별한 지병(기저질환)이 없고 특별한 약을 복용한 적도 없는 44세 여성이 최근 1년 동안 한방에서 널리 쓰는 약재인 감초로 만든 차를 매일 약 2L씩이나 마셔 '가성 고알도스테론증'에 걸린 사례를 학계에 보고했다.

이 환자는 정밀 검사 결과 매우 충격적인 몸 상태를 보였다. 심각한 고혈압(170/90 mmHg)이었고, 몸 안의 전해질 균형이 완전히 깨진 것으로 나타났다. 혈액 속 칼륨 수치가 정상 기준치(3.5~5.1 mmol/L)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2.3 mmol/L)까지 떨어져 '중증 저칼륨혈증' 상태였다.

또한 콩팥(신장) 기능, 뼈 건강, 칼슘 균형과 관련 있는 인산염 수치가 매우 낮았고, 혈액이 비정상적으로 알칼리성화하는 증상(대사성 알칼리증)도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심장 부정맥이 언제든 발생할 수 있는 위험한 상태였다.

추가 정밀 검사에서 환자의 콩팥은 칼륨을 소변으로 쉴 새 없이 내보내고 있었다. 혈압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레닌, 알도스테론 수치는 비정상적으로 급격히 떨어져 있었다. 연구팀은 이 기괴한 증상이 모두 1년 동안 과다 섭취한 감초차에 의해 발생한 '가성 고알도스테론증' 때문에 나타났다는 진단을 내렸다.

환자는 중환자실로 옮겨져 집중 치료를 받았다. 연구팀은 혈액 속 칼륨을 채우기 위해 24시간 동안 대량의 염화칼륨(300 mEq)을 환자에게 정맥 주사로 투여했다. 먹는 칼륨 보충제도 하루 세 차례 복용하게 했다. 콩팥의 알도스테론 수용체를 차단해 칼륨 배출을 막고, 항고혈압제와 심장 부담을 줄여주는 약을 투여했다.

다행히 집중 치료 중 치명적인 부정맥은 발생하지 않았고, 혈액 속 칼륨 수치와 심전도 파형은 점차 정상을 회복했다. 환자는 신장내과 병동에서 치료를 더 받은 뒤 퇴원했고, 감초차를 완전히 끊었다. 한 달 뒤의 추적 관찰에서 환자는 모든 면에서 정상적인 상태를 보였다.

이 사례 연구 결과(Pseudo-Hyperaldosteronism After the Ingestion of Licorice Tea: A Case Report)는 최근 국제 학술지 《큐레우스(Cureus)》에 실렸다.

감초의 단맛을 내는 성분인 글리시리진은 몸안에서 대사되면서 콩팥 세포 속의 특정 효소(11베타-HSD2)를 마비시킨다. 이 특정 효소는 활성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을 비활성 상태로 바꿔주는 브레이크 역할을 한다. 하지만 감초 성분 때문에 브레이크가 고장 나면, 혈액 속에 넘치는 코르티솔이 콩팥의 특정 수용체(미네랄코르티코이드 수용체)에 마구 결합해 알도스테론 호르몬이 과다 분비된다.

그 결과 '가성 고알도스테론증'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병증으로 콩팥이 나트륨을 너무 많이 흡수해 혈압을 끌어올리고, 칼륨과 마그네슘이 소변으로 쏟아져 전해질이 파괴된다. 환자 입 주변의 감각 이상도 혈액이 알칼리성으로 변하면서 이온화 칼슘 수치가 뚝 떨어져, 말초 신경과 근육이 극도로 흥분해 나타난 증상이었다.

'약방의 감초'로 유명한 감초는 한방 처방에서 거의 빠지지 않고 쓰이는 약재다. 사람들은 감초로 끓인 차를 충분히 마시면 건강 전반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는 매우 위험한 착각이다. 한방에서 감초를 널리 쓰는 것은 이 약재가 만병통치약이기 때문이 아니다. 감초는 성질이 서로 다른 약재들이 몸안에서 충돌하지 않게 해주고, 다른 약재의 독성을 중화해 약효를 전체적으로 조화롭게 묶어주는 완충제 역할을 한다고 알려졌다. 감초는 주연이 아니라, 약재 간의 불협화음을 막아주는 뛰어난 조연이라는 것이다.

감초는 식품이 아니라, 나름대로 효능과 독성을 지닌 약재다. 이 때문에 한방에서는 감초를 정해진 소량만 단기간 복용하도록 통제한다. 하지만 일반인이 마음대로 감초를 차 형태로 끓여 매일 물처럼 많은 양을 마시면 몸이 감당할 수 있는 독성 기준치를 쉽게 넘어선다. 의학계의 종전 연구(메타분석) 결과를 보면 하루 100mg을 초과하는 글리시리진을 30일 이상 만성적으로 섭취하면 고혈압과 저칼륨혈증의 위험이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해질 균형이 무너져 혈액 속 칼륨 수치가 급격히 떨어지면 신경근 과흥분성으로 입 주변이나 손발이 찌릿찌릿한 감각 이상이 나타난다. 심한 경우 근육 마비나 생명을 위협하는 심장 부정맥으로 이어질 수 있다. 평소 고혈압이나 콩팥병, 심장병 등을 앓은 적이 있는 사람은 감초차를 장기간 복용하면 안 된다. 건강한 사람도 감초가 몸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으로 감초를 달여 오랫동안 먹지 않아야 한다.

[자주 묻는 질문]

Q1. 감초차를 하루에 얼마나, 또 얼마 동안 마셔야 이 환자처럼 위험해지나요?

A1. 의학계 메타분석에 따르면 감초의 핵심 성분인 글리시리진을 하루 100mg 초과해 30일 이상 연속으로 먹으면 고혈압과 저칼륨혈증 위험이 뚜렷하게 높아집니다. 이 사례 속 환자는 맛이 좋다는 이유로 '매일 약 2L씩 1년 동안' 감초차를 장복해 안전 기준치를 크게 초과했습니다. 감초의 독성은 먹는 양과 기간, 개인의 해독 능력에 따라 다르게 나타납니다. 하지만 아무리 건강한 사람이라도 감초차를 일반 식수처럼 매일 리터 단위로 장기간 마시면 몸 속 전해질의 균형이 깨집니다.

Q2. 일상에서 입 주변이 찌릿찌릿한 감각 이상이 생기면 무조건 감초 부작용을 의심해야 하나요?

A2. 아닙니다. 감초 과다 섭취 외에도 과도한 스트레스나 불안으로 인한 과호흡, 심한 구토, 영양 불균형 등 몸 안이 알칼리성으로 변하는 상황이면 언제든 감각 이상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입 주변이나 손발 끝이 전기 통하듯 아리고 찌릿한 증상, 즉 감각 이상은 몸 속에 '이온화 칼슘'이 부족해져 신경과 근육이 극도로 예민해졌을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적신호입니다. 평소에 감초 성분이 든 약이나 차, 건강기능식품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섭취를 중단하고 병원을 찾아 전해질 검사를 받아야 합니다.

Q3. 시중에서 파는 쌍화탕이나 한약, 감초 캔디 같은 제품들도 함부로 먹으면 안 되나요?

A3. 고혈압, 콩팥병, 심장병 등 만성병 환자는 특히 담당 의사와 상의 없이 감초를 구입한 뒤 집에서 진하게 달여 먹거나, 감초차·감초 가루 등을 매일 장복해서는 안 됩니다. 일반 한약 처방이나 의약품은 전문가가 감초의 양과 복용 기간을 철저히 통제하므로 안전하지만, 가공식품이나 민간요법으로 달여 먹는 감초는 기준치를 알기 어렵습니다. 의사들이 진료 때마다 대사증후군 등 환자들에게 건강식품보조제 같은 것을 임의로 장기 섭취하지 말라고 강조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김영섭 기자 (edwdkim@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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