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경찰, 서소문 고가 현장 CCTV 확보… 서울시 '중처법' 적용되나

남병진 2026. 5. 28.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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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현장에 실질적 영향력 행사했나
산안법상 도급자로 판단되면 처벌 가능
안전 조치 없었다면 중처법 위반 소지도
27일 서울 서대문구 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에서 사고조사위원회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박시몬 기자

작업자 3명이 숨진 서울 서소문 고가차도 철거 현장 붕괴 사고를 수사 중인 경찰이 현장 인근 폐쇄회로(CC)TV 영상을 다수 확보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영상을 분석해 철거 절차 준수 여부와 안전 관리 책임 소재 등을 파악할 예정이다.

28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단 광역범죄수사대는 서울시로부터 사고 발생 지점 인근 CCTV 7대에 녹화된 영상을 임의 제출 형식으로 받았다. 해당 영상들에는 사고 당일인 26일 새벽 1시부터 사고 직후까지 현장 모습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관리계획서, 철거 사업 관련 입찰 계약서, 발주 계약서 등도 확보됐다.

광역수사대장을 중심으로 50여 명 규모의 전담수사팀을 꾸린 경찰은 사고 이튿날인 27일 새벽 관계기관과 현장 정밀 감식을 진행하는 등 사고 원인 규명에 집중하고 있다. 사고 전 상판 일부가 내려앉으면서 붕괴될 조짐이 있었는데도 현장에 재진입한 경위, 안전 점검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작업자 보호 조치와 현장 통제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등을 밝히는 데 수사력을 모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병원에 입원 중인 부상자들도 만나 사고 당시 상황을 조사할 예정이다.

고용노동부도 중앙산업재해수습본부와 서울 서부지청 지역산업재해수습본부를 꾸렸다. 경찰은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를, 노동당국은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여부 등을 각각 들여다보고 있다. 검찰은 사건을 송치받아 보완 수사 및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최명기 한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공사 관계자들이 주의 의무를 다했는지를 집중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철거 작업과 안전 조치가 안전관리계획서에 정해진 절차대로 이행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현장 CCTV 등이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찰 과학수사대원들이 27일 서울 서대문구 고가차도 붕괴 사고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뉴스

수사가 본격화되면서 시공사뿐 아니라 공사를 맡긴 서울시까지 처벌 가능한지가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산업안전보건법상 건설공사 현장을 총괄·관리하는 도급인은 하청업체 근로자 사망 시 형사 책임을 져야 한다. 서울시가 단순 발주자가 아닌, 공사 전반에 실질적으로 관여한 도급인으로 판단될 경우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 2024년 대법원은 인천항 갑문 보수공사 중 발생한 인부 추락 사고와 관련해 "인천항만공사가 형식상 발주자 위치에 있지만 실질적인 도급인에 해당한다"고 보고 최준욱 전 사장에게 유죄를 선고하기도 했다.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여부도 서울시가 공사 현장을 실질적으로 지배·관리했는지를 따져봐야 한다. 노동사건 전문 김의택 법무법인 으뜸 변호사는 "서소문 고가도로 철거는 서울시가 발주해 실시한 공사"라며 "중대재해처벌법은 '기관이 제3자에게 도급, 용역, 위탁했을 경우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안전 조치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권정현 기자 hhh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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