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13→15→18%…"전주 가면 망한다"던 국민연금의 반전
국장 랠리 전부터 자산 불어나
AI 관련주·부동산이 효자 노릇
능력 검증된 CIO 재임 보장 등
'조직 선진화·효율화 적기' 분석
국민연금공단이 글로벌 주요 연기금 가운데 최정상급 운용 성과를 이어가고 있다. 2015년 전북 전주 이전 이후 인력 이탈과 운용 경쟁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지만 해외 주식, 국내 주식, 대체투자가 시차를 두고 성과를 내 세계 대형 연기금 중 가장 돋보이는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중장기 자산배분 전략 통했다

28일 국민연금에 따르면 이 기관의 지난해 수익률은 18.82%다. 세계 3대 연기금으로 거론되는 일본 공적연금(GPIF·12.29%)과 노르웨이 국부펀드(GPFG·15.11%)를 뛰어넘은 성과다. 2022년 글로벌 주식·채권 동반 하락으로 8.22% 손실을 냈지만 이후 2023년 13.59%, 2024년 15%, 2025년 18%대로 수익률이 빠르게 반등했다. 올해 성과는 지난해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국민연금의 올해 누적 수익률은 이달 중순 기준 20%대에 올라선 것으로 파악됐다. 같은 기간 국내 주식 수익률은 반도체주 급등에 힘입어 95% 안팎으로 치솟은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연금 고갈 논쟁도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연평균 수익률 4.5%를 전제로 정부가 추산한 국민연금 고갈 시점은 2057년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수익률을 연평균 6.5%까지 끌어올리면 고갈 시점을 2090년으로 33년 늦출 수 있다는 전망을 최근 내놨다.
국민연금이 빠르게 경쟁력을 높인 배경엔 중장기 자산 배분 전략이 있다. 국내 주식,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나누고 자산군별 목표 비중과 허용 범위에서 위험을 관리한다.
◇수익률의 숨은 주연 대체투자
국민연금이 거둔 깜짝 성과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랠리로만 설명하는 건 불완전한 분석이다. 2024년에는 미국 빅테크와 인공지능(AI) 관련주 투자가 국민연금의 주력이었다. 여기에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쳐 해외 자산 평가액이 크게 불었다. 장기간 해외 주식 및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온 전략이 미국 증시 랠리와 강달러 국면에서 먼저 성과를 낸 것이다.
국내 주식이 수익률을 이끄는 주력 엔진으로 떠오른 건 지난해 하반기부터다. 해외 연기금은 한국 증시 노출이 제한적인 만큼 국내 반도체주 랠리 수혜를 온전히 누리기 어려웠다. 국민연금은 국내 증시의 최대 장기 투자자로, 한국 자산 재평가 국면에서 국내 주식 상승분을 가장 크게 흡수했다. 과거 국내 주식은 국민연금 장기 포트폴리오에서 점진적으로 줄여야 할 자산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에는 전체 수익률을 좌우하는 핵심 자산군으로 부상했다.
대체투자도 경쟁 연기금과의 차이를 벌린 요인으로 꼽힌다. 글로벌 주요 연기금은 고금리, 공실률 상승, 거래 위축으로 대체투자 중 부동산 부문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낸 곳이 적지 않다. 최근 5년간 오피스 가격이 급락한 미국 샌프란시스코(연평균 -11.4%), 워싱턴DC(-9.9%), 영국 런던(-7.9%) 등 북미·유럽 지역에 집중적으로 투자한 연기금이 대규모 손실을 냈다. 국민연금은 지속해서 대체투자에서 플러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대체투자 부문 수익률은 2024년 17.09%, 지난해 8.03%다.

대형 오피스를 비롯한 국내 부동산 자산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서울 오피스 시장은 탄탄한 임차 수요에 힘입어 낮은 공실률과 임대료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5년 연평균 오피스 가격 상승률도 7.2%에 달한다. 국민연금이 투자한 서울 광화문 그랑서울과 테헤란로 센터필드 등이 견조한 임차 수요를 바탕으로 안정적인 수익을 내는 배경이다.
‘열 개의 아픈 손가락’으로 불리던 해외 부동산 투자처도 순차적으로 정상화되고 있다. 캐나다 토론토 CIBC스퀘어 타워2는 완공 전 임대율 100%를 달성해 국민연금의 첫 해외 오피스 개발 프로젝트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사례로 꼽힌다. 홍콩 코즈웨이베이 타워535도 임대율이 96%까지 회복했다. 두 자산은 코로나19 팬데믹과 글로벌 오피스 시장 침체로 원금 손실 가능성이 예상됐다.
민경진 기자 m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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