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말고 계좌이체로”… 전통시장 현금 결제의 ‘늪’ [현장, 그곳&]
카드 기피에 불편 ↑·거래 투명성 ↓
당국 관리·감독, ‘계도 중심’ 그치고
상시단속 어려워 신고·제보에 ‘의존’

“우리는 카드는 안 받아. 계좌이체 해줘.”
28일 오전 찾은 수원시 팔달구 수원팔달문시장과 영동시장 일대. 좁은 통로를 따라 셔츠와 정장, 티셔츠 등이 빼곡하게 걸린 의류 상가 곳곳에는 손글씨로 적은 ‘현금가’, ‘카드X’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일부 매장에는 ‘카드·현금영수증 No’ 문구까지 내걸려 있었다.
한 건어물 가게에서는 계산대 앞에 계좌번호 안내문을 붙여두고 “카드보단 계좌이체 하면 된다”며 현금이나 이체 결제를 먼저 권했고, 일부 떡·꽈배기 등 먹거리 점포에서는 카드 결제 시 가격을 500원 더 받는 방식으로 사실상 현금 결제를 유도하고 있었다.

남편 옷을 고르러 시장을 찾은 김미선씨(55)는 “요즘은 전통시장도 대부분 카드 결제가 되는 분위기라 현금을 안 들고 다니는데, 상인이 ‘우린 카드 안 받아요’라고 해 순간 당황했다”고 말했다.
같은 날 찾은 용인시 처인구 용인중앙시장도 상황은 비슷했다. 야채가게와 건어물점, 의류 매장 곳곳에는 계좌번호 안내문과 ‘현금가’ 가격표가 붙어 있었고, 일부 상인들은 카드 대신 계좌이체를 먼저 권유했다. 야채를 판매하던 상인 A씨는 “카드 단말기가 없어 계좌이체만 가능하다”고 말했고, 한 의류점 상인도 “카드 결제하면 부가세 10%가 붙는다”며 현금 결제를 유도했다.
광명시 광명동 광명전통시장과 평택시 평택동 통복시장에서도 일부 점포를 중심으로 현금 결제 할인 안내문이나 계좌이체 유도 문구가 붙어 있는 등 현금 사용을 권하는 모습이 확인됐다.
경기지역 일부 전통시장에서 카드 결제를 기피하거나 현금·계좌이체를 유도하는 관행이 이어지면서 소비자 불편과 거래 투명성 우려가 지속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날 경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기지역 내 전통시장은 310개, 점포 수는 4만7천792개에 달한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관리·감독은 카드 결제 거부나 현금 결제 유도 행위에 대해 사실상 민원 신고와 계도 중심에 머물고 있다.

지자체들은 시설 현대화와 환경 개선 등 지원 업무를 담당할 뿐 카드 결제 거부 행위를 직접 단속할 권한은 없다. 단속 권한이 있는 국세청 역시 현장 점검 인력 한계 등으로 모든 전통시장 점포를 상시 단속하기 어려워 신고·제보와 포상금 제도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현금 결제 유도는 소비자 불편뿐 아니라 거래 투명성 문제로도 이어질 수 있다”며 “민원 신고에만 의존하기보다 지자체와 국세청, 상인회가 함께 참여하는 정기 점검과 전통시장 대상 카드 결제 계도 체계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신고·제보가 접수되면 현장 확인과 계도 조치를 진행하고 있으며, 카드결제 거부로 소비자 불편이 발생하지 않도록 지속 관리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지역종합
한준호 기자 hjh1212@kyeonggi.com
박소민 기자 som@kyeonggi.com
오종민 기자 fivebell@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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