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경 이어 티캐스트까지···태광, ‘티알엔 중심’ B2C 판 키운다
쇼핑엔티 운영 티알엔 존재감 확대···“콘텐츠 기반 커머스 강화” 해석도
콘텐츠·유통·소비재 묶는 태광···티알엔 중심 재편 속도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에 이어 미디어 계열사 재편까지 단행하며 '티알엔(TRN) 중심' 소비재·콘텐츠 사업 재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콘텐츠·유통·소비재를 하나의 밸류체인으로 연결하는 전략에 무게를 싣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태광은 미디어 계열사 티알엔이 완전 자회사인 방송 프로그램 제작사 티캐스트를 흡수합병한다고 공시했다. 합병 기일은 오는 10월 1일이다. 티알엔은 데이터방송 홈쇼핑(T커머스) 채널 '쇼핑엔티'를 운영하는 유통 계열사다. TV앱과 모바일 쇼핑몰을 연계한 디지털 커머스 사업을 강화해왔으며 최근 와인 유통사 메르뱅 등을 자회사로 편입하며 그룹 내 유통 사업의 역할을 확대해오고 있다. 피합병법인인 티캐스트는 E채널·드라마큐브·스크린 등 다수의 방송 채널을 운영하는 복수채널사용사업자로, 콘텐츠 제작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조직 효율화와 경영 효율성 제고 목적의 내부 재편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이번 합병을 단순 계열사 통합 이상의 움직임으로 보고 있다. 태광그룹이 콘텐츠 제작부터 상품 판매까지 그룹 내부에서 연결하는 구조를 강화하려는 포석이라는 분석이다.
앞서 태광산업은 지난달 애경산업 지분 31.56%를 확보하며 최대주주에 올랐다. 애경산업은 AGE20'S(에이지투웨니스), 루나 등 화장품 브랜드를 보유한 소비재 기업이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 포트폴리오에 소비재 사업을 더한 데 이어, 이번에는 티캐스트를 티알엔에 흡수시키며 콘텐츠 기능까지 내부로 끌어들이는 모습이다.
특히 시장에서는 애경산업 제품과 티캐스트 콘텐츠 제작 역량, 쇼핑엔티 판매 채널이 결합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콘텐츠 제작 과정에서 상품을 자연스럽게 노출하고 이를 라이브커머스·모바일 판매와 연결하는 방식이다. 단순 TV홈쇼핑 판매를 넘어 콘텐츠 기반 커머스 구조로 사업 무게중심을 옮기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는 최근 모바일·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중심으로 미디어 소비 환경이 급변하는 흐름과도 맞물린다. TV 송출 중심의 기존 홈쇼핑 사업만으로는 성장 한계가 뚜렷해지자 콘텐츠와 커머스를 결합한 신규 수익모델 확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홈쇼핑은 제조사와의 수수료 협상이나 상품 수급 의존도가 높았지만 태광은 콘텐츠와 판매 채널을 함께 보유하는 구조로 가고 있다"며 "콘텐츠 제작부터 판매까지 자체 밸류체인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티알엔, 그룹 신사업 중심축으로서의 존재감 커져
이번 재편 과정에서 가장 주목받는 계열사는 티알엔이다. 그룹 내 T커머스 계열사였던 티알엔이 애경산업 인수 이후 소비재·콘텐츠 사업을 연결하는 핵심 플랫폼 역할까지 맡게 되면서 존재감이 빠르게 커지고 있어서다.
티알엔은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3377억원, 영업이익 59억원을 기록했다. 홈쇼핑 사업부는 91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여기에 흑자 기조를 이어가는 티캐스트까지 합쳐질 경우 수익 구조 안정성도 한층 강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에서는 티알엔 중심 재편이 단순 사업 효율화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는 분석도 내놓고 있다. 티알엔은 이호진 전 회장 일가가 지분 90% 이상을 보유한 회사다. 지난해 말 기준 이호진 전 회장이 51.83%, 장남 이현준 씨가 39.36%를 보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태광그룹이 애경산업 인수 이후 새롭게 키우는 소비재·콘텐츠 사업 축이 티알엔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기존 석유화학 중심 사업의 성장성이 둔화하는 상황에서 그룹 내 유통 플랫폼 역할을 맡은 티알엔의 전략적 중요성이 한층 커지고 있다는 평가다.
태광그룹 관계자는 "이번 합병은 기업 규모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차원"이라며 "쇼핑엔티의 유통 경쟁력을 높이고 콘텐츠·커머스 시너지를 확대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미디어와 유통의 통합 역량을 바탕으로 신규 수익모델을 발굴하고 중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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