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43년만에 불기소

검찰이 ‘재일교포 유학생 간첩단 조작 사건’ 피해자 김병진씨에 대한 전두환 정권의 ‘공소보류’ 처분을 43년만에 취소하고 불기소했다. 검찰이 공소보류를 받은 사람을 불기소한 사례는 처음이다.
서울중앙지검은 28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공소보류 처분된 김씨에 대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밝혔다. 김씨가 지난해 8월 대검에 공소보류 처분을 직권으로 취소해 달라고 요청하는 진정서를 제출한 지 9개월 만이다.
김씨는 1983년 7월 국군보안사령부(현 국군방첩사령부)에 연행돼 그해 11월 서울지검에서 공소보류 처분을 받았다. 김씨는 일본 유학시절 재일동포 간첩 서모씨를 만나 사상교육을 받은 뒤 1976년 3월 서씨의 지령을 받고 귀국해 국가기밀을 수집하고 공작금을 수령한 혐의를 받았다.
공소보류란 기소유예와 비슷하게 연령 범행의 동기, 수단과 결과,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참작해 기소를 보류하는 국가보안법상 처분이다. 공소보류 이후 2년이 지나면 기소할 수 없지만 공소보류 처분 자체가 취소되지는 않는다. 공소보류 규정은 이승만 정부 시절인 1959년 국가보안법에 도입돼 67년이 지난 현재까지 남아 있다.
김씨의 공범으로 재판에 넘겨졌던 서씨는 2017년 8월 재심에서 무죄를 확정받았다. 유죄 확정판결을 받은 사람만이 재심을 청구할 수 있어 김씨는 재심도 청구하지 못했다.
검찰은 민간인에 대한 수사권이 없던 보안사가 수사를 진행하면서 김씨를 불법 구금했던 점과 공범 서씨의 무죄가 확정된 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무혐의 처분했다고 전했다.
검찰은 “공소보류 처분을 받은 사람은 당사자가 진행할 수 있는 별도의 권리구제 절차가 없는 점을 감안해 검사가 직권으로 사건을 재기하고 무혐의 처분한 최초 사례”라며 “인권침해 과거사 사건에서 공익의 대표자이자 객관적 법집행기관으로서 적법절차 준수와 인권보장의 소임을 충실히 수행하겠다”고 밝혔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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