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박지연 청와대 전속 수어통역사…대통령 메시지 손끝에 담는다
외교·안보·AI까지 공부 또 공부…“정확한 전달 위해 매일 준비”
“무열왕릉이 놀이터였던 경주”…뿌리의 고향서 얻는 치유와 위로

박지연 청와대 전속 수어통역사는 자신의 수어통역 사상 지난 2025년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 통역을 지금도 잊을 수 없는 대사건으로 꼽는다.
박 통역사는 "내외신 기자 4000여명이 등록한 기자회견 전 과정을 수어 통역했는데,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는 세계 농인들에게도 역사적인 사건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개인적으로도 내외신 기자들에게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수어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어서 일생일대의 영광스러운 보람"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직원(별정직 6급 공무원)으로 임용된 우리나라 최초 청와대 전속 수어통역사인 박지연씨는 이재명 대통령과 강훈식 비서실장 등 청와대 브리핑에서 수어 통역을 하고 있어서 국민 누구에게나 얼굴이 알려져 있다.

박 통역사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전국 42만명 농인뿐 아니라 소외당하기 쉬운 약자들이 불편함 없는 사회를 만들려는 현 정부의 의지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재 수어는 지난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통과 이후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다.
춘추관로비에서 만난 기자들에게도 따뜻한 미소로 인사하는 직원으로 출입기자들 사이에서 소문 나 있다.
그는 춘추관에 상주하며 청와대 브리핑을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대통령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해야하는 만큼 박 통역사는 늘 공부를 하느라 바쁘다.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 분야별 간담회, 공식 행사, 공동언론발표 등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열심히 듣고 기록한다.
그는 "수어표현을 미리 고민하면서 준비한다"라며 "대통령 말씀의 배경 정보를 찾아보기도 매일 찾아보고 있다"고 했다. 특히 "외교, 안보, 인공지능(AI), 경제는 전문 용어는 부족한 지식으로 수어로 정확하게 전달 해야하는 만큼 끊임 없이 노력한다"고 강조했다. 그의 수어는 대통령실 브리핑이 KTV를 통해 공개되고 전 국민 누구나 KTV 영상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박 통역사는 2008년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회방송(NATV) 수어통역사로 2008년부터 약 17년을 일해왔다. 국회에서 일하기 전에는 2009년 한국농아인협회 서울수어전문교육원 설립 때 채용돼 실무자로 일했다.
수어가 뭐냐고 묻자 손동작뿐 아니라 공간, 표정, 시선까지 활용해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라고 박 통역사는 말했다. 그는 "수어는 통역자의 얼굴 표정까지 메시지의 뉘앙스를 표현 한다"고 말했다.
그는 수어를 배우게 된 계기에 대해 "음악을 좋아하는 저에게 소리없는 세상은 단한번도 상상해본적이 없었는데, 스무살에 만난 (소리없는 세상에 사는)농인이 소리없이도 (너무 환한) 표정으로 저에게 따뜻한 마음을 표현해 그 마음이 다 보였습니다. 눈으로 보는 가장 정직한 언어가 수어이구나 깨닳게 되어 수어를 배우게됐습니다"라고 말했다.
박 통역사는 오랫동안 어릴때부터 경북 경주를 자주 찾았다. 조부모가 사시는 부친의 옛 고향집이 있어서다. 할머니를 뵈러 자주 갔었는데, 무열왕릉이 놀이터였다고 한다. 최근까지도 친정(울산박씨)과 시댁(오천 정씨)이 사는 경주 고향 양가(兩家)를 드나들었다. 뿌리의 인연이기도 하지만, 한반도 동남권(경상도)의 핵심지역인 경주에 다녀오면 힐링이 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박 통역사는 부친이 경주에서 대대로 살다가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상경하는 바람에 서울내기가 됐다. 그는 시부모님이 별세 한 후에도 남편과 함께 주말에 가서 살던 시절을 그리워하며 옛집으로 가곤한다. 넓은 마당에 잡초를 뽑으며 온 몸에 땀을 흘리고 나면 마음이 맑아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그는 "틈만 나면 경주를 찾아도 언제나 반겨주는 고향집이 있다는 것은 조상이 준 선물이 아닐까 싶다"며 고향 경주에 대한 애정을 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