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에게 ‘이재명 선거법 위반’ 대법 판결을 적용하면 [아침햇발]

이춘재 기자 2026. 5. 28. 1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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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부산 동구 부산문화방송(MBC)에서 열린 부산 북갑 보궐선거 후보자 토론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하정우(왼쪽부터), 무소속 한동훈, 국민의힘 박민식 후보가 토론에 앞서 손을 맞잡고 있다. 연합뉴스

이춘재

논설위원

박근혜 전 대통령의 6·3 지방·재보궐 선거 지원 유세를 놓고 부산 북갑에 출마한 한동훈 무소속 후보가 박민식 국민의힘 후보와 설전을 벌이다 ‘사고’를 쳤다. 공직선거법의 허위사실공표죄 여부를 따져볼 만하다. 지난 27일 박 전 대통령의 부산 기장시장 방문을 앞두고 박 후보가 페이스북에 글을 올려 “박근혜 대통령에게 30년을 구형하고 가짜 보수인 주제에 국민의힘 이름을 훔쳐 쓰려고 하는 게 딱하다”고 한 후보를 공격했다. 그러자 한 후보가 부산 덕천역 유세 현장에서 기자들에게 “‘30년 구형’을 결정했던 윤석열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만들기 위해 나서고 장관(보훈부) 자리를 하고 지금까지 ‘윤 어게인’ 하고 있는 사람이, 지금 윤 대통령이 구형한 30년을 저한테 뒤집어씌우고 있다”고 반격했다.

팩트 체크를 해보면, 박 후보의 ‘한동훈=징역 30년 구형’은 정확한 사실이다. 한 후보는 서울중앙지검 3차장 때인 2018년 2월27일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 1심 결심 공판에 출석했다. 당시 와이티엔(YTN) 등은 “사안의 중대성을 고려해 한동훈 서울중앙지검 3차장검사가 직접 구형했다”고 보도했다. 한 후보는 6000자 분량의 긴 논고문을 읽고 난 뒤, “국정농단의 최종 책임자”인 박 전 대통령에게 최순실(징역 25년)보다 중형을 선고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한 후보의 반박은 논란의 여지가 있다.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었던 ‘윤석열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지만, “윤 대통령이 구형한 30년”이라는 표현은 액면 그대로 사실이 아니다. 또 검찰에서 구형량은 수사팀의 의견을 참고해 지검장과 차장, 부장검사들이 모인 회의에서 결정한다. 따라서 “30년 구형을 결정했던 윤석열”이라는 표현도 반만 맞는 셈이다. 더욱이 ‘검사 윤석열’은 후배 검사들의 의견을 잘 들어주기로 유명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부 검사 출신인 박 후보가 이런 사정을 잘 알기에 ‘한동훈 책임론’을 제기한 것이다.

대법 판례에 따르면 한 후보의 허위사실공표죄 적용 가능성은 작지 않다. 한 후보의 발언은 박 후보의 공격을 방어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대법원은 선거운동 과정에서 후보자 간 공방은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폭넓게 인정해왔다. 그러나 ‘조희대 대법원’이 지난해 5월1일 이재명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로 파기 환송한 취지에 따르면 한 후보도 절대 안심할 수 없다. 다수 의견은 ‘일반 선거인이 받은 전체 인상’을 기준으로 허위사실 여부를 판단해야 한다고 했다. 정치적 표현의 자유에 따라 용인될 수 있는지는 ‘선거인의 공정한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한 후보를 싫어하는 ‘윤 어게인’이나, ‘박근혜 골수팬’들은 한 후보가 ‘새빨간 거짓말’을 한다고 느낄 것이다. 중도층에도 한 후보의 발언은 극우 세력의 지지를 얻으려는 ‘약삭빠른 말’로 들리지 않았을까. 만약 한 후보가 기소돼 1, 2심을 거쳐 ‘조희대 코트’를 만난다면 당선무효형이 선고되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 모든 것은 한 후보의 업보다. 당시 박 전 대통령을 구속했던 검사는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장이었던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다. 한 후보가 파견됐던 국정농단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을 조사도 못 했다. 수사와 공소유지 모두 특수1부가 주도했다. 차장검사가 직접 법정에 나가 구형을 하는 전례가 없었는데도, 그는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을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검찰 안에선 ‘남의 공을 가로챘다’는 말이 나왔다.

그의 논고는 국정농단 세력에 추상같았다. 박 전 대통령을 “비선실세에게 국정 운영의 키를 맡겨 국가 위기 사태를 자초한 장본인”이라고 했고, “대한민국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했다. 또 “자기 잘못을 진지하게 반성하는 모습을 단 한차례도 보인 적 없고, ‘정치 보복’이라는 프레임으로 국정농단의 진상을 호도하고, 검찰·특검·사법부까지 비난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그랬던 그가 윤석열에 의해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맡게 된 뒤로 확 변했다. 2024년 4·10 총선을 보름 앞두고 박 전 대통령을 찾아가 머리를 조아렸다. 지금도 단 한마디의 반성 없이 국민의힘 선거대책위원장처럼 행세하는 박 전 대통령을 향해 “그분의 삶을 존경한다”고 한다. 정치인에겐 선거에서 이기는 게 전부라지만, 이렇게 급변해도 되나. 검사의 자존심은 흔적도 찾을 수 없다. ‘조선 제일 검(檢)’은 빈말이었나.

cjl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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