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국고채 금리 뛰고 8000피 흔들… 빚투족, 이자부담 초비상

유진아 2026. 5. 28.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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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도표 21개 중 19개 ‘인상’
위원 2명, 2.75% 소수의견
시장금리 선제반영 움직임
국고채 3년물 장중 3.808%
가계신용 1993조·빚투 36조
이자 더해 반대매매 부담도
신현송 한국은행 총재가 28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28일 강력한 ‘매파적 피벗’(통화 긴축 선호로의 방향 전환)을 선언하고, 중동발 전면전 위기까지 겹치면서 금융시장이 크게 요동치고 있다. 국고채 금리가 일제히 뛰고 코스피가 장중 8000선을 내주는 등 금융시장이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빠르게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금리 상승이 대출금리를 밀어 올리고 증시 변동성까지 커지면서 영끌족(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과 빚투족(빚내 투자)이 아우성이다.


◇K점도표는 11월 3.00%… “갈 길 비교적 명확”

이날 서울 채권시장에서 3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5.5bp(1bp=0.01%포인트) 오른 연 3.766%에 장을 마쳤다. 장중에는 한때 연 3.808%까지 치솟았다. 이날 10년물 금리는 연 4.147%로 4.5bp 상승했으며, 5년물과 2년물 역시 각각 4.2bp, 4.9bp 상승해 연 3.992%, 연 3.615%에 마감했다. 장기물인 20년물은 연 4.188%로 3.4bp 올랐고, 30년물과 50년물도 각각 2.4bp, 3.0bp 상승해 연 4.124%, 연 3.976%를 기록하는 등 전 구간이 일제히 약세를 면치 못했다.

국고채 금리 상승은 한은 금융통화위원회 결과와 중동지역 긴장 재고조가 동시에 반영된 흐름이다. 한은 금통위는 이날 기준금리를 연 2.50%로 동결했지만 장용성 위원과 유상대 부총재가 기준금리를 2.75%로 올려야 한다는 소수의견을 냈다. 통화정책방향 의결문에 ‘기준금리 인상 시기’를 결정해 나가겠다는 문구를 담았다. 시장에서는 금리 인상 경로가 예상보다 빨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확산했다. 금통위원들의 6개월 뒤 적정 금리 전망을 담은 K점도표도 같은 방향을 가리켰다. 전체 21개 점 가운데 19개가 현재 기준금리보다 높은 수준을 나타냈고 이 중 연 3.00%에 가장 많은 점이 찍혔다. 현 기준금리보다 0.50%포인트 높은 수준으로 시장은 연내 두 차례 인상 가능성을 빠르게 가격에 반영했다.

여기에 중동발 불안까지 겹치며 시장금리 상승 압력은 더 커졌다. 미군이 이란 남부 반다르아바스를 겨냥해 추가 공습을 감행하자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GC)가 미 공군기지를 공격하며 맞대응했다. 중동 긴장이 다시 고조되면서 국제유가 상승과 인플레이션 우려가 함께 부각됐고 채권금리 상승 요인으로 작용했다.

채권시장 불안은 주식시장으로도 번졌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 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43.41포인트(0.53%) 내린 8185.29에 장을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는 8000선을 지켰지만 장중 한때 7841.01까지 밀리며 8000선을 내줬다. 유가증권시장에서 개인은 3조6355억원을 순매수하며 지수를 떠받쳤지만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8969억원, 8895억원을 순매도했다.

◇시장금리 먼저 반응… 가계부채·빚투 부담 커진다

한은이 사실상 금리 인상 사이클 진입을 예고하면서 대출자들의 발등에도 불이 떨어졌다. 금리 인상 시점과 폭에 대한 전망이 앞당겨지자 시장금리도 선제적으로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서울 채권시장에서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이날 한때 연 3.808%까지 치솟았다. 전날 3.711%와 비교하면 하루 만에 0.097%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국고채 금리는 은행 조달금리의 방향을 보여주는 대표 시장금리로 상승세가 이어질 경우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에도 시차를 두고 반영될 가능성이 크다.

안예하 키움증권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중심의 수출 호조가 내수 개선으로 이어지고 물가 압력이 목표 수준을 웃도는 흐름이 지속된다면 내년 중 추가 인상을 통해 기준금리가 3.25% 이상으로 높아질 가능성도 열어둘 필요가 있다”며 “향후 인상 강도와 속도, 최종금리 수준에 대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국고채 금리는 당분간 변동성이 큰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리 상승은 가계부채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은에 따르면 올해 3월 말 기준 가계신용 잔액은 1993조1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보다 14조원 늘어난 규모다. 금융위원회가 집계한 4월 말 기준 금융권 주택담보대출도 5조5000억원 증가해 전월 증가폭인 3조원을 웃돌았다.

주식시장 호황을 타고 늘어난 빚투 자금도 부담 요인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신용거래융자 잔액은 36조2547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15일 36조5675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뒤에도 36조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예탁증권담보융자 잔액도 25조2816억원에 달했다. 신용거래융자와 예탁증권담보융자, 신용거래대주를 합친 증권사 신용공여 총액은 61조5797억원 규모다.

문제는 본격적인 금리 상승기에 접어들면 빚투 투자자들의 이자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점이다. 특히 이날처럼 금리가 뛰고 주가마저 출렁일 경우, 빚투족은 이자 부담과 더불어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대규모 반대매매(강제 청산) 압력까지 동시에 떠안게 된다.

신현송 한은 총재도 빚투 확산에 강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신 총재는 최근 주가 상승과 관련해 “기업 실적이 개선되기 때문에 오르는 것도 큰 요인”이라면서도 “단시간에 급하게 올라갈 경우 시장을 둘러싼 행태 변화가 생길 수 있고, 가장 대표적으로 얼마나 빚투 현상이 생기는지가 중요하다. 빚투가 만연해서 자본시장에 큰 조정이 있으면 빚투를 안 한 사람도 손해를 보는 외부효과가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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