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구정 현대’ 브랜드냐 실속 조건이냐…압구정5구역의 선택은?

오유진 기자 2026. 5. 28.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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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DL이앤씨, 한남3구역 이후 6년 만의 맞대결
‘압구정 현대’ 브랜드냐 낮은 공사비냐…조합 선택 주목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5월30일 압구정5구역 시공사 선정을 앞두고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6년 만의 경쟁 입찰에 나선다. 사진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압구정5구역의 모습 ⓒ 연합뉴스

서울 강남권 재건축 최대어로 꼽히는 압구정 재건축 퍼즐이 하나둘 맞춰지고 있다. 앞서 시공사를 확정한 압구정 2·3·4구역에 이어, 유일하게 경쟁 입찰이 성사된 5구역의 시공사 선정이 임박하면서다. 현대건설과 DL이앤씨가 한남3구역 이후 6년 만에 다시 맞붙는 수주전인 데다, 기존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파격 조건까지 등장하면서 정비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압구정5구역 재건축사업조합은 오는 30일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사업 시공사를 결정할 계획이다. 압구정5구역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한양1·2차 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사업으로, 총공사비만 1조4960억원에 달하는 대형 정비사업이다. 압구정 재건축은 현재 6개 구역에서 추진 중인데, 시공사 선정 단계까지 도달한 것은 이번이 네 번째다.

대형 건설사들이 압구정 재건축 수주전에 사활을 거는 이유는 단순히 대규모 사업이기 때문만은 아니다. 압구정은 서울 강남권 중에서도 한강변과 맞닿은 핵심 입지로, 서울 최고급 주거지의 상징이자 강남 집값 흐름을 보여주는 바로미터다. 여의도·목동·성수와 함께 서울 재건축 시장을 대표하는 이른바 '압·여·목·성'의 한 축으로 꼽히는 배경이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압구정 랜드마크 수주 여부 자체가 건설사 브랜드 위상을 가를 상징적인 승부처라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압구정 재건축 사업지 중 사업 속도가 가장 빠른 곳은 2구역(신현대 9·11·12차 재건축)이다. 현대건설은 지난해 9월 압구정 구역 가운데 처음으로 시공권을 확보했고, 지난 3월에는 통합심의 신청서까지 제출하며 사업시행인가 절차를 밟고 있다. 전체 사업 규모가 가장 큰 3구역 역시 지난 25일 현대건설을 시공사로 선정했고, 4구역에는 삼성물산의 '컬리넌 압구정'이 들어설 예정이다. 반면 1·6구역은 아직 조합설립추진위원회 단계에 머물러 있다.

현대건설(왼쪽)과 DL이앤씨가 내세운 압구정5구역 주택 모형 ⓒ 연합뉴스

'압구정 현대' 완성할 현대건설 vs 금융 지원 내세운 DL이앤씨

압구정5구역은 6개 재건축 구역 가운데 유일하게 한양아파트로만 구성된 곳이다. 오랫동안 압구정 일대가 '현대아파트' 이미지로 굳어진 것과 달리, 상대적으로 현대 브랜드 영향력이 약한 구역으로 평가됐던 이유다. 앞서 삼성물산이 수주한 4구역 역시 현대8차와 한양3·4·6차가 함께 재건축되는 구조로 시공사 브랜드 파워가 더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이 때문에 전체 공사비 규모만 놓고 보면 다른 구역보다 작지만, 경쟁 열기는 오히려 가장 치열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먼저 현대건설은 압구정2·3구역에 이어 5구역까지 확보해 대규모 '압구정 현대 원 시티'를 완성하겠다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기존 하이엔드 브랜드인 '디에이치(THE H)' 대신 '압구정 현대 갤러리아'라는 단지명을 제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단순 브랜드를 넘어 압구정 현대라는 상징성을 계승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특히 현대건설은 이미 수주한 2·3구역과 연계한 통합 생활권 청사진을 완성할 수 있다는 점을 조합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입주민 전용 수요응답형 대중교통(DRT)을 운영하고, 갤러리아백화점과 직접 연결되는 인프라 구축 등이 현대건설만의 특장점이다.

반면 DL이앤씨는 금융 부담을 줄인 '실속형 조건'을 앞세워 조합원 표심 공략에 나섰다. 브랜드 상징성에서 상대적으로 열세라는 평가를 받는 만큼, 브랜드 대신 조건 경쟁력으로 승부를 건 셈이다. 3.3㎡당 공사비를 조합 기준액(1240만원)보다 100만원 낮은 1139만원으로 제시했고, 공사 기간 역시 경쟁사보다 6개월 단축된 57개월을 제안했다. 여기에 이주비 주택담보인정비율(LTV) 150%, 추가 분담금 최대 7년 납부 유예 등 금융 조건도 내걸었다.

정비업계에서는 이번 수주전 결과가 단순히 압구정5구역 한 곳의 승패로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압구정 재건축 주도권은 물론, 향후 재건축 시장에서 브랜드 상징성과 사업 조건 가운데 무엇이 조합원 표심을 좌우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분수령이 될 것이란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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