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제재가 키운 괴물 ‘화웨이’⋯ ‘非 EUV 생태계’로 반도체 판 흔드나
“이론적 가능성 있지만 양산성 확보 쉽지 않을 것“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 확보 길이 막힌 화웨이가 우회 기술을 통한 첨단 반도체 공정 개발 목표를 공개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중국이 독자적인 ‘비(非) EUV 생태계’ 구축에 성공할 경우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에 상당한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화웨이는 오는 2031년까지 EUV 장비 없이 1.4나노미터(㎚)급 첨단 칩 생산 체계를 구축한다. 이는 세계 1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인 TSMC와 삼성전자가 제시한 차세대 미세공정 로드맵보다 2~3년 앞선 파격 행보다. 현재 삼성전자와 TSMC의 1.4나노 공정 양산 목표 시점은 각각 2028년, 2029년이다.
현재 글로벌 반도체 업계는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 기업 ASML의 EUV 장비를 기반으로 초미세 공정 경쟁 중이다. EUV는 기존 심자외선(DUV)보다 훨씬 짧은 파장의 빛을 활용해 웨이퍼에 미세 회로를 새기는 장비로, 첨단 로직 반도체와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역시 대규모 EUV 투자에 나선 상태다. 특히 SK하이닉스는 메모리 양산 경쟁력 확보를 위해 지난 3월 약 12조원 규모의 EUV 장비 투자를 결정했다.
화웨이는 현재 미국의 대중 반도체 제재로 ASML의 EUV 장비 확보가 사실상 제한됐다. 화웨이가 기존 DUV 장비를 활용한 멀티 패터닝 기술 등 우회 공정 개발에 나선 이유다.
다만 아직까지는 회의적인 시각이 우세하다. 전문가들은 화웨이의 전략이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지만, 2031년까지 양산 수준의 수율과 신뢰성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규복 인하대 특임교수(전 반도체공학회장)는 “기존 장비 기반에서 구조를 수직으로 쌓는 방식으로 선폭을 줄이는 전략처럼 보이지만, DUV 를 활용했을 때 구현 가능한 공정은 최대 7나노 수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2031년까지 안정적인 양산 수율 확보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봤다.
특히 발열 및 전력 효율 문제가 커질 수 있다는 점도 한계로 지목했다. 이 교수는 “실제 양산 단계에 도달하기까지 발열과 전력, 신뢰성 등에서 문제점이 드러날 수 있다”면서 “핵심은 단순 기술 구현 여부보다 실제 양산과 수율 안정화다. 삼성전자나 TSMC 역시 새로운 구조에 대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겠지만, 실제 양산 일정은 이들이 더 빠르게 도달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수연 기자 ssu@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