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밸류업 진단] TS인베·SBI, 주식병합으로 상장 사수…주가는 냉담

한국거래소의 '동전주 상장폐지' 개혁방안 시행을 앞두고 코스닥 상장 벤처캐피탈(VC) TS인베스트먼트와 SBI인베스트먼트가 주식병합과 자사주 소각을 잇따라 단행했다. 규제 발효 전 상장폐지 요건 편입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고 상장사 지위를 유지하기 위한 조치다. 다만 두 회사 모두 병합 결의 이후 주가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근본적인 펀더멘털 개선 없이는 '미봉책'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TS인베스트먼트는 이달 22일 임시주주총회에서 액면가를 500원에서 1000원으로 높이는 2대 1 주식병합 안건을 가결했다. 거래 정지 기간은 내달 5일부터 29일까지이며 신주는 다음 달 30일 상장할 예정이다. 앞서 지난달 23일에는 배당가능이익 범위 내에서 자기주식 68만1542주를 소각하며 주가 관리를 병행했다. 병합을 완료하면 발행주식 총수는 4756만주에서 2378만주로 줄어든다. 현재 주가는 1300원대로, 동전주 기준선인 1000원과의 간격이 크지 않다.
주가가 600~700원대에 머무르던 SBI인베스트먼트 역시 2대 1 주식병합을 단행했다. 별도의 자사주 소각 없이 지난 2월 상장폐지 개혁방안을 처음 발표한 직후 이사회 결의를 거쳐 주식병합을 추진했다. 발행주식은 1억6207만주에서 8103만주로 감소하며, 오는 29일 신주 상장을 앞두고 지난달 27일부터 매매거래가 정지된 상태다.
이처럼 두 VC가 일제히 주가 관리에 속도를 낸 것은 오는 7월 1일 시행하는 한국거래소 유가증권·코스닥시장 상장규정 개정안 때문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주가가 30거래일 연속 1000원 미만일 경우 동전주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이후 90거래일 동안 45거래일 연속 1000원 선을 회복하지 못하면 상장폐지 절차를 밟는다.
이번 개정안에는 기업의 우회로를 차단하는 조항도 포함됐다. 관리종목 지정 이후 90거래일 동안 10대 1을 초과하는 주식병합·감자가 금지되고, 최근 1년 이내에 이미 병합이나 감자를 단행한 이력이 있다면 추가 조치가 전면 차단된다. 규제 시행 후 관리종목으로 지정될 경우 사실상 자구책을 쓰기 어려운 구조인 만큼, 두 하우스는 7월 이전에 관련 절차를 마무리하고자 한 것으로 보인다.
증시 퇴출은 VC에 자금 조달과 대외 신뢰 측면에서 부담이 크다. 모태펀드 등 주요 LP들은 펀드 결성 시 GP의 책임 경영 차원에서 약정총액의 1% 이상을 의무 출자(GP커밋)하도록 요구한다. 상장 VC는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실시하는 유상증자 등을 통해 GP 커밋 재원을 조달하는데, 상장폐지가 이뤄지면 이 같은 시도가 불가능해진다. 여기에 상장폐지 리스크가 대형 LP들의 신뢰도 저하로 연결될 경우 향후 출자사업 심사에서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이러한 자구책에도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주식병합 공시 이후 두 회사의 주가는 일제히 하락세를 기록했다. TS인베스트먼트는 이달 7일 이사회 결의 공시 직전 1866원이었으나 임시주총 전날인 21일 1294원까지 밀리며 2주 만에 30.6% 하락했다.
SBI인베스트먼트 역시 2월 25일 이사회 결의 공시 시점 860원대에서 거래정지 직전인 지난달 24일 638원으로 두 달 새 26% 내려앉았다. 주식병합이 기업의 본질적 가치 개선 없이 규제 회피용 조치로 시장에 읽혔기 때문이다. 거래 정지로 자금이 묶이는 유동성 리스크를 피하려는 매도 심리도 맞물렸다는 분석이다.
이러한 조치는 펀더멘털 개선이 동반되지 않는 한, 구조적 한계를 드러낸다는 지적이다. 신주 상장 이후에도 하락세가 지속된다면 주식병합의 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특히 병합 전 주가가 600원대까지 밀렸던 SBI인베스트먼트의 경우, 거래 재개 후 주가가 다시 하락해 동전주로 재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나온다.
VC 업계 관계자는 "밸류업의 본질이 이익 체력 개선인 만큼, 근본적인 실적 개선과 회수 성과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주식병합과 같은 재무적 조치로는 한계가 뚜렷하다"고 말했다.
Copyright © 넘버스 All rights reserved.
- 'M&A 명가' TS인베스트, 1000억 기업승계 펀드 홀로 품었다 - 넘버스
- 에이스톤, AI 소프트웨어 '메이아이'에 마수걸이 투자 - 넘버스
- [2026 모태펀드] 지방투자 30%·정책 가점, 당락 가른다 - 넘버스
- TS인베스트, M&A·VC ‘두토끼’ 잡는다...기업승계 펀드 도전 - 넘버스
- [PE·VC 인건비 리포트]'저효율' TS인베, 회수 성과로 반등 시동 - 넘버스
- KB증권-나우·TS, 삼진식품 상장 직후 엑시트...2.6배 잭팟 - 넘버스
- TS인베스트, KX·오디텍과 지분 맞교환…'깐부' 맺었다 - 넘버스
- [PE·VC 인건비 리포트] '고효율' 미래에셋벤처, '저비용' SBI인베스트 - 넘버스
- SBI인베, 그린광학 주가 널뛰기에 복잡해진 '엑시트 타이밍' - 넘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