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분할 협의 못했는데”…상속세 신고·배우자공제 가능
서류 현지 공증 및 ‘아포스티유’ 인증 필수
기한 내 분할 협의 안 돼도 임시 신고 가능
배우자 상속재산은 최대 30억까지 공제
상속 주택 지분, 5년간 주택 수 산정 제외

# 40대 직장인 김우리 씨는 최근 밤잠을 설치고 있다. 2월 유언도 없이 갑작스레 돌아가신 아버지의 상속 재산을 두고 가족끼리 다툼이 생겼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세상을 떠나면서 서울 성동구의 아파트 한 채(시세 30억원·공시가격 20억원)와 주식·예금 등 금융재산 20억원 등 총 50억원에 달하는 상속재산을 남기셨다.
문제는 남은 가족 간의 이견이 생기면서 시작됐다. 어머니와 우리 씨는 세금 부담을 최소화하면서 공평하게 재산을 나누고 싶어 했다. 하지만 10년 전 미국으로 이민 간 남동생(미국 시민권자)의 생각은 달랐다. 과거 미국 유학 시절 아버지에게 이미 많은 재정적 지원을 받았음에도 현재 생활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버지가 남긴 금융재산 20억원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가족 간의 감정의 골은 깊어졌고, 재산 분할 협의는 제자리를 맴돌았다. 우리 씨는 마음이 급해졌다. 상속세 신고 기한(상속 개시 후 6개월)이 당장 8월 말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게다가 동생이 외국인 신분이라 준비할 서류가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릴까 봐 덜컥 겁이 났다. 복잡한 세금 문제와 절세 전략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 씨는 세무전문가 회현동 이택스를 찾아갔다.
Q. 상속 개시 후 6개월 이내인 8월까지 상속세 신고를 해야 한다고 알고 있는데, 기한이 너무 촉박하네요.
A. 아닙니다. 우리 씨 가족의 경우 올 11월 말까지로 기한이 넉넉합니다. 원칙적으로 상속세는 아버지가 돌아가신 달(상속개시일)의 말일부터 6개월 이내에 신고·납부해야 합니다. 아버지가 2월에 돌아가셨으니 일반적인 경우라면 8월 말까지가 맞습니다.
하지만 예외가 있습니다. 상속인 중 단 한 명이라도 외국에 주소(거주지)를 둔 상황이라면, 신고·납부 기한이 9개월로 연장됩니다. 우리 씨 동생은 미국에 살고 있는 시민권자이므로, 우리 씨 가족의 상속세 및 취득세 신고 기한은 11월 말까지로 늘어납니다. 가족과 협의할 시간을 3개월 더 벌게 되신 셈입니다.
Q. 동생이 미국 시민권자인데, 법원에 제출하거나 상속 진행 시 필요한 서류가 따로 있나요?
A. 네, 대한민국 국적이 아니기 때문에 신원과 의사를 증명할 현지 서류가 필요합니다.
상속재산분할협의를 진행하고 등기를 하려면 동생분으로부터 아래의 서류들을 받아야 합니다. 외국 시민권자는 한국의 주민등록등본이나 인감증명서가 없기 때문입니다.
먼저 필수 제출 서류로는 부동산등기용 등록번호증명서, 상속재산분할협의서(분할 동의용), 거주사실확인서, 서명확인서, 동일인증명서(한국계 미국인인 경우), 출생증명서(미국 현지 출생 시) 등이 있습니다. 모든 서류는 미국 현지 공증인의 공증을 거친 후, 아포스티유(Apostille) 인증을 반드시 받아서 국내로 보내와야 효력이 인정됩니다. 서류 준비와 우편 발송에 시간이 걸리므로 서두르시는 것이 좋습니다.
Q. 동생과 상속분할을 놓고 이견이 있는데, 만약 끝내 협의가 안 되면 11월에 상속세 신고를 못 하나요?
A. 협의가 안 돼도 신고와 납부는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상속세는 ‘돌아가신 분의 재산 전체’를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는 유산세 구조입니다. 즉, 가족이 재산을 어떻게 쪼개 가질지 결정을 못 했더라도 전체 세액은 변하지 않으므로 기한 내에 신고하시면 됩니다. 상속세 신고는 상속인 중 1인이 하면 되는 것이라 신고인이 누구든 상관없습니다.
Q. 배우자 상속공제 혜택이 매우 큰 걸로 알고 있습니다. 혹시 기한 내에 분할 협의를 못 한 상태에서 일단 신고부터 하면, 어머니는 공제 혜택을 아예 날리게 되는 건가요?
A. 아닙니다. 상속세 신고 때까지 협의를 못 마쳤더라도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기한’이라는 제도 덕분에 나중에 공제를 채워 넣을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어머니가 실제로 상속받은 금액에 따라 세금을 깎아주는 ‘배우자 상속공제(최대 30억 원 한도)’는 최종 분할 결과에 따라 세액 차이가 수억원씩 나기도 합니다. 우리 씨 가족처럼 분쟁이 길어질 때는 다음과 같은 단계별 전략을 쓰시면 됩니다. 먼저 1단계는 11월 말까지 법정 지분대로 임시 신고를 하는 것입니다. 우선 상속세 신고 기한인 11월 말까지는 민법상 법정 상속지분(어머니 3/7, 우리 씨 2/7, 동생 2/7)을 기준으로 상속세를 계산해서 기한 내에 신고·납부합니다.
2단계는 내년 8월 말까지 실제 협의 완료 후 ‘분할 신고’를 하는 겁니다. 세법에서는 상속세 신고 기한이 지난 후에도 가족이 협의할 수 있도록 ‘신고 기한 다음날부터 9개월(내년 8월 말)’이라는 시간을 추가로 줍니다. 이 기간 내에 동생과 최종 합의를 끝내고 아파트나 예금 명의를 바꾼 뒤, 국가에 ‘배우자 상속재산 분할신고’를 제출하면 배우자 공제 혜택을 온전히 다 적용받을 수 있습니다.
만약 남동생과의 갈등이 법적 소송 등으로 번져 내년 8월 말까지도 도저히 재산 분할을 마칠 수 없는 부득이한 상황이 올 것 같다면, 신고기한 다음날부터 9개월(내년 8월 말) 이내에 미리 ‘배우자 상속재산 미분할 신고서’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부득이한 사유를 인정받으면 기존 9개월 기한에 더해 6개월이 되는 날까지 분할 기한을 추가로 연장할 수 있어 훨씬 시간적 여유를 가질 수 있습니다.
Q. 법정 지분대로 상속받게 된다면 가족이 각각 내야 하는 상속세는 정확히 얼마인가요?
A.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총 상속세는 약 7억원이며, 법정 지분 비율에 따라 분할 상속을 하게 된다면 어머니가 3억원, 우리 씨와 동생이 각각 2억원씩 나눠 내게 됩니다.
계산 과정이 다소 복잡해 보일 수 있지만, 전체 상속재산에서 국가가 빼주는 ‘공제 혜택’을 하나씩 대입해 보면 흐름이 한눈에 보입니다. 우리 씨 가족의 세금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아파트 시세 30억원과 금융자산 20억원을 합쳐 총상속재산은 50억원입니다. 이를 민법상 법정 지분(배우자 1.5 : 자녀 각 1) 비율로 나누면 어머니(3/7) 21억4200만원, 우리 씨(2/7) 14억2900만원, 동생(2/7) 14억2900만원으로 분배됩니다.
50억원에 대해 그대로 세금을 매기는 것이 아닙니다. 상속세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 금액)을 구하기 위해 법에서 허용하는 공제액을 차례로 차감합니다. 먼저 장례비용 및 채무 등 약 500만원을 차감합니다. 또 일괄 공제로 기본 5억원을 뺍니다. 금융재산 상속공제를 적용받게 되는데, 금융재산(20억원)의 20%를 깎아줍니다. 한도가 최대 2억원이므로 2억 원을 온전히 공제받습니다.
마지막으로 배우자 상속공제가 있어 어머니가 실제 상속받는 금액(21억4200만원)은 그대로 공제됩니다. 참고로 배우자 공제는 법정 지분과 실제 상속액 중 적은 금액을 기준으로 최대 30억원까지 가능합니다.
총 상속재산(50억원)에서 이 공제액을 모두 빼고 나면, 세금을 매기는 기준인 과세표준은 21억5300만원이 됩니다. 세율 40%(누진공제 1억6000만원)를 적용하면 총 상속세산출세액이 7억원이 나옵니다. 상속세는 상속받은 재산 비율대로 연대해 낼 의무가 있으므로, 처음 나눴던 재산 지분(3:2:2)대로 배분하면 어머니는 3억원, 우리 씨는 2억원, 동생은 2억원의 세금을 각각 부담하게 됩니다.
Q. 아직 아파트 명의를 누구로 할지 못 정했는데, 취득세나 보유세(재산세·종부세)는 누가 내나요?
A. 협의가 안 돼서 11월 말까지 아파트 소유권 이전 등기를 못 하더라도, 국가에서는 세금을 걷어갑니다. 취득세의 경우 11월 말까지 법정 지분대로 공동 부담해 어머니(3/7), 우리 씨(2/2), 동생(2/7)이 나눠 내게 됩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는 등기가 안 된 경우 ‘주된 상속자’가 납세합니다. 납세 의무자 중 지분이 가장 높은 사람이 부담하는데, 우리 씨 가족의 경우 어머니가 부담하게 됩니다.
만약 몇 년 동안 등기를 안 하다가 추후 협의가 완료돼 아파트를 원래 지분(3:2:2)대로 등기하더라도, 그동안 어머니가 혼자 내왔던 재산세와 종부세를 소급해서 다시 계산하지는 않습니다.
Q. 저는 아내와 4대 6으로 소유하고 있는 공동명의 아파트가 한 채 있습니다. 혹시 상속 때문에 ‘다주택자’가 돼 보유세(종부세)를 추가로 부담하게 될까 봐 걱정됩니다.
A.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상속주택 특례’ 덕분에 5년간은 주택 수에서 제외됩니다.
상속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다주택자가 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세법에서는 강력한 예외 조항을 두고 있습니다. 상속개시일(2월)로부터 5년 동안은 해당 상속 지분을 우리 씨의 주택 수로 보지 않습니다. 따라서 기존 1가구 1주택 혜택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매우 유리한 혜택을 받습니다. 원래 부부 공동명의 주택은 지분 분할에 따라 1주택자 공제를 받기 까다로웠으나, 세법 개정으로 우리 씨 소유로 볼 수 있도록 해 1가구 1주택자 판정이 가능합니다. 이에 따라 기본 공제 확대로 과세표준 계산 시 일반 공제(9억원) 대신 12억원이 적용되고, 고령자 및 장기보유 세액공제(최대 80%) 혜택은 그대로 유지됩니다.
다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에서는 소유권분쟁 등으로 상속등기를 하지 않고 있다가 등기하는 경우 주택은 상속개시일에 취득한 것으로 보고 있는 점은 주의하셔야 합니다.
Q. 나중에 상속받은 아파트 지분이 있는 상태에서, 기존에 아내와 살던 집을 팔면 양도소득세는 어떻게 되나요?
A. 양도소득세 계산 시에도 상속 지분은 전혀 걸림돌이 되지 않습니다. 법정 지분(어머니 3/7, 우리 씨 2/7, 동생 2/7)대로 아파트를 공동 소유하게 될 경우, 양도세법상 공동 상속 주택은 ‘지분이 가장 큰 사람(어머니)’의 주택으로 간주합니다. 따라서 우리 씨가 기존에 부부 공동명의로 갖고 있던 주택을 매도할 때, 상속받은 성동구 아파트 지분은 주택 수 계산에 아무런 영향도 주지 않습니다. 여전히 안전하게 1가구 1주택 비과세 혜택을 챙기실 수 있습니다.
정호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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