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이야기]우박, 짧지만 강한 위험에 대비해야

권종민 기자 2026. 5. 28.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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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상청장
이미선 기상청장.

"231년(구수왕 18년) 4월, 밤알 만한 크기의 우박(雨雹)이 내려 새가 맞으며 죽었다.", "1301년(충렬왕 27년) 5월, 경상도 안동에 큰 우박이 내려 동물들이 죽었는데, 여러 사람이 우박 하나를 들 수 없을 정도로 컸다." 이는 삼국사기와 고려사에서 볼 수 있는 우박에 대한 기록이다. 이처럼 우박은 과거 삼국시대에도 나타난 기상현상으로, 과거 사람들은 매서운 돌풍과 함께 갑자기 떨어지는 위협적인 우박을 하늘의 경고로 받아들이곤 했다.

오늘날에도 우박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주고, 사회 곳곳에 크고 작은 피해를 일으키는 위험 기상이다. 특히 대구·경북지역은 봄철에 우박이 발생할 위험이 큰 지역으로, 대구지방기상청과 안동기상대의 관측에 따르면 최근 10년(2016~2025년) 동안 총 33회의 우박이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약 73%가 3월부터 6월 사이에 집중됐다. 특히 5월에 10회, 6월에 8회로 5~6월에 가장 빈번하게 발생했다.

이 시기에 우박이 잦은 이유는 우리나라 상층과 하층의 기온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지표면은 강한 햇볕으로 빠르게 가열되고 상층에는 북쪽의 찬 공기가 지날 때, 대기는 매우 불안정해지며 적란운이 급격히 성장한다. 구름 속에서 강한 상승기류를 타고 올라간 물방울은 영하의 기온에서 얼고, 다시 하강하면서 다른 물방울과 결합한 뒤, 재차 상승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크기가 점점 커진다. 이렇게 형성된 얼음덩어리가 점점 무거워져서 지상으로 떨어지는 것이 바로 우박이다.

우박은 국지적이고 지속시간이 짧은 특성을 보이지만 소나기, 돌풍과 함께 천둥·번개가 동반되는 경우가 많으며, 우박으로 인한 피해는 결코 가볍지 않다. 비닐하우스나 시설물 파손, 차량 외관 손상 등의 피해가 발생할 수 있으며, 지름이 수 ㎝에 이르는 커다란 우박은 유리창을 깨거나 보행자에게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수 있다.

또 우박은 과수와 농작물의 꽃, 잎과 열매를 손상시킨다. 이는 한 해 농사의 수확량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데, 전국적인 과수 주산지인 경북지역은 개화기와 어린 열매가 맺히는 시기가 우박이 잦은 시기와 맞물려 있기에 특히 취약한 지역이다. 이러한 지역적 특성을 고려해 대구지방기상청은 우박, 돌풍, 낙뢰 등 위험 기상이 예상되면, 농업 관계기관과 농가 작목반을 대상으로 관련 정보를 사전에 알리며 현장 피해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우박은 우리의 일상과 농업활동에 커다란 불편과 피해를 줄 수 있기에, 우박이 잦은 지금과 같은 시기에는 기상청의 날씨 해설과 기상정보 등을 수시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우박은 짧은 시간에 급격히 발생하는 만큼, 기상레이더 등 실황 정보를 확인하는 것도 피해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기상청 날씨알리미 앱을 활용하면 우박과 강수 정보를 실시간 알림으로 받아볼 수 있고, 날씨누리의 레이더 영상을 통해서는 현재 우박이 내리는 지역과 이동 경향을 파악할 수 있다. 이러한 정보들을 통해 우박 가능성이 있는 날에는 농작물 보호망 점검과 시설물 보강 등의 대비를 하는 것이 좋고, 야외활동 중에 갑자기 우박을 만난다면 실내나 지붕이 있는 곳으로 대피하여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

'밤알 만한 우박에 새가 죽었다', '우박이 사람 여럿이 들어야 할 만큼 컸다'는 옛 기록은 결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시대가 달라졌을 뿐, 우박은 지금도 우리의 일상과 생업을 위협하는 위험요소다. 자연현상은 피할 수 없지만, 기상정보를 확인하고 대비한다면 짧지만 강력한 우박으로부터 안전을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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