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부의 피난처’ 스위스 넘은 홍콩… 돈의 흐름 바뀐 이유
홍콩이 사상 처음으로 스위스를 제치고 세계 최대 역외(오프쇼어) 자산관리 허브에 올라섰다. 미·중 갈등과 지정학 불안이 커지자 전 세계 부유층이 자산을 여러 국가에 분산하기 시작했고, 그 과정에서 중국 자금이 대거 홍콩으로 몰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27일(현지 시각)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스턴 컨설팅그룹(BCG) 보고서를 인용해 지난해 홍콩에서 관리된 국제 자산 규모가 2조9000억 달러에 달했다고 보도했다. 전통적인 세계 최대 ‘부의 피난처’였던 스위스를 처음으로 넘어선 것이다.
홍콩 자산의 약 60%는 중국 본토 자금이었다. 중국 부유층과 기업들의 해외 자금 운용 창구 역할을 홍콩이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는 의미다. BCG는 아시아 지역의 부(富)가 빠르게 증가하면서 홍콩과 스위스의 격차가 2030년에는 6000억 달러 가까이 벌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홍콩의 약진 배경에는 최근 되살아난 홍콩 증시가 있다. 중국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 해외 자금을 조달하고 있고, 전기차(EV) 등 중국 제조업 경쟁력이 커지면서 관련 자금 역시 홍콩 금융시장으로 유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홍콩의 부상을 단순한 ‘중국 머니’ 효과만으로 보긴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갈등 등을 거치며 부유층 사이에서 “한 국가에만 자산을 두는 것은 위험하다”는 인식이 빠르게 확산했기 때문이다. 스위스 기반 자산운용사 베이스라인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이클 펠먼 롤런드는 FT에 “과거에는 절세 목적의 역외 자산 이동이 많았다면, 이제는 지정학 리스크를 피하기 위한 ‘관할권 분산’이 핵심 이유가 됐다”라고 말했다.
FT에 따르면 실제 글로벌 부자들은 최근 스위스·홍콩·싱가포르·두바이 등 여러 금융 허브에 자산을 나눠 보관하며 리스크를 관리하고 있다. BCG는 현재 세계 자산관리 시장이 ‘아시아 축’과 ‘서방 축’으로 양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홍콩·싱가포르가 아시아 축을 이루고, 스위스·미국·아랍에미리트(UAE)가 서방 축을 형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두바이는 최근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금융 허브 중 하나로 꼽힌다. 세금이 거의 없고 정치적으로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점 때문에 러시아·중국·인도·중동 부유층 자금이 몰리고 있다. UBS, JP모건, 도이체방크 등 글로벌 은행들도 공격적으로 사업 확장에 나섰다.
반면 스위스 금융권 내부에서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최근 UBS와 스위스 금융당국이 강화된 자본 규제를 두고 갈등을 빚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스위스가 자산관리 강국 지위를 적극적으로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때 영세 중립국의 안전 자산으로 불리며 세계 부자들의 돈을 빨아들였던 스위스의 위상에도 균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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