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공약…NIP 도입 기대감 증폭

김상일 기자 2026. 5. 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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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 모두 고령층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정책 결정 단계 진입 여부 주목
국내 65세 이상 백신 효과 2.9%... 고령층 면역노화·면역각인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 
일본·대만 NIP 편입 결정…질병청 "도입 필요성 공감, 재정·수급 종합 검토" 입장
[의학신문·일간보사=김상일 기자]6·3 지방선거를 앞두고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국가예방접종지원사업(NIP) 도입'이 여야 정치권이 고령층 보건의료 핵심 공약에 나란히 올랐다.

더불어민주당은 "어르신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사업 단계적 확대" 를 공언했고, 국민의힘 역시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NIP 도입 추진 및 지원 대상 확대" 를 공약집에 명시했다.

이처럼 임상적 근거와 학회 권고, 국제적 정책 흐름이 수렴한 끝에 양당의 공통 공약으로까지 채택되면서, 그동안 재정 장벽에 막혀 공전하던 도입 논의가 실질적인 입법과 예산 결정 단계로 진입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초고령사회 속 인플루엔자 부담 급증…기여 사망자·진료비 나날이 증가

우리나라는 이미 고령 인구 비중이 20%를 넘어선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특히 고령층의 약 86%가 당뇨병, 심혈관질환, 만성호흡기질환 등 만성 기저질환을 앓고 있어,  인플루엔자 감염 시 기저질환 급성 악화 및 중증 합병증 이행 위험이 매우 높다.

실제로 국내 인플루엔자 관련 입원의 약 70%,  사망의 80% 이상이 65세 이상에 집중되어 있으며,  이러한 양상은 최근 절기에 들어 더욱 심화되는 추세다.

2026년 4월 질병관리청과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공동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4-25절기 인플루엔자 기여 사망자는 5,257명으로 최근 10년 중 최다치를 기록했다. 이 기간 지출된 총 요양급여비 역시 6,295억 원에 달해 2009년 신종플루 대유행 당시를 넘어섰다.

현행 NIP 고령층 단일 규정 한계…'고면역원성 백신' 권고는 제도권 밖

국내 65세 이상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백신 접종률은 80% 이상으로 미국(69.8%), 캐나다(70.3%) 등 주요국을 상회하지만, 실제 예방 효과는 이에 비례하지 않는다.

국내 10개 의료기관 기반의 음성 대조군 시험설계(TND) 연구에 따르면, 2011-12 절기부터 2020-21 절기까지 65세 이상 고령층의 평균 백신 효과(VE)는 2.9%에 그쳤다. 후속 분석에서도 2014-15 절기부터 2023-24 절기까지의 국내 고령층 VE는 -35.5%에서 47.7%의 넓은 변동폭을 보이며, 주요국 대비 20~40%p 낮은 수준이 반복 확인됐다. 

전문가들은 원인을 면역학적 요인과 제도적 요인으로 분석한다. 면역학적 측면에서는 고령층의 면역노화가 주원인으로 꼽힌다.

대한감염학회의 2023년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에 따르면, 고령층은 백신 접종 후 항체 역가가 건강한 성인의 40~80% 수준에 불과하고,  항체 감소 속도도 빨라 절기 후반기 2차 유행 시 예방 공백이 발생하기 쉽다. 여기에 면역노화와 반복 접종에 따른 면역각인 효과, 백신주와 유행 바이러스 간의 항원 불일치도 효과 저하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이러한 면역학적 한계에도 불구하고 현행 NIP는 65세 이상 고령층을 단일 집단으로만 규정하고 있어, 기저질환 유무나 면역 상태를 반영한 차등 지원 체계가 미비한 실정이다.

현재 면역증강 백신(aQIV), 고용량 백신(QIV-HD) 등 보다 효과적인 대안은 NIP 선택지에 포함되어 있지 않다. 대한감염학회가 성인예방접종 개정안을 통해 65세 이상 고령층(2023년) 및 면역억제제를 복용하는 18~64세 고형장기 이식환자(2025년)에게 고면역원성 백신을 우선 권고했으나, 임상 현장의 목소리는 여전히 NIP 제도권 밖에 머물러 있다.

지난 4월 국회에서 열린 '고령화 시대 생애 전주기 예방접종 전략' 정책토론회에서 송준영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현행 NIP 체계에서 건강한 성인은 60~80%의 백신 효과를 기대할 수 있지만 65세 이상 고령자는 50%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초고령사회에서 고령층의 인플루엔자 감염은 노쇠(frailty)를 악화시키고, 기능 저하가 다시 감염 중증도를 높이는 악순환을 형성한다"며 "NIP 정책 목표를 기존 접종률에서 중증·입원·사망 감소로 지표를 재정립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아시아 인접국들은 이미 행동에 나섰다. 대만 질병관리서는 2026년 하반기부터 장기요양 및 양로시설 거주 65세 이상을 대상으로 고면역원성 백신의 NIP 편입을 결정했다.  

일본 후생과학심의회 역시 지난 2025년 11월, 75세 이상 대상 고면역원성 백신 지정을 의결하고 향후 65세 이상 전체 확대를 검토 중이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보건경제학적 비용-효과성이 개선된다는 분석 결과가 바탕이 됐다.

반면 국내 논의는 재정 부담으로 공전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은 해외 주요국이 고령층 면역노화 극복을 위해 고면역원성 백신을 도입하는 추세를 파악하고 있으며, 추가 보호 효과가 확인되는 만큼 NIP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다는 입장이다.

다만 도입 시 상당한 추가 재정이 소요되므로 질병 부담 경감 효과, 국내외 수급 상황, 재정 여건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재갑 한림대 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의 비용효과성은 이미 분석 결과로 확인됐음에도, 당장의 재정 부담을 이유로 결정이 해마다 미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의 백신 투자는 단순 지출이 아니라 10~20년 뒤 입원·치료비를 줄이는 저축"이라며 "학회 권고와 여야 공약까지 나온 만큼, 이제는 정책 결정이 뒤따라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