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 월급 묶어놓고, 36억 슈퍼카·15억 유흥비… 국세청, 19개 법인 정조준
국세청, 슈퍼카 사적 사용 의심
19개 법인에 고강도 세무조사
제조업체 A법인의 사주 B씨는 법인자금으로 36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6대를 구매해 업무와 무관하게 회사 내 전시용으로 사용했다. 회사에 막대한 이익잉여금을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직원 급여는 수년간 동결했다. B씨는 그러면서 고급 룸살롱에 수차례 드나들며 유흥비 약 15억원을 법인비용으로 사용했고, 정당한 사유 없이 고액급여 60억원을 과도하게 받아갔다. 또 배우자가 대표로 있는 특수관계법인이 가상자산 채굴기를 취득하도록 자금 약 200억원을 무상 대여하는 한편 사주일가 명의 해외계좌에 약 17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도 해외금융계좌를 미신고해 재산을 은닉하기도 했다. 국세청은 B씨가 고가 슈퍼카의 사적 사용은 물론 유흥비 및 고액급여 수취, 국외 은닉재산 자금출처 등에 대해 고강도 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국세청이 법인 명의로 슈퍼카를 구매한 뒤 사적으로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19개 법인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에 착수했다. 지난 2020년 슈퍼카 사적사용·세금 탈루혐의를 대대적으로 점검한 뒤 법인차량에 연두색 번호판을 달게 하는 조치가 이뤄졌지만, 탈루행태가 정교하게 진화한 데 따른 것이다. 실제 일부 사주는 ‘낙인효과’를 피하기 위해 가액을 낮춰 다운 계약서를 작성하거나 자녀들이 유흥주점 등에서 사용한 내역을 가리기 위해 운행기록부를 조작한 점 등이 확인됐다. 조사대상으로 선정된 19개 법인들이 소유한 고가 차량은 총 90대(300억원 상당)로, 전체 탈루 혐의 금액은 약 3000억원에 이른다.

국세청에 따르면 초고가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취득한 후 사주 일가가 이를 ‘개인 전용차’로 굴리며 호화·사치 생활을 한 사례가 다수 적발됐다. 한 조사대상자는 법인 명의로 총 8억원 상당의 고가 슈퍼카 3대를 취득했는데, 사주 일가는 골프장, 특급호텔, 백화점, 고급 스파 방문 등 사적으로 사용했다.
‘끼워넣기 거래’ 등을 통해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한 탈법 행위도 드러났다. 한 법인은 특수관계법인 소유 사무실을 임차하면서 시세보다 약 30억원 더 높은 보증금을 지급하거나, 사주 개인사업체를 법인 전환하면서 영업권을 과대평가해 법인에 양도하는 방식으로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출했다. 또 한 뷰티제조업체는 회사 명의로 고가 슈퍼카 3대(총 7억원)를 리스해 사주의 배우자가 사적으로 사용한 사실이 확인됐다. 이 업체는 해외 페이퍼 컴퍼니에 광고비 명목으로 약 60억원을 송금해 허위의 광고비를 계상하고, 법인자금을 해외로 유출하기도 했다.
편법적인 방법으로 사주 자녀에게 부를 대물림한 사례도 슈퍼카 탈세 검증 과정에서 확인됐다. 한 건설업체는 취득가액 2억원 이상의 슈퍼카를 보유했는데, 자녀 C씨가 해외에서 귀국하는 시점에 맞춰 약 3억원 상당의 슈퍼카를 법인 명의로 추가 취득했다. C씨는 귀국 후 이 차량을 사적으로 사용했다. 국세청이 살펴보니 C씨는 과거 미성년자로 자금 동원 능력이 없었음에도 약 180억원 상당의 빌딩을 사주와 공동으로 매입해 부동산 취득자금 약 50억원을 증여받았지만, 증여세를 신고하지 않았다.
안덕수 국세청 조사국장은 “법인들의 그릇된 인식과 불법적 관행이 방치된다면 국민들에게 깊은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는 만큼 법인의 편법·탈법적 행위 뿐 아니라 사주 일가의 재산 형성 과정 및 탈루 혐의가 있는 관련 기업까지 철저히 검증하겠다”면서 “일시보관, 금융계좌 추적 등 활용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해 합당한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물론 조사과정에서 매출 축소 또는 법인자금 유출을 위해 차명계좌를 이용하거나 증빙을 조작하는 등 고의로 세금을 포탈한 행위가 확인되는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고발하는 등 엄정하게 대처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세종=이희경 기자 hjhk3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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