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 못 막는 제도…환수·퇴출 구조 손봐야
부당이익 환수까지 수 년 걸려 4년간 환수율 12%대 그쳐
보험업 종사자 범죄 가담도 증가…제재 전까지 버젓이 영업
병원 연계 범죄 ‘내부자 제보’ 최선… 10월까지 특별 신고

정부와 사법당국이 그동안 보험사기 처벌 수위를 지속적으로 강화해 왔음에도, 사기 건수가 좀처럼 줄지 않고 인공지능(AI)을 이용한 신종 보험사기까지 등장하는 등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다.
보험업계에서는 특히 보험사기를 통한 범죄 수익을 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환수 제도를 개편, 보험사기 이득을 볼 수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토로하고 있다.
27일 손해보험협회 관계자는 “현재는 보험사기로 받은 보험금의 환수 비율이 낮고 절차도 복잡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며 “범죄수익을 끝까지 환수할 수 있도록 제도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험사기로 인한 부당이득을 환수하려면 ‘부당이득 반환 청구 소송’을 걸어야 하는데, 이 경우 수년 넘게 절차가 지연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사가 부정하게 지급된 보험금을 환수하려면 우선 사실관계를 파악한 뒤 채권 확보 절차를 거치고, 법원에 소송을 제기해 확정 판결을 받은 뒤 압류 등 강제집행까지 거쳐야 한다. 이는 일반적인 채권 회수절차보다 시간이 더 오래 걸릴 수 있으며, 1심 판결 이후 항소 등이 이어지면 차일피일 시간이 늦춰지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전국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에서 발생한 보험사기에 대한 부당이득 환수율(2020~2023년 기준)은 각각 12.6%, 12.9%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보험설계사, 보험대리점, 보험중개사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해 ‘전문적’으로 사기 행각을 하는 경우에 대해서도 더 강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내놓고 있다.
지난해 의료·보험업 종사자가 직무상 지위를 이용해 범행한 경우 ‘특별가중인자’로 반영하도록 명시했음에도 오히려 업계 종사자의 적발 건수가 늘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보험업 종사자 보험사기 적발 인원은 2023년 1986명에서 2024년 2207명, 2025년 2319명으로 증가세를 보였으며 병원 관계자·정비업체 종사자 등 보험밀접직종 적발 인원도 같은 기간 7136명에서 7668명으로 늘었다.
업계에서는 실제 처벌까지 이뤄지는 과정이 복잡하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등 제도가 미비한 점을 문제로 꼽았다.
현행 보험업법상 보험설계사 등이 보험사기에 가담할 경우 등록취소나 업무정지 처분을 할 수 있지만, 청문 절차 등을 거치다 보면 통상 1년 이상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기 행각을 벌인 보험설계사 등이 제재를 받기 전까지 마음대로 영업을 계속할 수 있어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례가 다수라는 지적이다.
보험사기 관련 전력이 있는 보험업계 종사자라도, 제재를 받은 후 2년여 기간이 지나면 별 제한 없이 업계 종사자로 재등록할 수 있다는 점도 개선 과제다.
보험사기 전력을 보험설계사 결격사유에 포함하고, 확정판결 시 청문 절차 없이 등록취소가 가능하도록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국회 정무위원회는 지난 12일 해당 법안을 법안심사제1소위원회에서 병합 심사해 의결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보험사기 범죄가 갈수록 조직화·지능화되는데다 신종 보험사기도 끊이지 않고 있는 만큼, 사기 행각에 즉각 대응하기 위한 시민들의 신고·제보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최근에는 AI를 이용한 병원 진단서류 위·변조, 병원 등과 연계된 조직형 범죄 등이 잇따르고 있는데, 이를 조기에 적발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은 결국 내부자 제보라는 것이다.
이에 맞춰 금감원과 보험업계는 오는 10월까지 실손보험 보험사기 특별 신고·포상 기간을 운영한다. 병·의원 관계자 신고 시 최대 5000만원, 브로커는 최대 3000만원, 환자 등 이용자는 최대 100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 금감원은 보험설계사 등 보험업 종사자에 대한 준법 교육과 보험사의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보험사기 연루 설계사를 시장에서 신속히 퇴출할 수 있도록 보험업법 개정안 입법 지원도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신상현 금감원 보험사기대응단 수석은 “보험사기는 단순히 제도 안에서만 움직이는 범죄가 아니기 때문에 법 개정이나 처벌 강화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보험사기는 결국 선량한 가입자의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막대한 사회적 비용을 초래하는 범죄다. 시민 여러분들이 적극적으로 범죄 실태를 고발해 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서민경 기자 minky@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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