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수어통역사의 1시간은 42만 시간…그 생각으로 최선"
역대 정부 첫 靑 전속 수어통역사 임용

박지연 청와대 수어통역사는 28일 역대 정부 최초 청와대 전속 수어통역사로서의 책임감을 이같이 표현했다. 1998년 처음 수어를 접한 박 통역사는 2008년 수어통역사 자격증을 취득한 뒤 국회방송 등을 중심으로 활동을 이어왔고, 지난해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 별정직 6급 공무원으로 임용돼 역대 정부 최초의 청와대 수어통역사로 활동하고 있다. 박 통역사는 "수어를 제1언어로 사용하는 전국 42만명 농인을 포함해 대한민국 국민 한분 한분이 소외당하지 않고 불편함 없는 사회를 만들도록 노력하는 정부의 의지가 담겨있다고 보시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청와대에 상주하며 춘추관의 브리핑을 수어로 통역하고 있다. 대통령 메시지를 전달하는 만큼 준비 과정도 치열하다. 박 통역사는 국무회의와 수석보좌관회의, 분야별 간담회, 공식 행사, 공동언론발표 등 대통령의 공개 발언을 빠짐없이 듣고 숙지한다. 박 통역사는 "중요 키워드를 뽑아 메모하고 수어표현을 미리 고민하면서 준비한다"라며 "대통령께서 모든 분야에 해박하기 때문에 대통령 말씀의 배경지식을 찾아보느라 늘 시간이 부족하다"고 했다. 또 "외교, 안보, 경제는 전문 용어를 수어로 정확하게 전달 하는 것이 핵심이고, 발화의 의도가 왜곡되지 않도록 전달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책 브리핑에서는 개념을 어떻게 시각화할지도 고민한다. 수어는 손동작뿐 아니라 공간, 표정, 시선까지 활용해 의미를 전달하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박 통역사는 "새로운 정책을 브리핑 하실 때, 수어로 공간을 정확하게 잡고, 정책의 개념이 쉽게 보여지고 이해되도록 수어로 표현하려고 노력한다"며 "저의 얼굴 표정으로 말씀의 뉘앙스까지도 전달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는 지난해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기자회견을 꼽았다. 박 통역사는 "내외신 기자 4000여명이 등록할 정도로 각국의 취재 열기가 대단했다. 3실장(비서실장·정책실장·국가안보실장)과 나란히 서서 기자회견 전 과정을 수어통역했는데, 세계 최초가 아닐까 생각해본다"면서 "청각언어 장애인들의 정보 접근권을 보장하고 사회통합과 국정 투명성을 강화한 첫 출발이 아니었을까 생각된다"고 말했다.
이어 "또한 전 세계 언론인에게 한국어뿐 아니라, 한국 수어의 우수성을 알릴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다"며 "소외 받고 차별 당하며 살아온 농인을, 국민으로 대우해 주시고 '모두의 대통령'이라는 국정 철학을 몸소 보여주신 대통령께 42만 농인을 대표해 감사한 마음을 전하고 싶다"고 했다.
수어와 정보 접근권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2016년 한국수화언어법 통과 이후 수어는 국어와 동등한 자격을 가진 농인의 고유한 언어로 인정받았다. 다만 일상 속 장벽은 여전히 남아 있다. 박 통역사는 "여전히 농인 일자리가 부족하고, 하루하루 생계를 걱정하는 분들이 많다"며 "제가 농인에게 수어를 배운 것처럼 우리나라 전 국민이 수어 배우기 프로젝트를 하면 어떨까요"라고 제안했다.
cjk@fnnews.com 최종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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