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대한민국 제조 AI 중심으로!] (14) AI가 바꾸는 제조 현장- 코렌스

권태영 2026. 5. 28.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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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 없이 도는 ‘AI 두뇌’… 제조 현장도 쌩쌩 돈다

라인 곳곳 데이터, ESG 관제센터로 전송
가동 현황·설비 상태·불량 등 실시간 분석
인공지능 도입 후 생산 효율 200% 향상
완전 자율형 공장 ‘다크팩토리’ 구현 목표


양산의 자동차 부품기업 코렌스 생산공장 ESG 관제 센터에 들어서면 제조업에 대한 기존의 인식이 달라진다.

대형 모니터에는 생산라인별 가동 현황과 설비 상태, 생산 실적, 에너지 사용량 등이 실시간으로 표시된다. 생산설비 곳곳에 부착된 사물인터넷(IoT) 센서들이 쉼 없이 데이터를 전송하고, 시스템은 이를 분석해 설비 이상 여부를 즉각 판단한다.
코렌스 양산공장 MPC 쿨러 자동화 라인에서 페이스트 도포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코렌스 양산공장 MPC 쿨러 자동화 라인에서 페이스트 도포 공정이 이뤄지고 있다.

디지털 트윈 기반으로 구현된 가상 공장도 눈길을 끈다. 실제 공장을 그대로 복제한 가상 환경에서는 생산 흐름과 공정 상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제조업 현장이라기보다 미래 산업기술 연구소에 가까운 광경이다. 그러나 이 변화는 단순한 첨단 기술 도입 차원을 넘어선다. 인공지능(AI)과 데이터 기반 제조 혁신을 통해 공장 운영 방식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경남 제조업이 AI를 중심으로 새로운 산업 전환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코렌스는 제조AI 시대를 상징하는 대표 사례로 꼽힌다.

코렌스는 1990년 양산에서 설립된 자동차 열관리 부품 전문 기업이다. 설립 초기부터 기술 국산화에 집중한 코렌스는 국내 최초로 배기가스 재순환(EGR) 시스템 국산화에 성공하며 업계 주목을 받았다.
최용석 코렌스 AI혁신본부장이 관제센터 내 DT 대시보드를 설명하고 있다.

최용석 코렌스 AI혁신본부장이 관제센터 내 DT 대시보드를 설명하고 있다.

EGR 시스템은 배기가스를 다시 엔진 내부로 순환시켜 질소산화물(NOx) 배출을 줄이는 친환경 핵심 기술이다. 당시만 해도 해외 기술 의존도가 높았던 분야였지만 코렌스는 독자 기술 개발에 성공하며 기술 경쟁력을 확보했다.

이후 현대자동차 등 국내 완성차 기업과 협력을 확대하며 성장 기반을 다졌고, 2012년 독일과 미국에 해외 법인을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글로벌 경영에 나섰다. 현재는 미국·유럽·중국 등 7개 해외 사업장을 운영하며 글로벌 자동차 부품기업으로 성장했다.
최용석 코렌스 AI혁신본부장 AI 구축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최용석 코렌스 AI혁신본부장 AI 구축 로드맵을 설명하고 있다. /전강용 기자/

주력 사업은 자동차 열관리 시스템(TMS)과 EGR 시스템이다. 최근에는 전기차·수소차 등 미래차 시장 확대에 대응해 통합 열관리 시스템과 친환경차 핵심 부품 개발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코렌스는 AI 기반 제조혁신과 로봇 사업 ‘RoboHand’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육성하고 있다. 궁극적으로는 AI와 로봇 중심의 완전 자율형 공장, 즉 ‘다크팩토리(Dark Factory)’ 구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렌스의 AI 전환은 의외로 생산현장의 위기에서 시작됐다.

2015년을 전후해 완성차 고객사로부터 대규모 수주가 이어지면서 코렌스는 양산 자동화 설비를 대폭 확대했다. 그러나 자동화 초기 단계에서 예상하지 못한 문제가 발생했다. 설비 비가동 시간이 증가하고 불량률까지 높아지면서 생산 차질과 납품 지연 위기로 이어진 것이다. 자동화가 오히려 생산 효율을 떨어뜨리는 상황이었다.

코렌스는 문제 해결을 위해 생산설비 곳곳에 센서를 부착하고 데이터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설비 상태와 공정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면서 비가동과 불량 발생 원인을 하나씩 찾아냈다. 데이터 기반 분석 결과는 예상보다 효과적이었다. 특정 공정에서 발생하는 이상 패턴과 설비 상태 변화를 사전에 파악할 수 있었고, 이를 통해 문제를 미리 예방하는 체계를 구축할 수 있었다.

코렌스 관계자는 “당시 경험을 통해 제조업 경쟁력의 핵심이 데이터와 AI에 있다는 사실을 절감했다”며 “급변하는 제조 환경 속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스마트 팩토리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는 확신을 갖게 되면서 데이터 흐름과 연계성에 주목했다”고 설명했다.
양산 코렌스 본사 1층에 전시된 TMS 공조시스템. /전강용 기자/

양산 코렌스 본사 1층에 전시된 TMS 공조시스템. /전강용 기자/

AI와 데이터 기반 제조혁신 이후 생산 현장은 빠르게 달라졌다.

가장 큰 변화는 생산 효율 향상이다. 공정 데이터가 실시간으로 분석되면서 불필요한 낭비 요소와 병목 구간이 명확하게 드러났고, 이를 개선하면서 생산 효율은 200% 이상 향상됐다.

설비 운영 방식도 크게 바뀌었다. 기존에는 문제가 발생한 뒤 원인을 찾아 대응하는 사후 처리 방식이었다면, 지금은 AI가 이상 징후를 사전에 감지하고 예방하는 구조로 전환됐다.

설비 센서 데이터와 AI 분석을 기반으로 고장을 예측하고 대응하면서 ‘제로 다운타임’에 가까운 운영 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 문화 역시 달라졌다. 과거 숙련자의 경험과 감각에 의존하던 의사결정이 이제는 데이터 중심으로 이뤄진다. 부서 간 협업 속도와 정확도도 크게 향상됐다.

관제 센터는 단순히 데이터를 확인하는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로 일하는 공간’으로 변했다. 작업자들 역시 단순 반복 업무를 수행하는 역할에서 벗어나 데이터를 분석하고 공정을 개선하는 전략적 역할을 맡고 있다.

코렌스에서는 현업 엔지니어가 AI를 활용한 업무 관리 웹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현장의 주목을 받는 일도 있었다. 이 엔지니어는 별도의 프로그래밍 지식 없이, 사용자가 원하는 기능을 자연어로 AI에게 요청하고 결과물을 직접 테스트·수정하는 방식으로 AI 바이브 코딩(Vibe Coding)을 활용했다. 그 결과 프로젝트 기본 정보의 실시간 웹 공유. APQP(제품 품질 사전 계획: Advanced Product Quality Planning) 단계별 공통 업무 제시 및 마감·지연 알람, 과거 이슈의 통합 검색 기능을 갖춘 PM 웹 애플리케이션이 완성됐다. 이 사례는 AI가 전문 개발자만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소프트웨어 개발의 문턱을 낮추고, 현업 엔지니어가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는 ‘현장 주도형 디지털 혁신’의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았다.
양산 코렌스 본사 1층에 전시된 TMS 공조시스템.

양산 코렌스 본사 1층에 전시된 TMS 공조시스템.

코렌스는 경남테크노파크의 ‘AI 융합 지역특화산업 지원사업’을 통해 AI 비전 검사 시스템도 도입했다.

기존에는 숙련 작업자의 육안 검사에 의존하던 품질검사 공정에 머신 비전 기반 AI 모델을 적용하면서 브레이징(접합) 공정의 미세 불량까지 실시간으로 검출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불량 검출 정확도와 검사 속도가 동시에 향상됐고, 검사 인력 부담도 줄었다.

무엇보다 현장 엔지니어들이 AI 기술을 직접 경험하고 내재화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컸다. 지역 기반 정부 지원사업이 단순 장비 구축을 넘어 실제 제조 경쟁력 강화로 이어진 사례라는 평가를 받았다.

현재 코렌스 생산설비 곳곳에는 다양한 AI 기반 시스템이 적용돼 있다. 비전 AI를 활용한 품질검사와 MES 연동 기반 실시간 SPC(통계적 공정관리), 설비 센서 데이터를 활용한 예지보전 시스템, FEMS 기반 에너지 사용 최적화 시스템 등이 대표적이다. 핵심 공정 기준으로 AI 또는 데이터 자동화가 적용된 비율은 이미 절반을 넘어섰다. 최근에는 생산 현장을 넘어 영업·품질·구매 등 간접 부문까지 AI 에이전트 기반 자동화를 확대하고 있다.

코렌스를 대표하는 기술 가운데 하나는 디지털 트윈 기반 스마트공장 시스템이다. 디지털 트윈은 실제 공장을 가상공간에 그대로 복제해 현실과 동일한 조건에서 시뮬레이션하고 최적화 방안을 도출하는 기술이다.

코렌스는 이 시스템을 ESG 관제 센터와 연동해 실질적인 운영 체계로 활용하고 있다. 관제 센터에서는 생산라인 위치와 공정 흐름, 생산 차종, 계획 수량, 생산 실적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설비 온도나 전력 사용량이 기준치를 벗어나면 시스템이 자동으로 경고를 발생시키고 대응 지침까지 전달한다. 특히 이 과정은 사람 판단에 의존하지 않는다. 시스템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스스로 감지하고 분석해 대응하는 방식이다. 협력사 부품 입고 현황과 생산라인 공급 상황까지 디지털 트윈 기반 통합 관제 시스템 안에서 실시간으로 관리된다. 코렌스는 디지털 트윈이 단순히 공장을 보여주는 기술이 아니라 공장 전체를 최적화하는 ‘두뇌’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코렌스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완전 자율형 공장이다. 사람 개입 없이 AI와 로봇이 24시간 스스로 판단하고 생산하는 ‘다크팩토리’ 구현이 최종 목표다. 조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완전 자동화된 공장을 의미한다. 회사는 OEE(설비 종합효율) 90% 이상, PPM(백만 개당 불량 수) 100 이하라는 세계 최고 수준의 품질·효율 지표 달성을 목표로 제시하고 있다. 또 AI 에이전트 기반 업무 자동화와 PINN(Physics-Informed Neural Network) 모델 기반 초정밀 공정 제어, 디지털 트윈 고도화, RoboHand 로봇 솔루션 연계 등을 핵심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코렌스 최용석 AI 혁신본부 상무는 “스마트팩토리는 기술보다 사람이 중심이라는 철학 아래 현장과 함께 작은 성공을 반복하며 구축해왔다”며 “AI 제조 혁신을 통해 미래 차 시대 핵심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겠다”라고 말했다. 또 “‘We make the future’라는 슬로건처럼 지속 가능한 미래 모빌리티를 선도하는 기업이 되겠다”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코렌스 ESG 관제 센터와 현장을 둘러보면서 코렌스의 ‘2030 다크팩토리’ 구현은 꿈이 아닌 현실로 다가올 수 있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데이터가 공장을 움직이고 AI가 생산을 판단하는 시대, 경남은 대한민국 제조 AI 중심지로의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고 있다.

글= 권태영 기자·사진= 전강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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