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 앞바다서 붙잡힌 중국인…반체제 인사였다
지난 25일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고무보트를 타고 밀입국하다 해경에 붙잡힌 중국인이 중국의 유명 반체제 인사이자 인권운동가 둥광핑(68)인 것으로 확인됐다.
뉴욕타임스(NYT)와 CNN 등 외신은 26일(현지 시각) 둥광핑이 서해를 건너 한국 영해로 진입했다가 충남 태안 해상에서 붙잡혀 출입국관리법 위반 혐의로 조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태안해양경찰서에 따르면 둥광핑은 지난 25일 오후 9시 36분쯤 충남 태안 서격비도 북서쪽 약 18㎞ 해상에서 길이 3.3m 규모의 소형 고무보트를 타고 있다가 조업 중이던 어선에 발견됐다. 해경은 현장에 경비함정을 투입해 그를 긴급 체포했다.
외신들은 둥광핑이 약 300㎞에 달하는 서해를 30시간 넘게 항해했으며, 발견 당시 탈진 상태였다고 전했다.

둥광핑은 중국 공산당 체제에 반대하며 정치 개혁과 인권 개선을 주장해 온 대표적 반체제 인사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에서 경찰관으로 근무하던 그는 1999년 톈안먼 사태 10주기 추모 청원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
이후 2014년 톈안먼 추모 행사에 참석했다가 중국 당국에 구금됐고, 여러 차례 해외 탈출을 시도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2015년 태국으로 피신해 유엔 인권기구로부터 난민 지위를 인정받았으나, 같은 해 태국 당국에 의해 중국으로 강제송환됐다.
국가 권력 전복 선동 혐의로 복역하다 2019년 출소한 뒤에는 대만으로 헤엄쳐 탈출을 시도했고, 이후 베트남에서도 체포돼 다시 중국으로 송환됐다. 그는 불법 월경 혐의로 복역한 뒤 2023년 10월 출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둥광핑을 돕고 있는 중국계 캐나다 언론인 겸 인권운동가 셩쉐는 둥광핑이 2023년 제트스키를 타고 한국행을 시도했던 중국 인권운동가 권핑 사례를 참고했다고 밝혔다. 권핑은 당시 인천 앞바다에서 해경에 붙잡힌 뒤 한국에 머물다 지난해 미국으로 건너가 망명을 신청했다.
태안해경 측은 “외신에 보도된 인물과 동일 인물로 알고 있다”며 “28일 중 대전지법 서산지원에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이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어 “현재 한국인권단체 소속 변호인의 조력을 받고 있으며 구체적인 조사 내용은 수사 중이라 밝히기 어렵다”고 했다.
CNN은 이번 사건이 대중 관계 개선에 공을 들여온 한국 정부에 외교적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미국 인권단체 중국인권(HRIC)은 “70세를 앞둔 인물이 작은 고무보트로 망망대해를 건너야 했다는 사실 자체가 중국 인권 현실에 대한 참담한 고발”이라며 한국 정부에 강제송환 금지를 촉구했다.
대한민국은 유엔 난민협약 가입국으로, 둥광핑이 난민 신청을 할 경우 정치적 박해 우려가 있는 국가로의 송환을 금지하는 ‘강제송환 금지 원칙’ 적용 여부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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