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서 달까지 32일 최적 항로 찾아…표면 스쳤다 돌아오니 연료 절감

곽노필 기자 2026. 5. 2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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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지구-달 중력 이용 연료 최대 절감
3천만 궤도 분석 끝 ‘최대 효율’ 발견
과학자들이 지구에서 달까지 갈 때 우주선 연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새로운 경로를 찾아냈다. 사진은 아르테미스 2호 우주선에서 본 달(왼쪽)과 지구.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미국과 중국을 중심으로 달 탐사 경쟁이 달아오르면서 지구와 달을 오가는 우주선이 폭발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커졌다. 현재 계획된 것만 따져도 2030년 이후 과학 탐사에서부터 화물 운송, 달 기지 구축에 이르기까지 250건의 우주선이 발사될 예정이다. 이 경우 우주비행 비용이 큰 부담이 된다. 사이에 수십 차례의 우주선이 지구에서 달까지 이동할 때 기존에 알려진 어떤 경로보다 연료를 적게 소모하는 새 우주 항로가 발견됐다. 향후 인류의 달 탐사 프로젝트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포르투갈 코임브라대가 중심이 된 국제 공동 연구진은 3000만 가지의 지구-달 이동 경로를 컴퓨터로 분석한 끝에, 지구와 달의 중력을 이용해 연료를 가장 효율적으로 쓸 수 있는 경로 찾아내 국제학술지 '아스트로다이내믹스(Astrodynamics)'에 발표했다.

연구진이 찾아낸 가성비 최고의 경로는 놀랍게도 달을 지나쳤다 돌아오는 길이다. 달 표면 73km 이내의 거리에서 달을 스치듯 지나간 후, 지구와 달 사이의 중력 평형 지점을 거쳐 돌아온다.

두 천체 사이 거리의 약 85% 지점에 있는 제1 라그랑주점을 이용하는 경로다. 라그랑주 점이란 두 천체의 중력과 우주선의 원심력이 상쇄되어 평형 상태에 도달하는 곳을 말한다. 발견자인 18세기 프랑스 수학자 조제프 루이 라그랑주의 이름을 따서 붙인 명칭이다. 지구와 달 사이엔 이런 지점이 5개 있다. 3개(L1~3)는 두 천체를 잇는 일직선상에 있고, 2개(L4~5)는 두 천체와 정삼각형을 이루는 꼭짓점에 있다.

연구진이 찾아낸 연료 효율 최고의 지구-달 경로. Astrodynamics

세 단계로 달 궤도 진입

제1 라그랑주점은 이 평형 상태가 매우 불안정하다. 따라서 아주 작은 충격에도 쉽게 튕겨 나갈 수 있다. 연구진은 이 점을 역이용해, 불안정한 평형 상태가 그리는 수많은 불안정 궤도 중 연료가 가장 적게 드는 경로를 찾아냈다.

기존 연구들이 약 28만 가지 경로 중에서 골랐던 것에 비해, 연구진은 ‘함수 연결 이론’(Theory of Functional Connections)이라는 새로운 수학 도구 덕분에 무려 3000만개가 넘는 궤도 중에서 가장 저렴한 것을 고를 수 있었다. 그 결과 기존에 알려진 가장 경제적인 경로보다 우주선 속도를 초속 58.8m만큼 낮춰도 되는 최적의 항로를 찾아냈다.

이 경로는 세 단계로 전개된다. 먼저 고도 167km 저궤도(LEO)에서 엔진을 점화해 초속 3142m의 속도 변화(델타 V)를 일으켜 3.69일에 걸쳐 달 표면에서 73km 이내 지점으로 근접 비행한다.

이어 이 지점에서 두 번째 엔진 점화를 통해 안정적인 궤도에 진입한 뒤, 제1 라그랑주 점 주변을 2차원 타원 모양으로 뱅글뱅글 도는 리아푸노프 궤도로 이동한다. 중력 균형 덕분에 연료를 거의 쓸 필요가 없는 이 궤도에서 대기하다 조건이 충족되면 마지막 세 번째 점화를 통해 초속 649m의 속도 변화를 일으켜 고도 100km의 원형 달 궤도에 진입한다. 이 단계에서 리아푸노프 궤도 주기인 13.75일의 배수만큼 체류 기간을 자유롭게 연장할 수 있다.

마지막 구간의 엔진 점화는 이론적 최값보다 불과 초속 0.767m 높은 수준이다. 짜내려야 짜낼 수 없을 만큼 완벽에 가까운 효율을 달성한 셈이다.

우주선과 통신 두절 걱정 없어

이 경로를 이용해 지구에서 달까지 가는 데 걸리는 기간은 약 32일이다. 지구에서 리아푸노프 궤도까지가 13.69일, 이어 제1 라그랑주점 대기 기간 최소 5.49일, 마지막으로 달 궤도 진입까지 12.7일이다.

불과 며칠만에 달에 가는 직통 경로보다 이동 기간은 길지만, 연료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으며 제1 라그랑주 점이라는 대기 장소에서 달 진입 기간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 연구진에 따르면 이 경로를 통해 높일 수 있는 연료 효율은 자동차 여행에서 100ℓ당 몇 리터를 절약하는 것과 같다. 연구진은 “이런 차이는 미미해 보일 수 있지만, 우주 임무에 적용되는 탑재량과 발사 비용에 큰 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밝혔다.

제1 라그랑주 점을 이용하는 경로는 연료 외에도 실질적인 이점이 있다. 라그랑주 점을 공전하는 우주선은 지구에서 볼 때 달 뒤로 사라지지 않는다. 이에 따라 달 탐사선과의 통신이 한동안 두절되는 문제점이 없다. 최근 달을 왕복 비행한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의 아르테미스 2호는 달 뒤쪽을 돌아 나오는 동안 지구와의 통신이 두절됐다.

다만 이 경로에는 한계가 있다. 지구-달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태양의 존재를 계산에 넣지 않았다는 점이다. 일종의 기준 경로인 셈이다. 연구진은 “실제 발사할 때는 발사일을 기준으로 한 태양 중력의 영향까지 계산해 넣으면 연료를 더 아낄 수 있다”고 밝혔다.

*논문 정보

Earth–Moon transfer via the L1 Lagrangian point using the theory of functional connections.

https://doi.org/10.1007/s42064-025-0297-x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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