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사의 임금협상 잠정협의안이 지난 27일 조합원 투표에서 70% 넘는 찬성률로 가결됐습니다. 대규모 성과급을 둘러싼 갈등으로 파업 일보 직전까지 갔던 삼성전자 노조의 춘투(春鬪)는 여타 기업들의 성과급 투쟁을 불러올 조짐입니다. 특히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방식이 새로운 임금협상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투자자 입장에서도 가볍게 넘길 사안은 아닌 것 같습니다. 주주에게 돌아갈 수 있는 이익의 일부를 임직원 성과급 재원으로 삼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삼성전자의 성과급 논란은 주주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요. 이번 이슈체크에서 하나씩 짚어보겠습니다.
■ 성과급 계산기 두드리는 삼전 직원, 실적 계산 다시 하는 증권사
이번 삼성전자 노사 잠정 합의안에 따르면 영업이익의 10.5%를 주식으로 지급하는 새로운 성과급 제도가 신설됩니다. 이른바 특별성과급(OPI 2) 제도입니다. 기본급의 50%를 상한으로 정한 기존 제도(OPI 1)를 유지하는 동시에 OPI2 제도를 향후 10년간 실시하는 겁니다.
이번 협의안이 가결된 이후 직원들은 자체 성과급 시뮬레이터(성과급 계산기)를 통해 자기가 받을 성과급을 추정하고 있다는 후문입니다. 삼성전자가 올해 350조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한다면 연봉 1억원 메모리사업부 직원의 성과급은 9억2400만원(OPI1 5000만원·OPI2 8억6400만원) 수준으로 추정됩니다.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가 향후 지급해야 할 특별성과급을 고려해 실적을 추정하기 시작했습니다. 삼성전자는 지급예상금액을 2분기부터 매분기 결산 때마다 미지급비용(부채) 또는 충당부채로 처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면 손익계산서에서는 영업비용(매출원가와 판관비 내의 인건비)에 반영되겠죠. 증권사 역시 이를 감안해 실적 추정을 하고 있는 겁니다.
A 애널리스트는 "과거엔 영업이익의 규모가 지금처럼 크지 않은데다 성과급에 한도가 있어서 실적을 추정할 때 성과급까지 고려하지는 않았다"며 "지금은 (성과급 지급 전) 예상 영업이익을 산출한 뒤 12%(OPI1 1.5%, OPI2 10.5%)를 영업비용으로 반영하고 최종 영업이익을 추정하기 시작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럼에도 증권가에서는 삼성전자 최종 영업이익예상치를 이전보다 더 높이고 있습니다. 최근 삼성전자 리포트를 가장 자주 발간하는 미래에셋증권의 경우 노사 합의 이전(11일) 올해 예상 영업이익을 328조원, 합의 이후 내놓은 리포트(27일)에서 추정한 예상 영업이익은 371조원이었습니다.
아직 리포트를 내놓지 않은 증권사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B 애널리스트는 "반도체 가격이 계속 상승세를 유지함에 따라 2분기 이익 추정치가 크게 올랐다"며 "특별성과급 지급을 감안해도 연초 예상했던 실적을 웃돌 것으로 예상해 연간 영업이익을 360조원으로 추정 중"이라고 말했습니다.
■ 주주 몫은 얼마나 줄까?
관점에 따라 달리 주장할 여지가 있기는 하지만 일반적으로 기업이 매출원가, 인건비를 포함한 판매관리비용, 이자, 법인세 등의 모든 비용을 치르고 남긴 순이익은 주주의 몫으로 간주합니다. 매 회계연도(당기)의 순이익 누적치는 재무제표에서 주주의 묷을 표기하는 자본에 기록됩니다. 이는 상법에서도 주주에게 배당가능한 이익의 범위로 분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이번 삼성전자의 성과급 이슈가 주주에게 끼칠 영향은 어느 정도일까요. 앞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에 신설된 특별경영성과급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됩니다. 삼성전자는 이미 임직원 보상 목적의 자사주를 보유(현 시가 기준 14조원)중이지만 추가 매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시장에선 삼성전자가 올해 약 20조~25조원의 자사주를 추가 매입해야 할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는 삼성전자 주주에 대한 배당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입니다. 삼성전자는 3년 단위로 주주 환원정책을 발표하고 있습니다. 주주환원이란 일반적으로 배당지급과 주주가치제고를 위한 자사주 매입소각을 말합니다.
올해는 2024~2026년 정책의 마지막 연도인데요. 2024년 초 발표내용의 핵심 ①3년간 창출한 총잉여현금흐름(FCF)의 50%를 주주환원의 재원으로 삼고 ②매년 최소 9조8000억원은 정규배당으로 지급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FCF(Free Cash Flow)는 일반적으로 영업활동을 통해 창출한 순현금흐름(OCF, Operating Cash Flow)에서 설비투자지출(CAPEX)을 차감한 값입니다. 기업마다 FCF의 기준은 조금씩 다릅니다. 삼성전자는 OCF에서 설비투자액과 인수합병(M&A)투자액을 차감한 값을 기준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3년간 삼성전자의 FCF가 100조원이라면 50조원이 주주환원의 재원이 되겠죠. 삼성전자가 3년간 총 29조4000억원(9조8000억원X3년)을 정규배당하더라도 20조6000억원의 주주환원재원이 남습니다. 삼성전자는 이 재원으로 추가 배당을 하거나 자사주를 매입소각할 겁니다.
특별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매입은 주주환원이라 할 수 없습니다. 오히려 자사주 매입분만큼 FCF가 줄어들면서 주주환원의 재원이 감소할 겁니다. 아래 표는 미래에셋증권이 지난 11일 발간한 리포트 중 주주환원규모 추정치를 재가공한 표입니다.
만약 성과급 이슈가 없었다면 추가 환원 여력은 117조5000억원입니다. 이를 배당으로 지급한다면 올해 총배당금은 주당 1만9200원(고정 배당금 포함)입니다. 작년 배당금(주당 1668원)과 비교하면 11배 증가하는 수준입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사주 매입(27조3000억원 가정)에 나서면 앞서 말한 것처럼 FCF가 그만큼 줄기 때문에 추가 환원 여력은 103조9000억원으로 감소합니다. 절대적인 규모 면에서 여전히 크지만 주주 입장에서는 아쉬울 수밖에 없습니다.
내년에는 성과급 지급을 위해 매입해야 할 자사주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올해 매입 규모가 상대적으로 크지 않은 것은 성과급용으로 미리 확보해 둔 자사주가 있기 때문입니다. 내년에는 영업이익의 규모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데다 보유 중인 자사주가 없어 대규모 매입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2027~2028년의 예상 영업이익을 기준으로 내년 매입해야 할 성과급 자사주는 9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성과급 자사주 매입이 주가 부양에 긍정적일 것으로 예상합니다. 매입 규모가 큰 데다 직원들이 자사주를 지급받더라도 상당 부분(3분의 2)은 즉각 처분이 불가하기 때문입니다. 쉽게 말해 수급 면에서 긍정적일 것이라는 기대입니다.
하지만 대다수 시장 전문가들은 이러한 성과급 자사주 매입이 큰 영향을 주지 않을 것으로 봅니다. 통상 시장에서 자사주 매입을 긍정적으로 해석하는 건 유통주식수의 감소로 주당순이익(EPS)이 개선되기 때문입니다. 매입 이후 소각으로 바로 이어진다면 주가부양 효과는 더욱 클 것입니다.
그러나 성과급용으로 매입한 자사주는 단기간 내 직원들에게 다시 지급해야 합니다. 유통주식수 감소 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죠. C 애널리스트는 "회사가 성과급 자사주를 보유하는 건 길어봐야 1년 남짓"이라며 "직원들이 자사주 처분을 당장 하지 못하더라도 배당은 받을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 "주주환원정책 자체를 손볼 필요"
삼성전자는 내년 초 2027~2029년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입니다. 성과급 자사주 지급에 따른 현금 흐름 변동성이 커진 만큼 주주환원 정책에 대대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특히 현실적인 주주환원 정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미래에셋증권은 최근 리포트에서 주주환원 여력에 비해 특별배당의 규모가 못 미칠 가능성을 열어뒀습니다. 이익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주주환원재원이 크게 늘어났지만 회사가 이를 전부 주주환원으로 반영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고 본 셈입니다. 비현실적인 환원 기대감을 키우는 것보다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청사진을 제시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동시에 당근책도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개정 상법(제 341조의4)에 따라 삼성전자가 성과급 자사주를 매입하기 위해선 주주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승인 문턱(참석 수 과반 및 4분의1이상 찬성)을 넘는 게 어렵진 않지만 주주들을 설득할 만한 무언가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C 애널리스트는 "주주 입장에서는 성과급 자사주 매입으로 주주환원정책이 달라진 것이나 다름없다 "차라리 고정배당금을 대폭 상향해서 주주들에게 당근을 제시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주주환원을 위한 이사회의 능동적인 역할도 요구됩니다. 해외 주요 기업 중 3개년 단위로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는 곳은 찾기 힘듭니다. 주주환원 계획을 별도로 못박기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으로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삼성전자 역시 이사회가 탄력적인 주주환원을 위해 지금보다 좀 더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시장 일각에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