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용 엘리베이터·충전 대기공간… 건물 전체가 ‘로봇직원’ 위한 실험실[‘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최지영 기자 2026. 5. 28.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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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지컬 AI 혁명’ 현장을 가다 - 현대자동차그룹
양재사옥 4층~지하 1층 빌딩서
자체개발 로봇3종과 공간 공유
자율주행 모듈 등 新기술 장착
‘가드너’ 알아서 식물에 물 주고
‘딜리버리’ 각 층별로 음료 배달
‘스팟’ 건물 구석구석 순찰 업무
21일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양재사옥 1층에서 4족 보행 로봇 ‘스팟’이 순찰을 돌던 중 문화일보 기자를 만나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현대차·기아 제공

지난 21일 오후 서울 서초구 현대자동차·기아 양재사옥. 양재사옥 1층 로봇 스테이션에서는 현대차·기아에서 개발한 로봇들이 나란히 충전 중이었다. 한 직원이 태블릿PC로 명령을 내리자 관수(灌水)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달이 가드너는 한 식물에 다가가 카메라에 달린 센서를 통해 식물의 상태를 확인한 다음, 분무기 형태의 로봇 팔로 물을 주기 시작했다. 달이 가드너는 이어 사옥 곳곳을 다니며 정해진 구역에 설치된 조경 식물에 물을 공급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는 손쉽게 음료를 주문할 수 있었다. 현대차·기아 임직원이 사용하는 식음료(F&B) 마일리지 및 사내 복지 플랫폼인 ‘히트플러스(H-eat+)’로 로봇 배송 기능을 활성화한 다음 커피를 주문했다. 양재사옥 1층의 한 카페에서 직원이 음료를 만든 후 배송 로봇인 ‘달이 딜리버리(DAL-e Delivery)’에 달린 적재함 수납 트레이에 음료를 넣고 버튼을 누르자 달이 딜리버리는 이동 후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에 탑승했다. 이어 2층에 내려 픽업존까지 움직여 음료를 배송했다.

현대차그룹 로봇 전문 계열사 보스턴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은 건물 곳곳을 돌며 순찰하고 있었다. 스팟은 마치 강아지처럼 이동하며 건물에 출입한 사람과 마주치면 “현대차·기아 임직원이시면 신분증을 스캔해주세요”라는 음성 메시지를 내보냈다. 스팟은 건물 내 쓰러진 환자를 발견하거나 화재가 발생하면 사진을 촬영해 해당 정보를 현대차·기아 보안실로 전송한다. 또한, 야간 중 외부인이 출입하면 “신원을 말씀해주세요”라는 음성을 내보내며 출입자의 이미지를 보안실로 전달하며 보안 관리 역할을 톡톡히 할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본사인 양재사옥에 자사가 개발한 로봇 3종을 배치하며 이곳을 일종의 ‘피지컬 인공지능(AI)’ 실험실로 탈바꿈시켰다. 현대차·기아는 임직원들이 함께 이용하는 공용 공간에 다양한 로봇들을 투입해 사람과 로봇이 자연스럽게 공존하며 업무를 돕는 ‘인간 중심의 피지컬 AI’를 구현한다는 구상이다. 로봇에는 각종 혁신 기술도 적용됐다. 달이 가드너와 달이 딜리버리는 모터와 스티어링, 서스펜션, 브레이크 시스템, 환경 인지 센서 등을 하나의 구조로 결합한 일체형 모빌리티 솔루션 ‘플러그앤드라이브(PnD)’ 모듈이 장착돼 안정적인 주행이 가능하다. 또한, 카메라와 라이다를 조합한 센서퓨전기술로 주변을 정확하게 인지해 유동인구가 많은 로비에서 장애물을 회피하며 자율주행으로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스팟은 현대차·기아 로보틱스랩에서 개발한 자율주행 모듈을 장착해 주변 환경을 인식하며 알아서 움직일 수 있다.

현대차·기아의 관수(灌水) 로봇 ‘달이 가드너(DAL-e Gardener)’가 식물에 물을 주고 있는 모습. 현대차·기아 제공

지난 1년 11개월간 지하 1층부터 지상 4층까지 3만6000㎡에 달하는 공간을 재단장하며 이른바 ‘로봇 친화 빌딩’으로 진화하기 위한 의지가 반영됐다. 현대차·기아는 로봇 전용 대기공간과 로봇 전용 엘리베이터를 사옥 내 배치했다. 이번에 투입된 3종의 로봇은 배터리 충전량이 부족할 경우 1층 지정 대기공간인 로봇 스테이션에서 알아서 충전하고, 필요 시 스스로 업무를 수행하며, 전용 엘리베이터를 활용해 층간 이동도 할 수 있다. 해당 로봇들을 한 곳에서 관리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통합 관제 시스템 ‘나콘(NARCHON)’도 구축했다. 로봇 관리자는 웹앱(Web App)을 통해 언제 어디서든 편리하게 나콘에 접속할 수 있으며, 등록된 로봇의 위치, 상태, 충전 정보 등을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다. 로봇의 활동 스케줄 조정, 위치 제어 등 로봇 제어를 위한 명령도 손쉽게 내릴 수 있어 각기 다른 로봇 여러 대를 효율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인 ‘아틀라스’ 성능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보스턴다이내믹스는 아틀라스 개방형 모델이 냉장고를 옮기는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에서 아틀라스는 무릎을 굽혀 23㎏에 달하는 소형 냉장고를 번쩍 들어 올린 후 상체만 180도로 회전해 몇 걸음 떨어진 테이블 위에 냉장고를 조심스레 올려놓았다. 무거운 물체를 들어 올리면서 자세 균형을 유지하고, 물체의 질량이나 무게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고도화된 ‘전신 제어’ 기술이 더욱 발전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현대차그룹은 로봇 개발과 완성차 제조 역량을 결합한 ‘산업형 휴머노이드 생태계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지난 18일(현지시간) 미국 웨스틴 보스턴 시포트 디스트릭트에서 열린 해외 기관투자가 기업설명회(IR)에서 “현대차·기아 자동차 생산 현장에 아틀라스를 2만5000대 이상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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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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