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준원 회장 실형에도 또 CB…상상인저축은행의 '배짱 투자'

이해선 기자 2026. 5. 28. 0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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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너 CB 리스크에도 지속된 매입…경영개선권고 이후 10건 가결
예금자 보호보다 그룹지원 우선…상상인증권 물량만 15억 떠안아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이 지난 2020년 CB 관련 불법 대출로 인해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서울 서초구 중앙지법으로 들어서고 있다. [출처=연합뉴스]

부동산 PF 부실과 대규모 적자로 금융당국의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상상인저축은행이 경영 정상화보다 고위험 전환사채(CB) 투자에 집중해온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과거 CB 담보대출 관련 금융당국 제재를 받았던 전력이 있음에도 이번에는 '직접 매입' 방식으로 다시 CB 투자에 나서면서 예금자 보호 원칙에 역행하고 있다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더욱이 이 시점이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의 'CB 관련 부정거래 혐의' 실형선고 직후였다는 점에서, 과거 범죄 수단으로 지목된 CB 매입을 지속한 행태를 두고 사법 리스크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상상인저축의 '2025년 지배구조 및 보수체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상상인저축은 2025년 3월 19일 금융당국으로부터 적기시정조치 1단계인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이후에도 다수의 타 법인 CB 인수 안건을 처리했다.

2025년 한 해 동안 이사회에 상정된 CB 인수 안건은 총 13건이다. 이 가운데 12건이 가결됐고 1건은 부결됐다. 특히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 이후에도 이사회는 총 11건의 CB 인수 안건을 심의해 이 중 10건을 가결했다. 자본 건전성 회복이 최우선 과제로 제시된 상황에서도 저축은행 자금을 위험자산에 지속 투입한 셈이다.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예금보험공사가 1억원 한도까지 예금을 보호하는 서민금융기관이다. 통상 적기시정조치를 받으면 부실 자산 정리와 유동성 확보,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재무 건전성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 과제로 꼽힌다.

그러나 상상인저축은 감사보고서를 통해 해당 자산의 부도 위험과 가격 하락 가능성을 스스로 공시했음에도 경영개선권고 이후에도 추가 CB 인수를 이어갔다.

위기 상황에서 계열사인 상상인증권이 인수한 타 법인 CB 일부 15억원어치를 상상인저축이 직접 매수한 점은 계열사 지원 논란을 키우는 대목이다.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저축은행 자금이 계열 증권사의 투자 물량을 받아주는 데 활용된 것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계열사 간 자금 이동이 그룹 차원의 동반 부실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챗GPT 생성 이미지. [출처=오픈AI]

◆총수 징역형에도 이사회의 보란 듯한 'CB 쇼핑'

상상인저축의 CB 매입 행태가 더욱 충격을 주는 이유는 유준원 상상인그룹 회장의 과거 범죄와 현재 저축은행의 위험 투자가 모두 CB를 중심으로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상상인 계열 저축은행들은 2019년 이른바 '조국 사태' 당시 관련 사모펀드와 무자본 M&A 세력의 자금줄 역할을 했다는 의혹으로 검찰 수사와 금융당국 제재를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 상상인 측은 "M&A 관련 CB 담보대출을 전면 중단하고 서민금융기관으로서 건전성을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이후 약 4년 반의 법정 공방 끝에 사법부는 마침내 유 회장의 손을 거친 '과거의 CB 범죄'에 대해 무거운 철퇴를 내렸다. 서울중앙지법은 2025년 2월 18일 코스닥 상장사들의 CB 발행을 정상 투자 유치로 위장해 허위 공시하고 사실상 고리 담보대출업을 한 혐의로 유 회장에게 징역 4년과 벌금 185억4900만원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상상인플러스저축에는 벌금 118억원과 추징금 59억원이, 상상인저축에는 벌금 64억원과 추징금 32억원이 각각 부과됐다.

CB 담보대출을 매개로 한 불법 행위가 오너 실형으로 이어진 만큼, 상상인저축은 내부통제를 강화하고 CB 관련 리스크를 차단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사회는 유 회장 실형 선고 일주일 뒤인 2025년 2월 25일 또다시 외부 기업 CB 인수 안건을 가결했다.

과거에는 CB를 담보로 대출을 해주는 방식이었다면 이번에는 CB를 직접 매입하는 방식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부동산 PF 부실 여파로 금융당국의 경영개선권고를 받은 상황에서도 과거 논란의 핵심이었던 CB 투자를 이어가며 저축은행 자금을 다시 고위험 CB 시장에 투입했다.

◆취약한 지배구조가 부른 무리한 투자

이러한 자금 운용은 견제 시스템이 약한 지배구조에서 비롯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재옥 대표이사가 이사회의장을 겸임하며 2025년 상정된 CB 인수 안건은 단 1건을 제외하고 모두 전원 찬성으로 통과됐다.

공격적인 투자 행태는 재무적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 상상인은 저축은행 매각을 위해 보유 자산 가치를 재측정하는 과정에서 지난해 말 약 1007억원의 손상차손을 인식한 데 이어 올해 1분기 283억원을 추가 반영했다. 누적 손상차손은 총 1290억원에 달한다.

위기 상황에서 이어진 신규 CB 취득 등 고위험 자금 운용이 자산가치 하락 우려와 매각가 부담을 키운 것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상상인 스스로 공시 자료를 통해 CB의 부도 위험과 가격 하락 위험을 인정하면서도 적기시정조치 중에 투자를 강행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처사"라며 "예금자 보호보다 그룹 차원의 투자 이해관계가 우선된 것 아니냐는 의구심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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