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한약에 건강보험 적용했더니 ‘우르르’…예산 1900억 원 썼다

이건율 기자 2026. 5. 28. 0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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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간 첩약 급여비 1913.9억원 지급
비염·소화불량 등 대상 질환 확대에
한의사 1인당 처방 한도 늘리며 급증
건보 재정 흔들…과잉 처방 문제 심화
서울경제DB. 사진은 기사와 관계 없음

보건복지부가 추진 중인 ‘첩약(한약) 건강보험 적용 2단계 시범사업’에 소요된 재정이 정부의 당초 예상치를 1.6배가량 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에서 생명과 직결된 중증·필수의료 대신 알레르기 비염이나 소화불량 등 경증 질환에 막대한 혈세가 새어나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은 ‘한의원 첩약에 대한 건강보험 집행현황’ 자료에 따르면 2단계 시범사업이 시행된 2024~2025년의 급여비 지급액은 총 1913억 9000만 원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당초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통해 추계한 소요 예산 1188억 원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올해에도 3월 기준 이미 366억 4000만 원을 지급해 한해 추계 예산(753억 원) 중 절반 이상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요 재정 폭증은 정부가 2024년부터 2단계 시범사업으로 첩약의 건보적용 문턱을 크게 낮췄기 때문이다.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된 1단계 시범사업 당시에는 안면신경마비, 뇌혈관질환휴유증, 월경통 등 3개 질환으로 대상으로 한정해 3년간 소요된 지급액은 3년간 50억 원 수준에 그쳤다. 하지만 2단계 사업부터는 알레르기 비염, 기능성 소화불량, 요추추간판탈출증 등 환자 수요가 많은 3개 질환이 추가됐다. 실제 질환별 지급액을 살펴보면 2025년 기준 기능성 소화불량(603억 5000만 원)과 알레르기 비염(346억 5000만 원)에 가장 많은 건보 재정이 집중됐다.

여기에 한의사 1인당 첩약 처방 한도를 1일 최대 4건(월 30건, 연 300건)에서 1일 최대 8건(월 60건, 연 600건)으로 두 배 늘렸고, 환자의 본인부담률도 기존 50%에서 한의원 기준 30%로 대폭 낮추면서 처방 유인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연간 한 가지 질환에만 적용되던 규정도 두 가지 질환으로 완화되면서 이용률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의료계 안팎에서는 한정된 건강보험 재정의 분배 우선순위가 훼손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 응급의료 등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 붕괴를 막기 위한 수가 인상에 집중적인 재정 투입이 시급한 상황에서 건강보험을 우선 적용하지 않아도 되는 경증 질환의 한약 처방에 수천억 원의 재정을 쏟아붓는 것이 타당하지 않다는 것이다. 현재 보건복지부는 필수의료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원가 수준의 수가보상을 완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있다. 보장되는 수가가 높아지게 되면 건강보험 재정 여력도 함께 부족해질 수밖에 없다.

재정 낭비 원인 중 하나인 과잉 진료·처방 문제도 심화할 가능성이 높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건수는 평균 18회로, OECD 평균에 비해 2.8배 많은 수준이다. 이미 과잉 진료 문제가 지적되는 상황에서 첩약까지 건강보험이 적용되면 환자들이 중복 진료·처방 받게 되면서 재정 낭비가 심화하게 되는 구조다.

이주열 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경증 질환은 이용 환자 수 자체가 많기 때문에 건강보험 적용이 확대되면 재정 지출이 빠르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면서 “현재 건강보험 재정이 흑자 구조라고 해도 초고령사회 진입으로 의료비 증가가 불가피한 만큼 장기적으로는 적립금을 더 축적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건율 기자 yul@sedaily.com김남명 기자 nam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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