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1,000% 상승한 하이닉스의 미래

2026년 5월, 대한민국 모든 성인의 대화는 주식으로 향한다. 주인공은 SK하이닉스다. 왜 삼성전자가 아니냐고? 상승률이 압도한다. 지난 1달, 연초부터, 그리고 지난 1년의 주가 상승률을 구분해서 살펴봤는데, 아래와 같다. 흐름은 명확하다.
지난 1년 동안 하이닉스는 약 1000%, 삼성전자는 460% 정도 올랐다.

2배 레버리지 ETF 첫날 성적표도 하이닉스의 압승이다. 거래량도, 시가총액도, 모두 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이겼다.
이러다 보니 '시가총액 역전 가능성'이라는 금기어까지 나온다. 그도 그럴만한 것이, 27일 종가 기준으로 하이닉스의 시가총액이 삼성전자의 90% 수준에 다다랐다. 1년 전에는 40%대, 절반도 안 됐으니까, 가능성은 낮지만 생각도 할 수 없는 일은 아니다.
이 기사는 이 차이를 설명하는 대신, SK하이닉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또 그 미래를 위협하는 최대 리스크는 무엇일지를 짚는다. 사람들은 그게 더 궁금할 테니까. 또 그래야 이 이야기가 주식에 그치지 않고, 우리 경제를 들여다보는 창이 될 테니까.
■ 메모리 사려고 줄 서 있는 빅테크가 혹시 돌아가면
우선은 낙관적 전망이 지배한다. 이유는 메모리 특수 때문이다. AI 붐 덕분에 미국 빅테크 회사들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메모리를 사러 온다.
정확히 하자면, HBM(고대역폭메모리) 때문이 아니다. 얼마 전까지는 삼성전자가 HBM을 엔비디아에 납품 못 한다, HBM이 미래라는 얘기가 쏟아졌다. 지금은 그런 얘기 쏙 들어갔다. 오히려 HBM은 거추장스럽다. D램이 주인공이다. 그냥 D램만 팔았으면 좋겠을 정도다.
가격 때문이다. HBM은 연 단위 가격 협상을 하고, 범용 D램은 분기 단위 가격 결정을 하다 보니 수익성이 역전됐다. 그냥 D램 이익률이 무려 70%대에 달하고, HBM은 고작 60%대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 갭은 더 벌어질 수도 있다. 단기 실적 측면에서는 HBM보다 서버향 DDR을 중심으로 한 범용 제품 위주의 판매 믹스가 유리하다.만들기는 훨씬 까다롭고, 불량률도 높은 HBM이 수익성이 더 낮은 상황이니까.
기술력 자체도 지금은 결정적 변수가 아니다. 두세 단계 떨어져 있다고 평가받는 중국의 CXMT,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대만의 난야... 메모리를 생산하는 기업들은 모두가 50% 안팎의 놀라운 영업이익을 거두고 있다. 그만큼 희한한 D램 품귀 현상이다.
자, 그러나 '경험'을 근거로 판단하면 이게 영원할 리는 없다. 실제로 지난 40년 한국 메모리의 역사가 그랬다. 메모리는 '사이클 산업'이다. 올라가면 반드시 내려간다.
실제로 메모리 업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하면 주가는 내려간다. 2017년~2018년 호황이 전형적인 예다. 전 세계 서버 붐으로 인해 시작된 호황 자체는 2018년까지 계속되었다. 영업이익도 2018년에 역대 최고(58조 원:지금까지 역대 최고인데 올해 경신 예정이다)를 찍었다. 하지만 주가는 2017년 말이 되면 정점을 찍고 내려온다. 즉, 변곡점에서 하락이 시작된다.
이번에도 사이클이 정점에 다다랐다는 신호가 나오는 순간 정점을 찍고 내려오기 시작할 것이다. 그게 메모리 주가다. 이번 상승이 가팔랐던 만큼, 하락도 가파를 수 있다.

왜 사이클이 이렇게 잔혹한가? "범용 상품 Commodity"이라 그렇다고들 표현한다. '코모디티'라서 시장의 수요-공급에 따라 가격이 결정된다. 아니, 무슨 그런 당연한 말을 대단한 소리처럼 하는가? 싶으면 진대제 전 삼성전자 사장(이자 전 정보통신부 장관)의 말을 들어보자.
'반도체 가격은 수요가 5% 오르면 2배 올라요. 수요가 2배 되어서 가격이 2배 되는 게 아니에요. 아주 약간만 수요가 많아도 가격은 폭등해요. 그런데 정반대로도 작용해요. 5%만 줄어도 가격이 1/2로 폭락합니다. 역사적으로 불과 1~2년 만에 10분의 1로 떨어진 적도 있어요. 무섭습니다.'
그런데 무슨 목표주가 400만 원, 50만 원인가?
■ 이번엔 다르다
이번엔 다르다. 사람들이 그렇게 말한다. 메모리는 더는 상품이 아니에요. 라고 덧붙인다. 무슨 소리인가.
이번엔 LTA라는 게 있으니까요. LTA, 장기 공급계약, Long Term Agreement다.

수량 확보에 혈안이 된 빅테크들이 거의 현물가격에 장기계약을 해준다. 이를테면 앞으로 '몇 년 동안 이 가격 이상에 이만큼의 양을 사겠다, 가격이 오르면 일정 비율로 더 비싸게 사겠다, 2027년까지 계속 산다. 만약 계약을 파기할 경우 위약금을 이만큼 지불하겠다'는 식으로 계약한다.
보도를 보면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로소프트와 DDR5 다년 공급 계약을 최종 조율 중이다, 구글과는 범용 D램에서 3년 안팎 단위로 LTA를 협의하고 있다고 한다. 삼성전자도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일부 고객사와 이미 계약을 완료했다"고 공식화했다.
이게 상황을 바꾼다. 메모리도 더는 '코모디티'가 아닐 수 있다. 즉, TSMC가 파는 주문형 반도체(파운드리 제조업)와 비슷한 성격을 띠게 된다. 계약하고, 그 뒤에 만들어서 파는 거니까, 시장 변동에 흔들리지 않는다. 흔들리지 않는 TSMC의 주식 시가총액은 약 2,880조 원이다. 하이닉스는 그 절반을 살짝 넘을 뿐이다.
올해 영업이익 예상치는 거꾸로다. 1분기는 하이닉스가 37조 TSMC는 31조 원 수준이었다. 연간으로 하이닉스는 200조 이상의 영업이익이 예상된다. TSMC보다 많다. 만약 메모리가 정말 사이클 산업이 아니게 된다면, 이제 TSMC만큼의 가치 평가를 못 받을 이유가 없다. 이게 지난해 연말부터 지금까지 벌어지고 있는 현상이다.
■이제 메모리는 구조적 성장주입니다
반도체는 구조적 성장기에 들어섰습니다. 요즘 이 말을 유튜브 주식 방송에서 많이 듣는다. 약간 약장수들이 하는 말 같기도 하고, 나를 꾀어내서 주식 사게 만드는 세이렌의 목소리 같기도 하다. 위험한 것 같은데 매혹적인 말이다.
이 말이 바로 LTA 때문에 나온 말이다. 메모리를 더 이상 경기민감주가 아니라 '구조적 성장주'로 봐야 한다는 거다. TSMC의 PER이 20배인데 삼전·하이닉스는 6배에 머물러 있다, 이게 말이 되느냐는 논리다.
자, 그럼 우리 반도체 주식 주가는 쭉 가는 것인가?
아니다. 모른다. 왜? 저 LTA의 운명이 정해진 것이 아니어서.
수요가 변할 수 있다. 미친 듯이 메모리를 사 가는 빅테크 회사들이 멈출 수 있다.
거기엔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하나는 AI 붐이 끝난다. 다른 하나는 AI 붐은 계속되지만, 물리적 AI 데이터센터(AIDC) 그 안에 들어갈 메모리가 당장은 필요 없게 될 수 있다.
우선 후자의 일이 일부 일어나고 있다. 미국의 A IDC들이 평균적으로 서너 달 지연되고 있다는 외신(FT) 보도가 있었다. 위성 분석 업체 SynMax가 보니까 올해 완공 예정인 미국 데이터센터의 40%가 3개월 이상 늦어질 것 같단다. 내년 완공 프로젝트의 60% 이상은 시작도 못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오픈AI 프로젝트도 줄줄이 밀린다. 만약 더 지연되어서 혹시 1년 정도 지연된다면 메모리를 당장 많이 살 필요는 없다.
사람이 없어서 건물을 못 짓거나, 장비가 없다. 건물을 짓기 위한 인허가를 못 받거나, 전력 공급에 어려움을 겪는다. 실제로 전기는 모자라고, 전기 먹는 하마인 AIDC가 전기요금을 올리고 있어서 지역 주민들은 싫어한다. 다만 이건 아무래도 큰 변수는 아니다.
본질적 변수는 이 AI 붐이 언제까지 가느냐.
■모든 진보는 거품 속에서 잉태됐다
아니, 이 AI는 정말로 생산성의 향상을 가져오는데 왜 자꾸 거품이라 하십니까? 이건 꺼지는 게 아니고 계속 가는 거라고요!
라고 생각한다면 역사를 모르는 거다. 철도 붐도, 통신 붐도, 인터넷 붐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1840년대 영국 철도주는 2년 만에 두 배로 뛰었다가 폭락했다. 1990년대 닷컴 버블 때 나스닥은 5년 만에 다섯 배가 됐다가 2년 만에 80% 빠졌다.
장기적으론 인류 역사를 진보시킨 획기적 인프라 도입은 하나 같이 단기적으론 모두 주식시장 과열과 거품 붕괴로 이어졌다. 역사는 AI 붐 또한 다르지 않다고 말한다.
당장 우리 자신의 모습을 냉정하게 관찰하자. 지금 우리가 10% 수익을 바라고 하이닉스를 사고 있나? 당장 20~30%는 쉽게, 어쩌면 지금도 여전히 '배'가 될 수 있다고 믿지 않나? 또, 역사적으로 이런 불장은 자주 오지 않으니, 기회를 잡아야 한다고 대단히 모험적으로 사고하고 있지 않나? 그런 담대한 사고의 끝은 언제나 버블의 붕괴였다. 이건 정말 이번도 다르지 않다.
관건은 언제 버블이 꺼지냐다.

■ 산업의 논리, 돈이 되는가?
미국 빅테크 업체들의 1분기 실적 발표에 주목해 보자. 실적은 좋았고, 그래서 AIDC 투자를 더 늘린다고 하나같이 발표했다. (애플만 빼고) 이미 엄청난 돈을 투자했는데 더 투자한다는 이유는 '돈이 되어서'다. 당장 실적을 살펴봤더니 AI를 이용하겠다는 수요가 너무 많아서 AI 투자(공급)만 하면 무조건 팔린다. 이익이 난다. 공급을 못 해서 더 많이 벌지 못하는 것이 원통한 상황이다.
그래서 올해 빅테크들의 AI 인프라 투자는 7,000억 달러, 1,000조 원을 넘어설 거란 전망이 나온다. 연초보다 100조 원 넘게 늘었다. 왜? 콕 집어서 '메모리 가격'이 올라서다. 메모리 사는 데 돈을 더 쓰기 위해서 투자 액수를 늘린다.
지금 판교로 가서 한국의 개발자들을 인터뷰해 보라. 진지하게 열심히 개발하는 젊은 개발자가 AI 토큰값으로 얼마를 쓰는지. 깜짝 놀랄지도 모른다. 천만 원 쓰는 사람도 있다. AI 에이전트를 24시간 돌리느라.
미국은 더하다. 젠슨 황이 올해 GTC에서 말했다. '엔비디아 직원이 연봉을 한 7억 원 받는다면 절반은 토큰에 써야 하지 않겠니? '라고. 그러지 않으면 뒤처진다고. 당장 이 AI 열풍, AI 에이전트 수요는 줄지 않을 것이다.

그럼 된 거 아니냐? 아니다. '산업의 논리' 너머의 변수가 있다.
■ 어쩌면 매크로의 시대
거시 경제 환경, 우선, 금리가 습격하고 있다. 전세계채권 금리의 북극성, 미국채 금리가 급등해서다. 특히 장기채. 10년물이 한 때 4.7% 넘어서고, 30년물이 여전히 5% 위에 있다. 역사적 수준이다.
왜? 뻔한 말이다. 미국 물가가 올라서. 인플레 심해지는데 새 연준 의장이 금리 안 올릴 것 같다. 혹은 주저할 것 같다. 그러면 인플레 잡기는 어렵다. 장기적으로 금리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문제는 빅테크들이 데이터센터 만드는 투자를 '돈을 빌려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빅테크들이 돈이 모자라서 돈 빌려서 메모리를 사고 있다. 수십조 원씩 빌리고 있다. 원래 빅테크들은 돈이 남아나고 넘쳐서 그 돈으로 자사주를 사서 소각하고, 배당을 했다. 이제는 그렇게 못한다. 메모리를 사느라.
알파벳은 지난 2월 100년 만기 채권까지 발행했다. 닷컴 버블 이후 처음이다. 메타는 SPV를 통해 300억 달러, 우리 돈 44조 원을 끌어왔다. 오라클은 채권 250억 달러어치를 발행했다. 그러니까 빅테크가 돈 빌려 투자하는 시대다.
이 상황에 채권금리 고공행진이 임계점을 넘어선다면 패닉이 올 수 있다.
빅테크는 '벌 돈'을 생각하면서 '쓸 돈'을 가늠할 수밖에 없다. 즉, '빌려 투자한 데이터센터 원가 vs 수요자가 지불할 요금'을 비교할 수밖에 없게 된다. 금리 부담이 점점 커지면 원가가 점점 더 커지고, 그게 너무 커져서 수요자가 낸 돈보다 너무 크면? 투자를 줄이게 된다.
그때 거품이 꺼진다.

이 상황을 악화시키는 외부 변수도 하나 있다. 미국과 이스라엘의 선공으로 시작된 이란 사태의 전개다. 그로 인해 벌어진 에너지 가격 상승과 물가 상승 압박이다. 화석연료 공급 복원이 지연되면서 유가가 안 떨어진다. 미국 4월 소비자물가는 3년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예상치 못한 장기 악재가 되어가고 있고, 그래서 거품을 압박하고 있다. 다행히 상황은 마무리 수순으로 가는 듯하지만, 언제 변할지 모른다.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서영민 기자 (seo0177@gmail.com)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
- 트럼프 “협상, 지금까진 불만족…중·러에 우라늄 못 넘겨”
- 열차 지나가고 1분 10초만에 와르르…서소문 고가차도 붕괴 CCTV 보니
- “나무호 공격 개입 안 해”…이란의 의도는?
- 스타벅스, ‘탱크 데이’로 휘청…“결제액 20% 이상 감소”
- ‘비만약 성지’ 중복 처방 매달 100건…“환자가 미리 와서”
- [단독] KF-21, 또 ‘악재’…미 캐노피 업체 “안 올려주면 생산 중단”
- 식비도 아까운 청년들…억대 연봉에 박탈감 ‘허탈’
- 도심 한복판에서 ‘흉기 피습’…업무 갈등으로 범행
- 로봇이 아직 못하는 것?…‘손끝 지능’을 잡아라 [AI:너머]
- 관공서에 하루 전화 100통·폭언·욕설…70대 악성 민원인 구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