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방 막내 시절 떠오르는 촬영 재밌어요”

이슬아 기자 2026. 5. 28. 07: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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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프들의 오픈런’서 활약 중인 장호준 셰프

스타 셰프들이 채널A ‘주방참견 셰프들의 오픈런’에서 요식업 자영업자들을 지원 사격하고 있다. 그중 ‘막내미’를 제대로 보여주고 있는 장호준 셰프를 만났다.

불경기 속 장사에 곤란을 겪고 있는 요식업 자영업자들을 위해 스타 셰프들이 팔을 걷어붙였다. 채널A 예능 프로그램 '주방참견 셰프들의 오픈런’(이하 '셰프들의 오픈런’)을 통해서다. 업계 최고의 실력자 셰프들이 자영업자들을 찾아가 재료 손질, 매장 청소 등 영업 준비를 돕고 매출을 끌어올릴 신메뉴 개발에 나서는 프로그램이다. 그중에서도 특히 활약하고 있는 사람은 '흑백요리사’ 백수저 중 한 명이던 장호준 셰프다. 장 셰프는 이 프로그램에서 '주방 막내’로서의 매력을 마음껏 드러내고 있다. 자신의 막내 시절을 떠올리며 작은 곳에서도 야무진 일머리를 보여주고 선배 셰프들의 요리를 살뜰히 보조한다. 그러면서도 메뉴 개발 때는 일식 셰프로서 수준급 실력을 발휘해 '본업 모먼트’를 보여준다.

프로그램에서는 막내 축에 속하지만 사실 장호준은 '흑백요리사’의 '두부 지옥’ 미션까지 살아남아 최종 5위의 성적을 기록한 베테랑 셰프다. 요리 경력은 올해로 21년 차. 그랜드 하얏트 서울, 더 플라자 등 유명 호텔에서 다양한 장르의 요리를 배우고 2015년 '갓포네기’를 시작으로 현재 '네기 라이브’ 등 진짜 오픈런 없이는 맛보기 힘든 식당을 다수 운영하고 있다. "같은 장사하는 사람으로서 초보 사장들의 고충을 해결해주자는 취지가 좋아서" '셰프들의 오픈런’에 출연하게 됐다는 장 셰프와 만나 촬영 후일담을 전해 들었다.

"음식 장사, 공부 필요한 영역이에요"

현장에서 체감하기에도 요식업계 경기가 많이 안 좋은가 봐요.

코로나19 시기보다 더 버티기 어려워졌어요. 재료비, 공공요금 등 비용은 계속 오르는데 손님들은 지갑을 열지 않으니까요. 길 가다가 식당들을 보면서 '아 여기 힘들겠는데’라는 생각을 많이 해요. 대략 보면 '여기 고정비가 얼마고 매출이 어느 정도일 텐데’ 하는 계산이 나오든요.

자영업자들에게 가장 알려주고 싶던 게 있나요.

저도 요리만 한 사람이라 처음 장사를 시작했을 때 음식 이외에 할 줄 아는 게 아무것도 없었어요. 사실 장사에서 음식은 정말 기본 중의 기본이거든요. 당연히 할 줄 알아야 하는 거고 그 밖에 경영과 마케팅 등의 영역도 모두 알아야 하죠. 손님들의 마음을 알아채고 그에 맞게 메뉴라든지 전반적인 것들을 기획하고 디자인하고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하는데, 오로지 음식만 해서 냈으니 그야말로 맨땅에 헤딩을 한 거죠. 당시에 돈을 정말 많이 썼어요. 이런 제 경험에 비추어 장사는 무작정 뛰어드는 게 아니라 공부가 필요하다는 걸 좀 가르쳐드리고 싶었어요.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실수가 있다면요.

방금 말한 것처럼 요식업에서 음식은 기본 소양이에요. 그런데 그것조차 안일하게 여기는 분들이 많아요. 프랜차이즈라고 하더라도 '점바점’이라는 말이 왜 나오겠어요. 요식업을 하려면 기본적으로 음식에 에너지를 쏟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이 정도면 되겠지’ '이 정도면 맛있겠지’ 하는 분들을 자주 보는데, 손님들 입맛은 자신의 입맛과 달라요. 그래서 계속 피드백을 받고 수정해나가야 하죠. 거기서 자꾸 혼자 만족하고 '나는 괜찮은데’라고 생각하는 게 가장 위험한 것 같아요. 그 이후에도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놓곤 마케팅에 실패하는 사례, 상권의 주요 타깃층을 잘못 설정한 사례, 운영에 따른 세금을 제대로 처리하지 못한 사례, 인력 관리를 어려워하는 사례 등 나올 수 있는 실수는 한두 가지가 아닌 것 같아요. 자영업이 어려운 게, 이런 것들을 어디서 가르쳐주지 않으니까 스스로 겪으면서 깨쳐나가야 한다는 점이죠.

방송을 보면 셰프들도 시판 제품을 쓰던데, 음식에 정성을 들이라는 게 반드시 하나부터 열까지 직접 하라는 뜻은 아닌가 봐요.

그럼요. 고정관념이에요. 시판 제품을 잘만 사용하면 시간, 가격 면에서 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어요. 무엇보다 그것들 안에서 새로운 조합을 찾아내는 게 하나의 능력이죠. 또 우리나라에서는 MSG에 대한 인식이 안 좋은데, 이것도 우리나라에만 있는 오해예요. MSG를 넣어서 맛이 훨씬 좋아진다면 안 쓸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특히 내가 떡볶이 같은 메뉴를 팔면서 심심하고 순수한 재료 본연의 맛을 추구한다면, 평균적인 손님들의 입맛을 사로잡기 어렵다고 봐요.

" ‘한 끗’ 다른 메뉴 선보이려 노력하죠"

촬영 때 신메뉴 개발에 대한 부담감은 없었나요. 빵, 치킨, 한식 안주 등 모두 주력 분야는 아니잖아요.

다른 것들은 그래도 일식을 접목할 여지가 있고 전혀 모르는 분야가 아니라 괜찮았는데, 첫 회의 빵이 좀 부담이었어요. 빵은 정말 제과제빵을 전문으로 하는 분들이 해야 하거든요. 프렌치, 이탈리아 요리로 날고 기는 사람도 빵은 손대기 어려워요. 그런데 다행히 빵을 완성하는 게 아니라 '쫀득빵’ 안에 들어갈 내용물을 만드는 미션이어서 안도했어요(웃음). 어떤 재료가 어울리는지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으니까요. 또 저희 중에 이원일 셰프님이 베이커리 사업을 하고 계셔서 제가 좀 못하더라도 잘해주실 거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든든했어요.

셰프들의 터치가 들어간 음식은 다르긴 다르더라고요. 평소 신메뉴를 개발할 때는 어디에 주안점을 두나요. 

기존의 형식을 깨거나 차별성을 보여주려고 많이 고민해요. 그게 맛이 될 수도 있고 음식의 형태 혹은 플레이팅이 될 수도 있죠. '네기 스키야키’ 매장에서 고등어 봉초밥을 새롭게 해석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어요. 원래 고등어 봉초밥은 흰밥 위에 고등어가 올라가는 형태인데, 저는 밥에 조린 김(츠쿠다니)을 섞어서 색을 거뭇거뭇하게 바꾸고 고등어도 식초가 아니라 유자 향을 가미한 간장으로 절여봤죠. 손님들이 '이게 뭐지?’ 하는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포인트를 하나씩 넣는 편이에요.

셰프들이 와서 이런 것들을 알려주면 사장님들이 고마우면서도 알게 모르게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아요. 현장 분위기는 어땠나요.

저희가 매장을 다 정리해놓으면 오시는 거라 긴장하진 않았던 것 같아요(웃음). 다만 선택에 대한 부담은 좀 느끼시더라고요. 신메뉴 개발이 뭔가 대결은 아니라지만 대결 같은 느낌이 있거든요. 다들 요리에 자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 사장님 선택을 못 받으면 '뭐가 잘못됐지’ 하면서 살짝 서운하기도 하고요(웃음). 저희가 다 쳐다보면서 선택하라고 하니 웃기기도 하고, 어려우셨을 것 같아요.

막내 업무를 많이 하셨어요. 추억을 회상하시는 듯하던데요.

옛날 생각이 많이 났어요. 청소라든지, 물건 정리라든지 막내 때 기본적으로 해야 하는 것들이 있거든요. '예전에는 이거 이렇게 했는데’ 하면서 기억이 새록새록 나기도 하고요. 그런데 아무래도 그런 일들을 안 한 지 오래되다 보니 옛날에는 몸이 자동으로 반응했다면 이제는 생각을 먼저 하고 움직여야 하더라고요. 더뎌졌달까요. 그래서 '아, 이게 이 정도로까지 안 익숙해졌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어요.

‘주방참견 셰프들의 오픈런’에서 술 냉장고를 채우며 ‘선입선출’을 강조하는 장호준 셰프(왼쪽). 1회에서는 셰프들이 ‘쫀득빵’ 내용물을 새롭게 만들어내는  미션을 진행했다.

"방송 중간 나가는 팁 활용해보세요"

평소에 주방 막내들은 어떻게 교육하나요. '무쇠 팔’ 박주성 셰프 등 훌륭한 제자들을 배출하시기도 했잖아요. 

기본적으로 주방은 정신없이 돌아가기 때문에 도제식으로 일을 배워야 해요. 말이 좋아서 도제인 거지, 누가 옆에서 붙잡고 가르쳐줄 수가 없다는 뜻이에요. 그래서 저는 따로 공부를 많이 해야 한다고 늘 강조해요. 그래야만 음식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 수 있고, 그 이후에 다양한 방법을 찾아갈 수 있죠. 한 주방 안에서 배울 것에는 한계가 있잖아요. 또 하나는 능동적으로 움직이라는 거예요. 누가 지시하지 않아도 스스로 좋은 방법을 궁리해보고, 알려준 대로만 하지 말라는 거죠. 주방이란 곳이 워낙 수직적이고 규율이 세니까 능동적이던 사람도 수동적으로 변하기 쉬워요. 하지만 계속 발전하기 위해서는 능동적인 자세를 잃으면 안 돼요.

그런 의미에서 주성이 같은 친구가 저희 주방에서 나온 걸 감사하게 생각해요. 제 밑에서 미쉐린 셰프가 탄생할 거라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않았거든요. 이 일이 힘들기도 하고 중간에 그만두는 사람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거라고 지레 단정 지었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사례가 딱 나오니 보람을 느끼죠. 저는 주성이가 젊은 나이에도 워낙 일을 잘해서 혼낸 기억이 별로 없는데, 주성이는 저한테 혼난 게 도움이 많이 됐다고 하더라고요(웃음). 이제 컸다고 저랑 농담도 하고 그래요.

프로그램에 함께 출연하는 다른 셰프들과 케미는 어땠나요. 원래 친분이 있나요.

지선이(정지선 셰프)랑 인연이 좀 있어요. 동갑이고 오래전에 같은 호텔에서 근무한 적이 있죠. 물론 그때는 잘 모르는 사이긴 했지만요. '흑백요리사’에 같이 출연한 뒤부터 가끔 연락하고 안부도 묻고 지내요. 마침 오늘도 연락이 왔는데, 제가 비염이 심한 걸 알고 대만에서 비염에 좋은 스프레이 같은 걸 하나 사다 주겠다고 하더라고요. 옛날부터 카리스마 있고 대하기 어려운 이미지가 있지만 주변 사람들을 잘 챙기는 성격이에요. 이원일 셰프님, 송훈 셰프님과도 구면이고 다른 셰프님들과도 요리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금방 편해진 것 같아요.

마지막으로 '셰프들의 오픈런’의 매력과 앞으로 활동 계획을 들려주세요.

일단 이미 어느 정도 위치에 오른 셰프들이 평소에 안 할 법한 일을 하는 걸 보시는 재미가 있을 거예요(웃음). 회차마다 다른 음식 카테고리에서 새로운 메뉴들을 만들어내는데, 거기서 오는 신선함도 있고요. 자영업자라면 저희가 중간중간 드리는 팁을 바로 장사에 적용해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셰프들 의견이 100% 정답은 아니지만 참고 사항이 될 만한 얘기들을 해드리려고 많이 노력하고 있어요.

제 개인적으로도 자영업 하는 분들에게 용기를 드릴 수 있는 활동을 더 해보려고 해요. 창업 박람회 같은 곳에서 제 경험을 전하고 작게나마 도움을 드리는 게 의외로 잘 맞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리고 올해 제 사업에서 한 가지 큰 변화가 있을 것 같아요. '네기’라는 브랜드를 떠나보내고 새출발을 하려고 준비 중이에요. 네기는 저를 포함해 3명의 셰프가 함께 만든 브랜드인데, 2년 전부터는 브랜드 산하의 매장을 각자 나눠서 운영하고 있어요. 세월도 흘렀고 이제는 네기가 아닌 저만의 브랜드를 만들어보려 합니다. 8월 말에서 9월 초 신규 이자카야 매장을 열 때 현재 제가 운영하는 네기 라이브, 네기 스키야키 등 상호를 모두 바꾸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해보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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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박해윤 기자 사진 출처 채널A

이슬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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