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의 그림자…삼전·하이닉스 '절반 증시'가 던진 경고

조승열 기자 2026. 5. 28. 0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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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랠리에 웃는 코스피…"한국 증시, 반도체 하나에 걸렸다"

코스피가 사상 첫 8000선을 돌파하며 1만피 시대 기대감까지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랠리를 바라보는 불안한 시선도 동시에 확산되고 있다. 상승 동력이 사실상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에 집중되면서 한국 증시가 'AI 메모리 단일 엔진' 구조로 급속히 재편되고 있기 때문이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합산 시가총액은 3393조원으로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의 50.4%를 차지했다. 두 기업 비중이 코스피 절반을 넘어선 것은 사상 처음이다.

코스닥과 코넥스를 포함한 국내 전체 증시 기준으로도 두 기업 비중은 46%에 달한다. 사실상 한국 증시 전체가 AI 메모리 산업의 방향성에 연동되는 구조로 바뀌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반도체 호황이 아니라 글로벌 AI 투자 사이클이 한국 증시 구조 자체를 바꾸는 현상으로 해석하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HBM(고대역폭메모리)을 중심으로 엔비디아·마이크로소프트·아마존·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AI 인프라 투자 확대의 최대 수혜주로 떠오른 상태다.

실제 지난해 4월 코스피 연저점 이후 이날까지 삼성전자는 479%, SK하이닉스는 1259% 급등했다. 같은 기간 코스피 상승률(253%)을 압도한다.
[사진=최수진 기자]

◆ "지수는 뛰는데 체감은 없다"…심화되는 K자형 양극화

문제는 코스피 급등에도 시장 전체로 온기가 확산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연저점 이후 유가증권시장 상장 종목 940개 가운데 289개는 오히려 주가가 하락했다. 전체 종목의 3분의 1가량이 코스피 불장에서도 소외된 셈이다.

업종별로도 반도체와 연결된 전기·전자 업종만 독주했다. 반면 종이목재 업종은 오히려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고, 제약·부동산·오락문화 업종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에 머물렀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를 한국 증시의 'AI K자 양극화' 현상으로 보고 있다.

AI 데이터센터·HBM·전력 인프라와 연결된 산업에는 글로벌 자금이 집중되는 반면, 내수·전통산업·소비 업종은 유동성 소외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지수는 사상 최고치인데 상당수 개인 투자자들은 오히려 계좌 수익률이 부진한 상황"이라며 "미국의 매그니피센트7 쏠림 현상이 이제 한국에서는 삼전·닉스 중심으로 나타나는 구조"라고 말했다.
EBN DB

◆ 빚투와 공매도 동시 급증…과열 경고음 커진다

시장 과열 신호도 곳곳에서 감지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신용잔고는 올해 들어 각각 154%, 278% 급증했다. 개인 투자자들의 레버리지 투자 확대가 본격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반면 공매도 잔고 역시 빠르게 늘고 있다. 코스피 공매도 순보유 잔고는 지난해 말 대비 약 9조원 가까이 증가했다.

이는 상승 추세에 올라타는 자금과 동시에 '너무 올랐다'며 하락에 베팅하는 자금도 함께 늘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최근 출시된 삼성전자·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인버스 ETF 역시 향후 변동성을 키울 수 있는 변수로 지목된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상품 특성상 장 마감 동시호가 구간에서 대규모 기계적 리밸런싱 거래가 반복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 미국에서도 엔비디아·테슬라 등 초대형 기술주에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가 집중되던 시기 단기 변동성이 급격히 확대된 사례가 있었다.

◆ AI 사이클 꺾이면 코스피 전체 흔들릴 수도

현재 시장의 핵심 변수는 결국 AI 투자 사이클 지속 여부다.

반도체 업황과 글로벌 빅테크의 AI 설비투자(CAPEX)가 유지되는 동안에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중심의 랠리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다만 AI 인프라 투자 둔화나 메모리 업황 피크아웃 신호가 발생할 경우 상황은 급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현재 코스피 저평가 논리는 반도체 기업들의 이익 추정치 상향을 전제로 유지되고 있다는 점에서, 실적 전망이 흔들릴 경우 밸류에이션 부담이 한꺼번에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최근 경계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스탠다드차타드의 스티브 브라이스 글로벌 CIO는 최근 "한국 증시에 대한 낙관론이 정점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차익 실현과 글로벌 분산투자를 권고했다.

CNBC 역시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초호황에도 "메모리 산업 특유의 boom and bust(호황과 폭락) 사이클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시장 일각에서는 아직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는 반론도 나온다.

한 증권사 반도체 애널리스트는 "HBM 공급 부족과 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며 "현재까지는 반도체 업황 둔화 신호보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 흐름이 훨씬 강하다"고 진단했다.

결국 코스피 8000 시대는 한국 증시가 글로벌 AI 공급망 중심으로 편입됐다는 의미인 동시에, 반도체 한 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구조적 리스크 역시 함께 커지고 있다는 경고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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