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8000선 돌파했지만, 비트코인 왜 석 달째 하락할까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코스피가 사상 처음 8000선을 돌파한 가운데, 비트코인은 올해 초 대비 10% 이상 하락한 7만8000달러 선에 머물고 있다. 지난 1월 8만7000달러를 넘었던 비트코인은 최근 7일간 3.3% 추가 하락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인공지능(AI)관련 반도체 랠리로 국내 리테일 자금이 증시로 이동한 가운데 중동의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미국 금리 인상 가능성, 국내 가상자산 과세 시행 예고가 겹치며 비트코인에 대한 하락 압력이 커지고 있다.
▲ 반도체 두 종목이 코스피 상승분의 61% 차지
올 들어 코스피 시가총액은 2585조원이 증가했다. 이 중 삼성전자·삼성전자우·SK하이닉스 세 종목의 시가총액 증가분이 1587조원으로, 전체 상승분의 61.4%를 차지하고 있다.
이는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 확대와 데이터센터 투자 증가로 관련 회사의 실적 기대감이 높아진 것이 배경이다. 반대로 국내 주요 가상자산 거래소의 보유금액과 일평균 거래대금은 고점 대비 큰 폭으로 줄었다. 가상자산 시장을 떠나 증시로 자금이 이동한 것이다.
외부 변수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중동지역의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와 물가가 오르면서 가상자산 시장도 직격탄을 맞았다. 최근 24시간 암호화폐 시장의 전체 청산 규모는 약 2억5767만달러(약 3500억원)에 달했다.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는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까지 올랐다. 국채 금리 상승은 기술주와 가상자산과 같은 위험자산 전반의 매도 압력을 키운다. 여기에 채굴 비용을 높이는 에너지 가격 상승도 비트코인 하락 요인으로 꼽힌다.
▲ 현물 ETF, 5월 들어 4억달러 순유출
비트코인 현물 상장지수펀드(ETF)에서도 자금이 빠지고 있다. 이달 이후 누적 순유출액은 약 4억달러(약 5500억원)다.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현물·선물 시장 모두에서 누적 거래량 델타(CVD)가 급격히 음수로 전환됐다.
매도 압력이 매수를 크게 앞질렀다는 뜻이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이달 들어 올해 말 비트코인 목표가를 15만달러에서 10만달러로 낮췄다. 단기적으로는 5만달러까지 밀릴 수 있다고 봤다. 그 근거로 ETF 자금 유출 지속과 거시경제 환경 악화를 꼽았다.
국내 변수도 있다. 정부가 내년 1월부터 가상자산 과세를 예정대로 시행하기로 방침을 굳히면서 차익 실현 매물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가상자산은 양도 차익의 22%가 세금으로 부과된다. 국내 가상자산 시장 시가총액은 2024년 상반기 110조원에서 올해 2월 말 60조원으로 줄었다. 과세 시행 시 해외 거래소로의 자금 이동이 가속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다만 업계에서는 최근의 약세를 가상자산 자체의 구조적 문제로 단정하기는 이르단 시각이다. 비댁스 김보군 실장은 "최근 비트코인 약세는 가상자산 자체의 구조적 문제라기보다는 AI·반도체와 국내 증시 등 주도 섹터로 유동성이 이동하고 암호화폐 시장의 단기 호재가 부족했던 영향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미·중 지정학적 리스크와 디지털 자산의 제도권 편입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비트코인의 펀더멘털은 여전히 견조하다"며, "특히 올해 미국 '클래리티(Clarity) 법안' 통과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이후 기관 및 리테일 자금 유입은 다시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가상자산 업계 일각에서는 코스피 강세를 반등의 선행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증시에서 수익을 낸 개인 투자자들이 추가 수익을 위해 가상자산 시장으로 이동하는 패턴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지금의 비트코인 하락이 구조적 문제보다는 AI 반도체 장세에 따른 일시적 자금 이탈에 가깝다는 평가가 많다. 코스피 강세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이후 가상자산 시장으로 자금이 돌아올지가 하반기 최대 관심사가 될 전망이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