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면 '수백만원'…펫보험은 왜 망설이나

정호진 2026. 5. 28. 06: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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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지금] 가족 같은 반려동물, 병원비 부담은 현실로
커지는 펫보험 시장…소비자는 가입 망설여
치료비 천차만별…보호자들 정보 부족 호소
2%대 가입률 벽…펫보험 신뢰 회복 과제

[지데일리] “예방접종만 맞히면 끝일 줄 알았는데 MRI 한 번에 수십만원이 나왔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가정 사이에서 이제 병원비는 사료값보다 더 무거운 부담으로 떠오르고 있다. 가족처럼 함께 살아가는 존재가 아프면 치료를 포기할 수 없다는 마음이 지갑을 압박한다. 반려동물 의료비가 빠르게 치솟는 가운데 펫보험 시장도 급성장하고 있지만, 가입률은 여전히 2%대에 머문다. 시장 규모는 커지는데 소비자들은 왜 가입을 망설이는 걸까.
ⓒ픽사베이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발간한 ‘2025 한국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반려가구는 591만 가구로 전체 가구의 26.7%를 차지했다. 

반려인은 1546만 명에 달한다. 수도권 거주 비중이 절반을 넘었고, 반려묘 양육 가구는 최근 5년 동안 꾸준한 증가세를 이어갔다. 반려동물을 감정적 동반자이자 가족 구성원으로 받아들이는 문화가 자리 잡으면서 건강관리 소비 역시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가장 큰 부담은 단연 병원비다. 예방접종과 중성화 수술 정도에 머물던 지출은 피부질환 치료, 치과 진료, 정밀검사, 노령성 질환 관리까지 확대되는 분위기다. 반려동물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만성질환 관리 비용도 증가했다. 특히 고령 반려견과 반려묘의 경우 심장질환이나 신부전 치료에 매달 수십만원이 들어가는 사례도 적지 않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전국 동물병원 진료비 현황 조사에서는 주요 진료 항목 가격 상승세가 뚜렷하게 나타났다. 방사선 검사비는 전년 대비 8.3% 상승했고 상담료와 초진 진찰료도 올랐다. 지역별 가격 편차도 컸다. 상담료는 지역에 따라 최대 1.7배 차이를 보였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어느 병원이 적정 가격인지 판단하기 쉽지 않은 구조다.

이런 상황 속에서 펫보험 시장은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8년 11억원 수준이던 시장 규모는 수년 만에 수백억원대로 확대됐다. 보험사들도 앞다퉈 관련 상품을 내놓고 있다. 과거에는 일부 손해보험사만 취급했지만 현재는 참여 업체 수가 늘어나며 경쟁이 치열해졌다. 동물병원과 제휴 서비스를 구축하거나 모바일 청구 시스템을 도입하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소비자 체감 만족도다. 보험료 부담에 비해 보장 범위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현재 대부분의 펫보험 상품은 자기부담금을 제외한 뒤 치료비의 일정 비율만 보장한다. 하루 보장 한도 역시 제한적이다. 

고액 수술이나 장기간 치료가 필요해질 경우 보험금을 받아도 보호자가 직접 부담해야 하는 비용이 적지 않게 발생하는 방식이다.

가입 과정도 장벽으로 꼽힌다. 나이가 많은 반려동물은 가입이 어렵거나 보험료가 급격히 비싸진다. 특정 품종은 유전질환 위험 때문에 제한이 붙기도 한다. 이미 질환 이력이 있으면 가입 자체가 거절되는 사례도 있다. 보호자 입장에서는 “아플 때를 대비하려고 가입하려는데 건강해야만 가입할 수 있다”는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사람보험과 달리 진료 표준화 체계가 충분히 정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같은 치료라도 병원마다 가격 차이가 크고, 비급여 항목 비중이 높아 손해율 관리가 어렵다. 업계가 공격적으로 시장을 확대하지 못하는 배경이다. 일부 보험사가 판매를 중단하거나 상품 구조를 조정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도 개선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은 동물병원과 펫샵 등에서도 장기 펫보험 가입이 가능하도록 규정 개정을 추진 중이다. 소비자 접근성을 높이고 가입 편의성을 강화하려는 목적이다. 보험업계에서는 동물등록제 활성화와 진료기록 표준화가 병행돼야 시장이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펫보험 시장 확대 여부가 “보험료 대비 체감 보장 수준”에 달려 있다고 본다. 반려동물 양육 가구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의료비 부담은 앞으로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1인 가구와 고령층 반려인이 증가하면서 예기치 못한 치료비 리스크 관리 수요도 확대될 전망이다.

삼정KPMG 경제연구원은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가 2032년 21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글로벌 펫보험 시장 역시 향후 10년 동안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돌보는 문화가 확산될수록 건강관리 지출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높다.

현재 2%대 가입률은 반대로 말하면 대다수 반려인이 보험 없이 의료비 위험을 감당하고 있다는 뜻이다. 갑작스러운 수술 한 번으로 수백만원이 지출되는 사례가 늘어나는 상황에서 펫보험은 선택이 아니라 생활 안전망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보장 확대와 합리적 보험료 체계가 마련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