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HD현대, 29조 핵잠 ‘장보고 N사업’ 공동 개발 나서나 [biz-플러스]
국가 주도 컨소시엄 가능성 제기
CPSP에서 원팀 시도 경험 존재
美 현지 건조와 우라늄 도입 변수
KDDX 사업에는 양 사 경쟁 전망

국군의 숙원 사업 핵추진잠수함 개발 계획이 본격화되면서 건조 기업 선정에 관심이 모이는 가운데 업체 단일 주도가 아닌 공동 참여 방식이 점쳐지고 있다. 정부가 제시한 진수 일정과 사업 규모 등을 감안할 때 기존 잠수함 양대 회사인 한화오션(042660)과 HD현대중공업(329180)의 경쟁 구도가 아닌 공동 개발로 무게가 실리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핵잠 건조 사업인 ‘장보고 N사업’의 소요 예산이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의 예상치에 기반해 28조 9000억 원가량으로 분석됐다. 2003년 원자로 기본 설계를 위한 ‘362사업단’이 꾸려진 이래 비닉(秘匿) 사업이었던 국군의 숙원인 핵잠은 2030년대 중반에 1번함을 진수하고, 2030년대 후반에 전력화를 추진한다.
당초 업계에서는 치열한 경쟁을 예상했으나 일정상의 이유로 공동 사업 추진을 전망하고 있다. 기존의 경쟁 입찰 방식으로는 2030년대 중반에 1번함을 진수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 원자로 추진체계 설계 방식이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도 무게를 싣고 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빠듯한 일정을 감안할 때 잠수함 플랫폼 설계, 원자로 추진체계 설계 및 도입 과정을 병렬로 추진하되 한화오션과 HD현대(267250)중공업이 참여한 국가 주도 컨소시엄이 총괄하는 방식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전력 자산인 핵잠의 특성을 고려하면 한 기업에 개발·건조를 맡기기보다는 공동 개발, 공동 건조 또는 분산 건조 형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한화오션은 수주 실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잠수함인 장영실급(3600톤급) 3척을 포함해 총 23척을 건조했으며 이는 HD현대중공업의 잠수함 누적 수주 9척과 비교해 2배 이상 앞서는 성과다. 또 국방과학연구소(ADD)와 공동으로 진행하는 핵잠 기본설계도 올해 안에 마무리할 것으로 알려졌다. 장영실함을 진수한 거제조선소의 인프라까지 더한다면 실전 경험과 기술, 노하우에서 강점을 갖고 있다고 평가된다. 한화오션 관계자는 “정부의 후속 지침과 절차에 따라 필요한 역할이 부여된다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HD현대중공업은 공동 사업을 목표로 정부에 사업 참여 의사를 꾸준히 타진해왔다. 특히 1만 5000TEU급 원자력 기반 컨테이너선 건조 경험 등 소형모듈원전(SMR) 개발 역량을 앞세워 핵잠의 심장인 원자로 제조 기술을 강조하고 있다. 아울러 핵잠 유지·보수·정비(MRO) 사업에도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18년 이후 HD현대중공업은 손원일급(1800톤급) 잠수함 7척에 대한 창정비를 진행하는 등 풍부한 MRO 경험을 보유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운용·정비·핵연료 관리 등 전 과정을 총수명주기 관점에서 추진한다는 정부의 방침에 따를 계획이다. HD현대중공업은 사업에 대비해 울산조선소의 6개 도크를 확보해놓았다.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핵잠 개발을 위해서는 국내 방산 업계의 모든 기술과 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며 “정부 사업에 협력해 해양 안보 강화에 기여하겠다”고 밝혔다.

양 사의 원팀 체계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60조 원 규모의 캐나다 잠수함 사업(CPSP)에서도 컨소시엄을 꾸려 절충교역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오션이 HD현대중공업에 잠수함 창정비 등 일감을 일부 내주고, HD현대중공업이 캐나다에 잠수함 기술을 이전해주는 등 협업 체계를 바탕으로 수주를 꾀하고 있다. 문근식 한양대 공공정책대학원 특임교수는 “두 회사가 힘을 합치면 공정이 빨라지고 리스크를 줄일 수 있어 납기를 빨리 맞출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공동 사업 방식에 걸림돌이 남아 있다.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핵잠 건조 장소로 한화오션이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조선소를 지목했다는 변수가 있어서다. 이로 인해 국내 건조를 내세운 정부 방침을 놓고 미국과의 추가 협의가 뒤따를 수 있다. 아울러 농축도 20% 미만인 저농축우라늄 도입을 위한 미국 의회 설득과 사업 기간 중 미국의 정권 교체 가능성도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6월 중순부터 미국과 핵잠 관련 실무협의 채널을 본격 가동할 계획이다.
한편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은 한국형 차기 구축함(KDDX) 상세설계 및 선도함 건조 사업 2차 입찰에 모두 참여하며 경쟁을 예고했다. 총 7조 8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6000톤급 미니 이지스함 6척을 건조하는 이 사업은 2023년 12월 기본설계 완료 후 2024년부터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가 착수될 예정이었다. 다만 두 업체 간 경쟁 과열로 방위사업청이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사업이 2년가량 지연됐고, 올해 초에 진행된 입찰에서도 HD현대중공업이 등록하지 않으면서 한화오션 단독 응찰로 유찰된 바 있다.

장현기 기자 luck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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