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제 없어 걸리면 답도 없다’···사과 과수원 덮친 ‘붉은 죽음’에 충북 농가 시름[현장]
청주선 의심 신고지 반경 2km 내 과수원 ‘전멸’
감염되면 붉은 갈색되며 고사···매몰 만이 해결책
당국, 역학조사 통해 예방·차단에 안간힘

“과수화상병이 여기까지 올 줄은 꿈에도 몰랐지.” ||||
지난 24일 오후 충북 청주 상당구 미원면 계원리에서 만난 사과 농장주 A씨(80)는 흙더미로 변한 과수원을 보며 착잡한 듯 말했다. A씨 과수원에서는 굴착기 2대가 동원돼 사과나무를 땅에 묻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4300㎡ 규모 과수원에서 사과나무 360그루를 키워온 A씨는 이번 과수화상병으로 모든 나무를 통째로 매몰 처분해야 했다. 아오리 사과 수확을 불과 두 달 앞두고 벌어진 일이다.
미원면 계원리는 이날 오가는 사람을 찾아볼 수 없었다. 과수화상병이 발생한 사과 과수원마다 ‘출입금지’ 팻말이 세워졌다. 농정 당국 관계자들은 매몰 처리가 끝난 과수원 부지에 세울 ‘발굴금지’ 팻말을 작성하고 있었다.
이 마을 과수원에서 과수화상병 감염 의심 신고가 처음 접수된 것은 지난 18일이었다. 이후 반경 2㎞ 이내 사과·배 과수원을 살펴본 결과, A씨 농장을 포함해 주변 농가들이 무더기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과수화상병은 주로 사과·배 등 장미과 식물에서 발생하는 세균병이다. 감염되면 잎과 꽃, 줄기, 과일 등이 마치 불에 탄 것처럼 붉은 갈색으로 변하며 말라 죽는다. 과수화상병은 현재 치료제가 없는 데다 전염성도 강해 ‘과수 구제역’으로도 불린다. 과실수를 매몰해 병 확산을 막는 것이 전부다.
A씨는 “과수화상병이 이 산골 마을에 온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전염 우려로 남의 밭에도 가지 못한다. 사과나무를 다 묻었으니 들깨나 심어야 할 판”이라고 말했다.

올해 과수화상병은 지난 14일 충주에서 처음 발생해 충북도 내 전역으로 확산하고 있다. 27일 도에 따르면, 전날 오후 5시 기준 전국 과수화상병 발생 규모는 총 30농가, 14.46ha로 집계됐다. 이 중 충북이 20농가(8.96ha)로 전국에서 가장 피해 규모가 크다. 나머지 지역은 세종 3농가, 경기 4농가(이천 1, 화성 1, 포천 2), 강원 2농가(원주 1, 영월 1), 충남 1농가(공주 1) 등이다.
그간 과수화상병이 발생하지 않았던 지역으로까지 번지면서 농정 당국은 긴장하고 있다. 청주 지역 발생 농가 9곳(2.46ha) 모두 미원면이다. 계원리에는 33농가가 사과를 재배 중이다.
확산세는 청주를 넘어 남부권인 보은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보은군 산외면과 수한면에서 신규 확진 농가 2곳(0.74ha)이 발생했다. 농정 당국은 청주 미원면 일대의 병원균이 인접한 보은 산외면 등으로 유입됐을 것으로 본다.
현재 농림축산검역본부와 농촌진흥청은 미원면에서 과수화상병이 최초 발생한 사과나무 시료를 채취해 유입 경로 등을 파악하기 위한 역학조사를 진행 중이다. 충북도와 인접한 전북 무주군도 종합상황실을 가동하는 등 과수화상병 예방·차단에 나서고 있다.
청주시 관계자는 “매몰 처분을 한 과수원은 18개월 동안 사과와 배, 매실 등 장미과 기주식물을 일절 재배할 수 없다”며 “미원면 일대가 청주 전체 사과 재배 면적(약 130ha)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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