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조 파업 막았지만… 삼성 성과급이 남긴 숙제[이상현의 전자수첩]

이상현 2026. 5. 28. 06:01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편집자 주] 반도체부터 다양한 가전 신제품, 전자 산업 현장에서 보고 듣고 느낀 이야기들을 수첩에 옮기듯 기록하는 코너입니다. 일반 소비자의 입장에서 궁금했던 신제품의 후기나, 기술·산업의 뒷이야기를 전해드리고자 합니다.

삼성전자 노사가 총파업 직전에서 잠정 합의에 이르며 최대 100조원으로 추정됐던 반도체 생산 차질 피해는 막았다. 그러나 이번 합의는 단순한 노사 타결을 넘어 그룹 내부 보상 체계 전반을 흔드는 출발점이 되고 있다.

이번 합의의 핵심은 특별경영성과급 신설이다. 영업이익 300조원 달성 시 DS부문 일부 직원이 최대 6억원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제시되면서 파격적인 보상안으로 평가됐다. 동시에 적자 사업부도 공통 재원을 통해 억대 수준의 성과급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며 내부 논란은 오히려 확산되는 모습이다.

세계 1위를 지향하는 삼성인 만큼, 업계 최고의 보상을 요구하는 노조의 목소리도 이해는 갔다. SK하이닉스로 이직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자괴감도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 파장이 SK하이닉스에서 삼성전자로 넘어갔던 것처럼 삼성전자 내부를 넘어 계열사 전반으로 번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삼성전기 등 주요 계열사 직원들 사이에서는 상대적 박탈감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내부에서는 삼성전자 대비 상대적으로 낮은 보상 구조를 자조적으로 표현한 ‘삼성후자’라는 말까지 회자되는 것으로 전해진다.

보상 격차는 단순한 감정 문제가 아니라 제도 차이에서도 비롯된다. 삼성전자 DS부문이 초과이익성과급(OPI) 산정 기준을 기존 경제적 부가가치(EVA) 방식에서 영업이익 10% 기준으로 바꾸기로 한 반면, 다른 계열사들은 여전히 기존 방식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논쟁은 다른 산업으로도 빠르게 확산되는 흐름이다. 카카오 노사는 경기지방노동위원회에서 2차 조정 회의에 돌입하며 공동 파업 가능성을 놓고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카카오 본사와 주요 계열사 노조는 이미 파업 찬반 투표에서 전면 찬성 입장을 보이며 갈등이 고조된 상태다.

카카오 노조가 문제 삼는 핵심 역시 성과급과 보상 체계다. 지난해 실적 개선에도 불구하고 보상 기준이 불투명했다는 점, 그리고 경영진에게는 수십억원 규모의 성과급이 지급됐다는 점이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500만원 상당의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성과급에 포함할지를 두고도 노사 간 입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삼성과 카카오 사례는 같은 질문을 던지고 있다. 성과급은 어디까지 재량의 영역이며, 어느 시점부터 기대권으로 전환되는가라는 문제다. 기업별 보상 체계가 서로 다른 기준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구성원들이 체감하는 형평성 논란은 점점 더 구조적인 문제로 번지고 있다.

더 나아가 이러한 흐름은 개별 기업을 넘어 한국 산업 전반의 노사 관계 리스크로 확장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미 자동차, 철강, 조선업 등 전통 제조업에서는 매년 반복되는 임금·단체협상 과정에서 파업과 갈등이 상수처럼 자리 잡고 있다. 여기에 IT와 플랫폼, 금융까지 보상 구조를 둘러싼 갈등이 확산될 경우 노조 리스크는 산업 전반에서 한층 더 복합적인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번 사안은 개별 기업의 노사 갈등을 넘어, 한국 기업들이 공유하고 있는 보상과 성과 체계가 어떤 기준 위에 서 있는지 다시 묻는 사건으로 기록될지도 모르겠다.

사진은 27일 경기도 수원시 삼성전자 본사 모습. 연합뉴스


이상현 기자 ishsy@dt.co.kr

Copyright © 디지털타임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